세 살 엄마여! 세 살 아이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세 살 엄마여! 세 살 아이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 칼럼니스트 조은희
  • 승인 2018.10.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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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엄마, 세 살 아기] 성빈이와 애착인형 '깡총이'

"너를 품에 안으면 나는 구름을 안고 두둥실 떠다니는 것처럼 행복해! 너와 함께 산책하며 하늘을 보고, 꽃도 보고, 나무도 보며 함께 웃을 수 있어서 행복해! 넌 내가 힘들 때마다 '파이팅'을 외쳐주고, 내가 화가 나거나 무서울 땐 나를 꼭 안아주지. 밤이 되면 나는 너의 귀에 대고 '오늘도 나랑 재미있게 놀아줘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속삭여. 그럼 넌 늘 나를 보고 찡긋 웃으며 '나도 사랑해'라고 속삭여주지.

오늘 밤도 너의 귀에 대고 속삭여주고 싶어. '사랑해'라고 말이야. 그런데 넌 어디 간 거니? 정말 어디로 간 거니…."

가족여행의 마지막 날, 성빈이와 사랑을 속삭이던 애착인형 깡총이가 사라졌다.

"깡총아! 너도 좋니?" 산책을 나온 깡총이와 함께 웃고 있는 성빈이 ⓒ조은희
"깡총아! 무슨 향기가 나니?" 깡총이와 함께 꽃향기를 맡는 성빈이 ⓒ조은희

◇ 세 살 아이에게 애착인형은 ‘애착’ 그 이상이었다

애착인형은 부모로부터 심리적인 독립을 하는 첫 단계이다. 부모가 곁에 없을 때, 애착인형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으며, 애착인형을 보고 만지고 대화하며 오감이 발달된다. 또한 애착인형과의 역할놀이나 대화를 통해 상상력이 커지고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간혹 애착인형을 ‘집착’이라 생각하여 우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의 대상에 몰입하여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게 되는 과정으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아이가 20개월에 괌으로 떠난 가족여행에서 토끼인형 하나를 단숨에 안더니 “깡총아”라고 불렀다. 그 후 깡총이는 아이의 애착인형이 되었고 매순간을 함께했다. 이번 가족여행에도 당연히 함께 했는데 마지막 날 호텔 로비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이는 생각보다 자지러지게 울지도 않았고 떼를 부리지도 않았다. 여느 날과 같이 “깡총아! 어디 있니? 너무 꼭꼭 숨으면 성빈이가 못 찾는다고 했잖아.”라고 말하며 숨바꼭질하듯 호텔 곳곳을 누볐다. 오히려 내가 정신없이 인형을 찾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 올라탔다.

어른들은 생각보다 덤덤해하는 아이를 보며 “남자니까 이제 인형 말고 로봇을 가지고 놀자”, “물건을 소중히 다루지 않으면 이렇게 잃어버리게 되는 거야”라고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아이가 어른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는 것 같더니 창밖을 향해 “깡총아! 붕차 타고 빨리 와! 나 (먼저) 집에 갈게. 안아주고 싶어. 뽀뽀해주고 싶어. 내가 얼마나 사랑한다고. 내가 얼마나 보고 싶다고.”라고 외쳤다. 일순간 가족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런 말을 할 줄 안단 말이야?’라는 놀라움과 함께. 아이는 너무나도 구구절절하게 자신의 애절함을 토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무조건 아이 품에 꼭 인형을 안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세 살 아이에게 애착인형은 ‘애착’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가족 모두가 알게 되었다.

"깡총아! 재밌지?" 깡총이에게 미끄럼틀을 태워주고 즐거워하는 성빈이 ⓒ조은희

◇ 세 살 엄마여! 세 살 아이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스위스의 심리학자인 피아제에 따르면 세 살 아이는 물활론적 사고의 첫 단계로 모든 사물이 생명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이는 깡총이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놀이를 하다가도 문득 창밖을 보고 “깡총아! 빨리 와!”라고 외쳤다. 그때마다 나는 깡총이 목소리로 “성빈아, 지금 버스 탔는데 동네 이름이 뭐니?”라며 끊임없이 대답해주었다.

애착인형을 잃어버린 다음 날, 할아버지가 같은 모델의 인형을 선물해주셨지만 크기와 색이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결국 깡총이는 국내에 없는 모델이라 해외배송을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아이가 낮잠을 자고 있을 때 깡총이가 택배로 도착했다. 우리 부부는 요 며칠 인형에 대한 아이의 사랑을 보며 마치 동화를 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아이의 세계에 푹 빠져 있었다. 그래서 아이의 동화를 따뜻하게 마무리해주고 싶었다. 그날 밤, 아이가 거실에서 놀고 있을 때 깡총이를 문 앞에 두고 초인종을 눌렀다.

남편이 “누구지?”라고 흥분된 눈빛을 보이자 아이가 종종걸음으로 달려 나갔다. 현관문을 열어주자 깡총이를 껴안고 “잘했어! 잘 찾아왔어! 내가 얼마나 기다렸다고!”라고 말하며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운 아이가 “깡총아, 어떻게 왔어?”라며 물었다. 나는 깡총이 인형을 잡고 깡총이가 되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폈다.

"우리가 함께 여행을 갔잖아. (생략) 너와 헤어지고 마음이 아팠어. 그때 내 마음속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거야. ‘깡총아! 보고 싶어! 빨리 와’ 그래서 널 찾아가기로 결심했어. (생략) 너의 집 앞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는 순간, 네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뽀뽀해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성빈아! 날 사랑해주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사랑해!"

이야기가 끝날 쯤 곤히 잠든 아이 모습을 보며 ‘아이를 키우는 일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구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들이 어쩜 이리 한 편의 동화 같을 수 있을까…’라는 행복감에 젖었다.

다음 날, 그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도 아이는 깡총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열 번도 넘게 이야기해달라는 통에 “성빈아, 너 늦게 자면 어떻게 되는지 아니?”라며 깡총이의 건강특강 시간이 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든 동화를 아이에게 들려주는 일은 피곤함보다 행복함이 더 크다.

오늘도 아이는 내 곁에서 블록으로 집을 지으며 “깡총아, 너도 해봐! 너는 어떤 집을 지을 거니?”라며 깡총이를 내 손에 쥐여준다. 하루에도 몇 번씩 깡총이로 빙의되어 지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날들이 반복되며 진정한 육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맛보는 중이다.

그래도 육아의 희로애락 속에 ‘성내고 슬픈 일’보다 ‘기쁘고 즐거운 일’이 더 많다는 걸 알기에 오늘도 나는 아이의 세계로 기쁘고 즐겁게 풍덩 빠져든다.

할아버지가 선물해주신 인형은 '크다깡총이' , 자신의 애착인형은 '성빈이깡총이'라고 부르며 함께 즐겁게 노는 성빈이 ⓒ조은희
할아버지가 선물해주신 인형은 '크다깡총이' , 자신의 애착인형은 '성빈이깡총이'라고 부르며 함께 즐겁게 노는 성빈이 ⓒ조은희

*칼럼니스트 조은희는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10여 년간 보육현장 및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많은 교사와 부모들에게 진정한 교사와 부모가 되는 일에 힘을 보태며 살아 왔다. 현재는 무주에서 아이와 함께 쉼표없이 느낌표만 가득한 전원육아 속에서 진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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