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원장의 눈으로 본 '어린이집 비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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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원장의 눈으로 본 '어린이집 비리' 논란
  • 칼럼니스트 주혜영
  • 승인 2018.11.07 16: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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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보육과 민간보육이 함께 병행되며 가는 선순환
보건복지부가 오는 12월 14일까지 전국 약 2000개 어린이집에 대해 집중점검을 실시한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정치하는엄마들과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가 개최한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보건복지부가 오는 12월 14일까지 전국 약 2000개 어린이집에 대해 집중점검을 실시한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정치하는엄마들과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가 개최한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나는 어린이집 원장이다. 요즘은 누군가 나의 직업을 물으면 어린이집 원장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최근에 어린이집 및 유치원 문제로 인해 너무 세상이 떠들썩하자 친적들도 가끔 전화가 온다. “너 괜찮니?” “….” 내가 뭐 어쨌길래? 나를 아는 지인들도 어린이집에서는 뭔가 안 좋은 일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하물며 나를 아는 사람들도 이럴진대, 일반 사람들은 모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의문이 든다. 나는 9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오히려 정부와 공무원들에 대한 원망과 불신이 커졌다. 그것은 내가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불합리한 구조와 제도 속에서도 그 규정을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답답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내용의 이면은 무엇이며, 그들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무엇이 이런 문제를 야기하였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 8년간 최저임금 39. 6% 인상에 보육료는 9% 인상

보육료는 나라가 부모에게 지원하는 것이지 어린이집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영유아는 국가로부터 1인당 약 28만 ~ 30만 원 정도를 부모 통장으로 직접 지원받아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결제하고 있으며, 각 어린이집에서는 추가로 약 15만 ~ 20만 원을 특별활동비와 기타경비 항목으로 수납할 수 있다.

우리 시의 경우 어린이집에 다니는 유아는 정부지원금을 포함해서 50만 원 정도를 매월 결제한다. 우리 어린이집의 경우 80명 정원에 원장을 포함해 보육교직원만 10명이며, 차량기사, 조리사까지 합하면 12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만 0~2세 유아 비율이 더 높은 어린이집의 경우 더 어린 아기가 있기 때문에 더 낮은 교사 대 영유아 비율로 운영되기도 한다.

어린이집 회계의 대부분은 부모가 내는 보육료로 운영되고 있는데, 성인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영유아를 돌보아야 하는 특성상 인건비 비율이 전체회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0여 년간, 부모에게 지원되는 보육료는 상승하는 인건비와 물가인상을 따라가지 못한 채 2011년부터 4년째 동결되어 오다가 2015년, 2016년, 2017년 해마다 약 3% 정도만 인상되었다. 이 시기 최저임금이 39. 6% 인상되는 동안 보육료는 9% 인상만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호소하는 것이, 원장이 자기 밥그릇 챙기려고 징징거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운영에서 더 어려운 점은 보육료(30만 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항목과 부모부담금(20만 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을 어린이집 회계규정으로 묶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80명에게 30만 원의 보육료를 가지고 11명의 직원들 월급 주고, 아이들 먹이고, 전기료 내고, 4대보험이며, 공과금 내고 나면 원장 월급 내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부담금(20만 원)에서 운영비로 쓸 수 있는 돈은 운영위원회의 회의를 거쳐도 약 15% 안쪽에서 사용해야 하는데, 지출항목이 묶여 있다. 이러한 문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운영상의 어려움을 가져온다.

◇ 교재비를 줄이고 교사를 더 채용하는 운영은 합법일까?

양질의 보육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낮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이라고 본다. 여유롭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면 교사는 좀 더 안정적이고 느긋하게 아이들과 상호작용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집의 만 3세 유아의 법정 인원은 유아 15명당 교사 1명이다. 영국은 같은 연령의 경우 1: 8 수준인데(2014, 보육정책토론회 자료 참고) 우리나라는 여기에 비하면 한 교사가 두 배 가까이 많은 유아를 돌보는 것이다.

