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체벌 문제로 부부싸움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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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체벌 문제로 부부싸움한 날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8.10.31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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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사랑의 매는 없다'...아이 말고 부모를 돌아볼 때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정말 매를 들어야 할 것 같아.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잖아.”

“근데 애가 뭘 알아? 폭력은 폭력만 낳을 뿐이지.”

“당장 체벌하자는 게 아니라 한 살, 두 살 더 먹었을 때를 생각해보자는 거지. 버릇없고 말 안 듣는 아이로 자라게 두는 것보다 체벌을 해서라도 바른 아이를 만드는 게 낫잖아. 나도 그렇게 자랐고. 꼭 매를 드는 상황에서만 들면 애도 ‘이렇게 행동하면 매를 맞겠구나’해서 안하지 않을까 싶은 거야.”

“난 어렸을 때 내가 잘못했더라도 맞는 건 너무 싫었어. 꼭 체벌만이 답은 아닌 것 같아.”

“그럼 뭐가 답인데?”

지난 주말, 우리 부부는 다퉜다. 첫째 아이에 대한 체벌문제를 놓고 벌어진 싸움이었다. 예쁜 네 살 인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미운 네 살이 되어가는 아들. 당장은 아니지만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남편과 절대 안 된다는 내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아이가 원하는 걸 말로 제대로 전달하고 소통하기 시작하면 점점 나아지는 줄 알았다. 이제 좀 컸으니 ‘수월하겠지’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크면 크는 대로 우릴 힘들게 했다.

“싫어, 정말 싫어!”

“엄마 너무해. 정말 너무해!”

“나 삐졌어!”

아이는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습관처럼 이런 말을 하고 소리치거나 장난을 치며 엄마, 아빠의 애를 태웠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앞뒤 보지도 않고 혼자 달려가 버리고, 조금만 통제하려 들면 길거리에 누워서 떼를 썼다. 조곤조곤 설명해주면 잘 알아들었는데, 다시 아기 때로 돌아간 것처럼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날이 많아졌다. 특히 뭔가 감정이 틀어진 상황에선 옆에 있는 동생을 꼭 건들었다. 동생을 화풀이 상대로 여기는 것처럼 밀치거나 치는 것 같았다. 그런 아이를 훈육하려고 하면 “엄마~ 다음부터 안 그럴게요오오~~”하며 애교를 피워 넘어가려 했다. ‘엄마를 갖고 노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는 꾀를 피우기도 했다.

부부싸움이 벌어진 날에도 아이는 걸어 다니는 동생을 밀쳤다. 동생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아이가 동생을 밀칠 정도로 기분이 상한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울음소리가 집안 가득 퍼지자 짜증이 솟구쳤다. ‘안 그랬는데, 왜 이렇게 변하고 심해지지.’ 늘 아이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전쟁 같은 육아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아직도 부족한가, 아니면 양육방식이 잘못됐나 생각이 많아졌다. 그 생각 끝에 체벌 이야기까지 이어진 것이다.

요즘 첫째 아이는 (예쁘지만)미운 네 살이다. 신발을 짝짝이로 신은 채 미운 네 살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아들. 독특한 패션 감각이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요즘 첫째 아이는 (예쁘지만)미운 네 살이다. 신발을 짝짝이로 신은 채 미운 네 살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아들. 독특한 패션 감각이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을 재운 밤. 냉랭해진 집안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체벌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체벌은 나쁜 것이라고 남편에게 뭐라고 설득할지, 체벌 대신 어떻게 아이를 훈육할지 등등. 전문가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아이는 미숙한 게 당연하다. 이해하고 기다려줘야 한다.’

‘체벌은 필요하지 않다.’

‘사랑의 매는 없다.’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매 맞았던 기억이 좋은 기억일리 없고, 어떤 매든 간에 통제하는 수단일 뿐 사랑의 매는 없다는 것. 어른이 된 나도 어릴 때 파리채로 맞았던 기억, 꿀밤 맞은 기억이 생생하다. 무슨 이유로 맞았다는 기억은 전혀 없고 맞은 기억만 남았다. 맞는 게 억울했지만 부모니까 참아야 했던, 울면 한 대 더 맞으니까 꾹 참았던 기억 말이다. ‘남편과 다시 말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아이들 옛날 사진을 쭉 봤어. 한결이 어릴 때 참 예쁘더라. 그때는 아이가 뭘 해도 차분하게 설명해주고 기다려주고 했는데... 지금은 애가 둘이라 우리도 힘들고 지치니까 설명하는 것도 포기해버리고, 아이만 말 안 듣는다고 그랬던 것 같아. 너무 미안했어, 우리가 변한 것 같아서... 그래서 말야, 앞으로는 더 기다려주고 사랑해주려고 마음먹었어.”

기다려주기, 이해해주기. 체벌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우리 부부는 더 많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감싸주기로 결론 내렸다. 네 살 아이가 말 안 듣는 건 성장 과정이고 당연하다. 장담하건데 크면 클수록 점점 더 말을 안들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부모라는 권력으로 아이가 부모의 바람대로만 행동하길 원했던 건 아니었는지. 아직도 아이일 뿐인데 “넌 오빠인데 동생에게 양보해야지”라고 하진 않았는지. 우린 아이를 계기로 부모나이 네 살인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기로 했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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