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이 언제였는지, 갑자기 바람이 차가와지고 나뭇잎들은 노오랑 빠알강 색이 입혀지는 가을이 왔다. 너무나 좋은 날씨로 마음이 설레는 가을이지만 마음이 그렇게 가볍지 않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환절기 아이들의 건강 때문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게다. 너무나 날씨 좋은 봄과 가을의 환절기는 아이들에게 독과 약을 함께 주기 때문이다. 노는 것도 신나고, 나들이도 가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예고 없이 찾아오는 전염병과 감기는, 아픈 아이는 물론 그 가정 모두의 시간을 멈춰버린다.
우리 집 아이들도 환절기를 그냥 떠나보내지 않는다. 콧물로 시작한 감기는 가래로, 급기야는 폐렴 등 악한 바이러스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올해도 만만치 않다. 약을 며칠째 먹고 있는 건지…. 이번 편도염은 쉽게 열이 잡히질 않는다. 잡히지 않는 열로 부모는 밤이 낮이 되는 수고를 감당하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그들의 페이스가 있다. 이렇게 아픈 시간을 결코 허투로 쓰는 법이 없다. 그들에게 아픈 것도 하나의 일상이라, 자기 놀던 그대로 행복하게(?) 지낸다. 그런 모습을 보면 부모이자 어른인 나는 부끄럽다.
부모인 나는 언제 나을지 가슴 졸이고 아프다. 당연히 아이들을 사랑하기에 말이다. 이런 반면에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는 조급함도 있다. 아이들이 아프면 두 배로 부모가 고생하기 때문이다. '육퇴(육아퇴근)'는 없을 뿐더러 자기의 삶이 없어질 때도 많기 때문이다. 이 두 마음이 극에 달할 때쯤 아이들은 낫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곤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의 삶을 그대로 살아간다. 부모는 어떤가! 그 후폭풍으로 인해 삶이 무너지고, '다시 아프면 어쩌지'라는 부정적인 마음도 생기게 된다. 이런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이해할 것이다.
아이의 시간, 부모의 시간! 아이가 아플 때 시간이 멈춘 부모로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 또한 모두 아이를 사랑해서 그러함이거늘…. 오늘도 우리 집 두 아이, 아픈 아이들 겨우 잠든 시간. 멈추어버린 시간 다시 되돌리고, 그런 모든 순간이 우리에게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노라고 믿으며 힘을 내본다.
우리 아이들 빨리 낫자. 이 가을 함께 행복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하여!
*칼럼니스트 김대욱은 공주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CCC 공주지부에서 대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교사인 아내와 함께 대한민국의 교육과 현대사회의 육아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남편이다. 아들 딸을 둔 아빠로서 그들의 일상과 삶을 기록하는 아마추어사진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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