만약 원장이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줄이기 위해 교사를 더 많이 배치하는 대신 교재비용을 아낀다면 불법일까 합법일까? 결론은, 경비를 적절한 항목으로 사용하지 않아서 구청으로부터 행정조치를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인건비는 운영비에서 지급되어야 하고 교재비는 부모부담금에서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 항목을 잘못 사용한 것은 매우 심각한 위법이다. 부모로부터 받는 비용을 인건비로 썼기 때문이다.

숲활동을 위주로 하는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나 외부 키즈카페 견학과 같은 활동을 줄여서 비용을 아끼고, 숲해설가와 보조교사를 더 많이 고용하여 외부활동의 안전성에 비중을 두는 운영을 한다면 불법일까 합법일까? 이 또한 운영비에서 쓸 수 있는 항목과 특별활동비에서 쓸 수 있는 항목의 지출상한선이 정해져 있어서 사실상 이렇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운영에서 무리를 두어야 한다.

◇ 기업회계 잣대를 어린이집 시스템에 도입… 과도한 회계 서류

2년 전 나는 구청의 지도점검에서 시정명령을 받았다. 어린이집 시정명령은 쉽게 말하면 벌점과 같은 것이라, 시정명령을 받은 어린이집은 공공형 어린이집이나 열린 어린이집 선정, 기타 혜택에서 불이익이 있다.

시정명령의 근거는 교사 급여명세서 미제출이다. 교사에게 매월 같은 날에 꼬박꼬박 급여가 이체된 내용이 있고, 통장 사본과도 대조하고, 어린이집 회계관리 회사로부터 내용을 점검받고 있었으나, 급여명세서를 주지 않고 사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으로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교사 급여가 지급된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명세서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 시정명령의 이유이다.

어떤 어린이집은 생태활동으로, 원에서 아이들과 국산콩으로 만든 된장을 만들었는데, 유통기한 표시가 없는 된장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 어린이집 감사에서 지적된 숫자 안에는 이러한 서류 미비나 사소한 것들도 많은 비율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기업의 회계 잣대를 어린이집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으니 아이를 돌보는 일보다 때로는 서류 만드는 일로 교사와 원장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에 있는 어린이집이 지도점검에서 지적받은 내용은 실제로 이렇게 황당한 내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 함께 가야 할 두 가지, 공공성 확보와 다양성 인정

물론 분명히, 회계부정이나 아동학대 문제 등 도덕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기관은 처벌을 받아야 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적절한 지도감독도 필요하다.

그러나 비합리한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외면한 채 어린이집을 범법자 집단으로 치부하고 신고를 부추기는 문화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적인 관계에 치명적인 실수이다. 이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 부모를 불안하게 만들고, 유아교육기관의 불신, 교사와 원장 간의 불신을 부추기는 행위이다.

대부분의 운영비용을 나라에서 지원받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낮은 보육료로 아이를 맡길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대기자가 넘치지만, 민간 어린이집은 서비스 경쟁을 해서 아이들을 유치해야 하는 위치다.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통해 자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세상에서, 아이들 급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아동학대 문제를 일으킨 어린이집은 감사에서 지적되지 않더라도 그 문제가 지속적으로 은폐될 수 없다. 어린이집은 동네에 소문이 잘못나면 회복할 수 없고,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의 확충을 통해 보육의 공공성은 분명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 정당하지만, 몇몇의 비리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있다고 해서 모든 민간 교육기관을 억누르고 개별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유아교육도 획일화된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민간 어린이집의 적절한 경쟁은 더 나은 보육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창출해낸다.

‘어린이집은 비리가 있다’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고 의심의 눈초리를 가진 부모님들을 상대하며, 아이들과 무슨 신명나는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정부는 민간 어린이집의 다양한 운영방식을 인정하고, 모든 어린이집을 비리집단으로 몰고 가는 식의 행정은 지양하여야 한다. 오히려 운영의 자율적인 측면을 더 허용하고 민간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더 좋은 보육활동을 창출해내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칼럼니스트 주혜영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어린이집에서 본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동인권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어린이집 운영 이후 숲생태유아교육과 유아교수방법 등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창립멤버로서 12년째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현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연구회에서 공부한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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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1-11 07:50:44
어린이집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이루어질때 원장은 소신있는 교육을 부모들은 믿고 맡기는 보육 풍토가 서게 되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