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때 화가 나고 답답합니다.
성인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또는 작은 의견충돌이 있을 때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해도 상대방이 알아주지 않거나 하면 언쟁을 하다가 말다툼 및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참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이 또래들과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싸우거나, 장난감을 뺏거나 하면 아이들에게 문제행동이라고 단정을 지어 '어떡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저 행동을 없애지?' 골몰하게 됩니다.
무조건 "안 돼! 하지 마! 친구한테 그럼 못 써!" 이렇게 한다거나, 아무리 말로만 설명을 한다 해도 아이들에게 그러한 주입식 명령 및 다그침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 현장지원 시 의뢰유아는 다른 친구들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꼬집기, 밀기, 빼앗기, 때리기 등) 유아였습니다. 담임교사도 아주 힘들어하며 그 유아가 그럴 때마다 조용히 불러서 “그러면 안 돼요. 그러면 친구가 속상하잖아.” 등으로 타이르기도 하고 보살폈으나 그 행동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첫 번째로 저는 물었습니다. “선생님, 혹여 그 아이가 표현언어가 서투른가요?” 그랬더니 말이 어눌하고 불분명하여 잘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수용언어는 어떤가요?‘ 그랬더니 대부분의 말은 다 알아듣는다고 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한번 해볼까요?"라고 한 후 저는 유아에게 다가갔습니다. 마침 유아가 블록 영역에서 놀고 싶어서 다갔습니다. 그랬더니 (그 유아에게 장난감을 뺏기거나 꼬집힘 등을 겪어본) 유아들이 당연히 싫다고 하고 가라고 하겠지요? 화가 난 유아는 그 그룹 유아들이 만들어놓은 블록 길을 마구 망가뜨립니다. 아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일 것입니다.
◇ 명령이나 다그침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즉시 (블록 길을 망가뜨린) 유아에게 다가가서 “○○아, 지금 ○○이가 블록을 갖고 놀고 싶은데 친구들이 못 만지게 하니 화가 났나봐~. 그런데 어떡하지? 친구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이가 부숴서 망가뜨렸으니 ○○이가 다시 만들어주어야 할 거 같은데? 그럼 ○○이가 다시 친구들이 만든 거랑 똑같이 만들어줄 수 있겠지?”라고 말을 하며 손을 잡고 함께 그 전에 만들어져 있던 블록 길을 완성할 수 있도록 블록을 이어갔습니다.
그리하였더니 해당 유아도 자신이 만지고 싶었던 블록놀이를 할 수 있었고, 망가뜨림을 당한(?) 유아들은 다시 복구되는 그들의 완성물에 만족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친구들 장난감을 망가뜨리거나 뺏거나 하면 ○○이가 똑같이 만들어놓아야 한다. 알았지?"라고 이야기도 해주면서요.
정리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유난히 흩뿌리기를 좋아하여 정리시간에 흩뿌리는 모습이 보여서 "선생님하고 같이 정리하자. 정리되어 있는데 ○○이가 다시 어지럽혔으니 혼자 정리하자!"라며 손을 뻗어 신체적 촉진을 해주었습니다. 본인이 해놓은 일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말로만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지요.
그리고 그렇게 수행했을 때는 스티커 등의 보상도 제공하거나 칭찬을 해주어 '내 행동이 정말 잘한 거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겠지요?
영상물에 집착한 나머지 상호작용보다는 영상물만 시청하는 경우에는 상호작용에 결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자폐스펙트럼 장애유아와 비슷한 양상의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모님께서는 눈물을 머금고 영상을 끊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자녀가 울고 뒹굴고하며 고집을 부려도 과감히 끊으셔야 합니다. 특정 노래를 선호하거나 하면 대신 그 노래를 부모님이 불러주세요.
'우리 아이가 이상한게 아닐까?'라는 의구심도 들겠지만 우선 자녀가 좋아하는 부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풀어주는 생각을 가지신다면 아이의 훈육은 지금까지 가진 근심보다 훨씬 쉬울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배소윤은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서울시 자치구 육아종합지원센터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학교, 복지관, 장애통합 및 전문어린이집에서 특수교사로 재직하며 쌓은 임상 경험을 토대로 발달지연 영유아들의 조기선별검사와 관련된 개별화교육 계획수립 지원, 교사 및 가족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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