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지쳤다면 ‘마음의 필살기’ 만들어보세요”
“육아로 지쳤다면 ‘마음의 필살기’ 만들어보세요”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10.24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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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행복 나눔 & 찾아가는 마인드 클리닉 ‘여성 그리고 맘(MOM)’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대한정신건강재단이 주최한 ‘행복 나눔 & 찾아가는 마인드 클리닉’에서 윤대현 교수가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 : 여성을 위한 속 시원한 심리처방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인생을 열심히 살다보면 뇌도 피곤해질 수 있죠. 등산하면 다리도 뻐근해지듯요. 뇌도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하랴, 애 키우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대한민국 워킹맘. 매사 짜증나고 고운 말 한마디가 나가지 않을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픈 나를 발견한다면 내 뇌가 지쳐 있는 상태, 즉 ‘소진 증후군(일명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열심히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직접 찾아가는 대국민 정신건강 프로젝트 ‘행복 나눔 & 찾아가는 마인드 클리닉’의 두 번째 시간은 서울 중구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22일 오후 ‘여성 그리고 맘(MOM)’을 주제로 진행됐다. 

재단법인 대한정신건강재단이 주최한 이번 강연은 일반 여성과 엄마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강사로 나와 엄마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아침마당’과 EBS ‘60분 부모’, ‘가족의 발견’ 등 다수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 중인 윤대현 교수는 “잠깐 머리 좀 식히고 오겠습니다 : 여성을 위한 속 시원한 심리처방전”이라는 제목으로 일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 “번아웃 증후군 느낄 때, 내 인생을 관객 관점에서 보세요”

윤 교수는 불면, 부정적 시각, 건망증 등을 번아웃 증후군 증상으로 꼽았다. 이후에는 심리적 회피 반응으로 나타나는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윤 교수는 “멀리 가면 해결이 될 문제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마음을 잘 관리한다는 건 내 마음과 잘 지내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피하려고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윤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서도 자존감 유지, 공감 소통, 창조적 능력 등 내 마음의 순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라고 강조했다.

스트레스 관리는 왜 어려울까. 윤 교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언어를 마음이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음은 상징으로 소통하려고 한다. ‘지쳤다’는 메시지를 곧장 보내기보다는 떠나고 싶다거나, 자유롭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다. 건망증과 불면증도 몸의 신호다. 윤 교수는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대책 없이 떠나기보다 충전이 필요하다고 해석해보기를 권했다.

윤 교수는 마음에는 세 개의 공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하지만 생존에 기여하는 스트레스 공장과 스트레스 공장을 통제하는 연민 공장, 그리고 즉각적인 흥분이나 자극을 만드는 쾌감 공장이다. 연민 공장은 사람·자연·문화와 뇌를 연결했을 때 잘 돌아갈 수 있다. 

많은 직장인들은 본인이 ‘분노조절이 안 된다’거나 ‘까칠해졌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스트레스 공장이 열심히 가동돼 공감 에너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모성본능도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아이를 키우게 되면 에너지를 쓰기만 하고 충전할 여유가 없어진다.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번아웃 증후군이 오기 쉽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 중구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22일 오후 ‘여성 그리고 맘(MOM)’을 주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직접 찾아가는 대국민 정신건강 프로젝트 ‘행복 나눔 & 찾아가는 마인드 클리닉’의 두 번째 시간이 진행됐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무조건 쉰다고 자연스럽게 충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긴 연휴가 끝나도 출근하고 싶은 마음이 기꺼이 들지 않는 것과 같다.

윤 교수는 ‘진짜 취미’를 찾을 것을 권했다. 그는 취미를 “아무리 내 마음이 지쳐도 이것만 하면 내 마음이 위로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필살기’”라고 정의하며 “엄마로,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면서 필살기가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고 말했다. 마음을 잘 위로하는 것은 행복을 잘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내 인생을 관객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발 물러나면 다르게 보일 수 있어요.”

윤 교수는 “취미도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과 실제 내 마음에서 느끼는 선호는 다르다. 그는 “시간을 내려고 할 때마다 생기는 불안감을 떨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연과 문화를 이용한 힐링을 해보는 건 어떨까. 내 자신에서 한 발 빠져나와 ‘나’라는 영화를 관객처럼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지치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걷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나를 관객으로 보게 되는 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 “말문 연 아이, 엄마 얘기 하기보다 일단 들어주세요”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대한정신건강재단이 주최한 ‘행복 나눔 & 찾아가는 마인드 클리닉’에서 이소희 교수가  “예비 맘과 산모를 위한 ‘엄마가 된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존 볼비는 ‘애착’이라는 개념으로 아이들이 주양육자를 각인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전쟁고아의 정신건강을 연구한 볼비는 전쟁고아들이 고아원에서 충분한 음식과 보호를 받았음에도, 이후에 우울감을 느끼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볼비는 양육자와의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았다.

“예비 맘과 산모를 위한 ‘엄마가 된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이소희 교수는 애착형성을 “선호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며 “살아남기 위해 오랫동안의 진화과정을 거쳐 유전자에 박힌 명령”이라고 정의했다. 

애착은 만 3세까지 양육자와 반복적인 관계맺음을 통해 형성된다. 의사전달이 어려운 영유아는 우는 것으로 요구를 전달하는데, 양육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안정적·회피적·양가적 애착으로 만들어진다. 

양육자가 아이의 요구에 민감하고 일관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감정과 인지를 균형 있게 사용하는 안정적 애착이 형성된다. 아이 요구에 거부하거나 과자극하는 양육자와는 회피적 애착이 형성된다. 이 경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발달한다.

저항적 애착은 양육자의 반응이 일관하지 않을 경우에 생길 수 있다. 아이는 크게 울거나 처음부터 떼를 쓰는 등 과장된 전략을 사용하게 되고, 감정의존적인 성격으로 발달한다.

아이는 독립적으로 하고자 하는 욕구와 보호받고 싶어 하는 욕구 사이를 오간다. 혼자 놀더라도 양육자가 가버리지 않고 지켜봐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자율성과 의존성, 이 상반된 두 가지 욕구를 아이에게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회피적 애착이 형성된 아이는 경쟁에서 밀리거나 실패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에 익숙지 못하게 된다. 양가적 애착은 양육자 주변에서 의존하는 모습만을 보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대한정신건강재단이 주최한 ‘행복 나눔 & 찾아가는 마인드 클리닉’에서 이소희 교수는 애착이론을 들어 아이와 관계 맺고 대화하는 법을 설명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회피적·양가적 애착 모두 문제 행동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애착 유형에서 분별점이 있을 뿐이다. 다만 애착 과정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이는 양육자를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는데, 이를 ‘혼란한 애착’으로 분류한다. 양육자와 불안정한 애착이 형성되면 아이는 양육자에게 의지할 수 없게 된다.

아이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이 교수는 “아이들은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거나 고려할 인지 능력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자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양육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수는 “아이가 다 퍼내기 전에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난이나 판단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공감해야 아이는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인정받았으니 내가 그렇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며 존중감과 자신감이 생긴다”며 아이를 대화로 돕는 방법을 설명했다. 공감을 바탕으로 대화에 선순환이 만들어지면, 다음 대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정신건강재단은 ‘행복 나눔 & 찾아가는 마인드 클리닉’을 4회까지 무료강연으로 이어간다. 다음달 8일에는 ‘건강한 노년, 지혜로운 준비’라는 주제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이해우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과 노성원 한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강의한다.

다음달 16일에 있을 4회에서는 ‘부모와 자녀 이야기, 행복한 인생이란?’을 주제로 신의진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교수와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교수가 강연자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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