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덜 된 음식은 아이 성장에도 영향, 비위장 기운 북돋아야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가족이 닮는 것은 외모뿐만이 아니다. 체질, 체형, 입맛, 습관 등도 닮고 생활환경이 같다보니 앓게 되는 질환도 비슷하다. 그런데 병의 증상이 겉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면 오히려 치료가 더 수월하다. 특정 질환의 증상이 애매모호 하거나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증상이 함께 있는 경우, 일상생활에 불편할 뿐 크게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라면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식적(食積)과 담적(淡積)이 그렇다.
◇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불러오는 증상들
식체(食滯)란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흔히 ‘소화가 안 돼 체한 상태’를 이르는 말로 알고 있는데, 식체란 어린아이가 젖이나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먹어 비위(脾胃)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음식이 장위(腸胃)에 쌓이는 병증을 말한다. 증상으로는 배가 더부룩하니 부르고, 트림이 나고, 시큼하고 쉰내 나는 찌꺼기를 토하고, 식욕이 떨어진다. 대변 냄새가 지독하고 변비나 설사가 생기기도 한다. 배를 누르면 아프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식체가 만성화되면 식적(食積)이 된다.
이석진 아이조아한의원 성북점 대표원장은 “식적은 식체, 체증이 해소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거나 잘못된 식습관이 개선이 안 돼 비위(脾胃)를 기능적으로 방해하고 몸 안에 속열을 과하게 만들면서 여러 가지 증상을 불러오는 것”이라며 “이런 경우 식체의 일반적 증상 외에 다른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오래 가는 잔기침, 거래, 콧물, 코 막힘, 구강 호흡, 틱 증상, 변비, 성장통, 성장부진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고 말한다.
◇ 쌓여 있던 음식물이 부패하면 독소(담음)가 된다
◇ 쌓여 있던 음식물이 부패하면 독소(담음)가 된다
식적이 있을 때 오래가는 잔기침이나 가래, 콧물, 코 막힘 등을 단순히 호흡기 증상으로만 생각하면 치료가 잘 될 리 만무하다. 그때그때마다 증상을 가라앉힐 수는 있지만 얼마 못가 재발한다. 그리고 식적인 줄 모르고 그대로 방치하면 담적(淡積)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담적이란 체내에 오랜 기간 쌓여 있던 음식물 찌꺼기가 부패해 독소(담음)가 생기고, 이것이 결국 위와 장 조직을 굳게 하고 손상시키는 병증이다. 더부룩한 속, 소화불량, 잦은 트림, 구취 등 식적의 증상을 두루 갖고 있으면서 부종, 어지럼증, 두통, 만성피로, 어깨 결림, 근육통 등 전신증상과 근골격계 증상을 동반한다.
문제는 생활환경이 같고, 섭취하는 음식물이나 식생활 패턴이 비슷한 가족 중에서 아이는 식적, 부모는 담적을 갖고 있는 경우다. 아이들의 식적이 담적으로 진행되듯, 아이와 엄마의 체질이 닮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엄마들의 증상도 여기에 해당되는지 체크가 필요하다.
이석진 원장은 “간혹 부모님들 중에 이유 없이 매일 머리가 무겁고 어깨가 결리며 항상 피곤하다고 하면서 소화도 안 되고 늘 속이 더부룩하며 몸이 잘 붓는다고 호소하는 일이 있다. 육아 피로와 스트레스로 치부하기보다는 담적일지 모르므로 한의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만약 명치에서 배꼽까지 더부룩하고, 바르게 누운 상태에서 해당 부위를 두 손으로 꾹꾹 눌렀을 때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통증이 있다면 더욱 의심해볼 만하다.
◇ 식체에서 식적, 다시 담적(淡積)으로 이어진다
맵고 짠 음식, 기름진 음식을 주로 먹고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는 가족, 저녁 때 몰아서 과식 또는 폭식하는 가족, 야식을 자주 먹고 먹자마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이 있는 가족,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고 운동 부족인 가족, 체질적으로 비위(脾胃) 기능이 허약한 가족이라면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식적이나 담적으로 고생할 수 있다. 특히 어린 아이의 식적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청소년기 무렵 조기에 담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석진 원장은 “돌 이후에도 하루 1000ml 가까이 액상 음식을 섭취하거나 잠들기 전에 젖병으로 분유를 먹는 경우, 공복에도 올챙이배처럼 볼록한 경우, 입 냄새, 방귀 냄새, 대변 냄새가 심한 경우, 얼굴빛이 어둡고 피부가 거칠며 광택이 없는 경우, 금세 피곤해하고 짜증, 칭얼거림이 많은 경우, 늘 콧물을 훌쩍거리거나 기침이 오래 가는 경우라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 비위(脾胃) 기능을 회복시키고 기혈순환을 돕는다
식적과 담적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원인, 즉 만성적인 식체를 해결하기 위해 ‘비위장(脾胃腸)’의 기운을 북돋아 음식물의 소화부터 영양 흡수, 배변까지 모든 과정이 순조롭도록 도와야 한다. 이 때 어떤 증상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약의 처방을 달리하는데, 소화를 돕기 위해서는 평위산, 전신 통증을 동반한 경우에는 오적산, 배변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대황도체탕 등을 쓰게 된다. 한약 외에 중완혈 등에 침 치료나 뜸 요법, 첩부 요법을 사용해 비위의 기능을 북돋우고 기혈순환을 돕는다. 어린아이의 경우 마사지도 병행하면 좋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병이 찾아오기 전 예방하는 것이다. 어린 아기라면 늦어도 생후 9개월 이후에는 밤중수유를 중단해야 한다. 평소 규칙적인 시간에 천천히 식사하며, 적절한 신체활동을 통해 소화를 돕는다.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기름진 메뉴보다는 담백한 고기, 흰 살 생선, 뿌리채소, 신선한 제철 과채 등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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