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의견 반영한 놀이터, 왜 우리는 못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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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의견 반영한 놀이터, 왜 우리는 못 만들까?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11.13 07: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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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놀이터 DIY 프로젝트 활발...우리는 일부 시민단체서 캠페인으로 진행할 뿐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서울 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엄이 9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날 놀이터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이 참석해 열기가 뜨거웠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 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엄이 9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날 놀이터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이 참석해 열기가 뜨거웠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놀 권리는 어린이가 공동체에서 처음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놀이는 자연에서 삶을 배우는 방법이며, 어떤 공동체도 이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이 권리를 침해하면 시민의 몸과 마음에 치유할 수 없는 해를 가하게 된다.” (오웬 로이드 영국 웨일스 보육놀이유아국 정책관)

9일 오후 1시 30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서울특별시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로 서울 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엄, ‘놀고 싶은 서울, 놀이터의 미래를 말하다’가 열렸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오웬 로이드(Owain LLOYD) 영국, 웨일스 보육놀이유아국 정책관은 1925년 유일한 웨일스 출신 영국 수상, 데이빗 로이드 조지(Dacid Lloyd George)의 말을 인용해 아이들의 놀 권리를 강조했다.

오웬 로이드는 “웨일스는 유엔아동권리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UNCRC”)을 법으로 도입한 세계 최초의 국가다. 웨일스 정부는 모든 활동에 있어 UNCRC를 고려해야 한다. 이는 UNCRC 제31조인 놀고 쉴 권리를 포함한다”면서 “웨일스가 놀이 분야에 있어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음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웨일스는 제31조에 의한 어린이의 권리를 존중할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놀이를 명문화했다. 지방 당국들은 관할지역의 가족들의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 놀이 기회가 충분한지 평가하고 이를 확보해야 한다. 웨일스 정부는 2004년 UNCRC를 정식으로 채택하고 UNCRC의 원칙을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적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왼쪽) 오웬 로이드(Owain LLOYD) 영국, 웨일스 보육놀이유아국 정책관과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왼쪽) 오웬 로이드(Owain LLOYD) 영국, 웨일스 보육놀이유아국 정책관과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웨일스 놀이 정책에는 "놀이는 모든 어린이의 신체적, 사회적, 정신적, 감정적, 창의적 역량 개발에 있어 매우 중요하며 사회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육성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수준의, 정부에서 내리는 결정은 그 결정이 어린이의 놀 기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려져야 한다"고 오웬 로이드는 설명했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서울시에서 2014년 시작한 창의어린이놀이터 정책에 대한 긍정적 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김 교수는 “아동은 창의놀이터에서 기존놀이터보다 구성 및 상상놀이를 더 많이 했고, 대소근육을 움직이는 행동을 더 많이 했다. 특히 물모래 놀이영역이 있거나 자연물 활용이 쉬울 때 구성 및 상상놀이를 더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바깥놀이터를 설치할 때 주민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과 모래놀이영역은 적극 설치돼야 할 것”이라면서 “창의어린이놀이터는 더 활발히 지속되고 확대돼야 하며 놀이터 조성 시 아동놀이 행태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놀이터 담당 공무원이나 놀이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 놀이 관련 교육이 지속해서 이뤄져 놀이터의 설치와 관리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 내 바깥놀이의 중요성 및 활성화, 질 높은 놀이터에 대한 인식 확산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모든 아동은 차별 없이 놀 권리를 누려야 한다”

조윤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한국아동종합 실태조사 결과, 한국 아동의 삶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고 아동 결핍지수는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조윤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한국아동종합 실태조사 결과, 한국 아동의 삶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고 아동 결핍지수는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에게 놀이는 숨쉬기와 같습니다. 우리에게 놀이는 밥이고 물이며 자유이고 행복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동들의 놀 권리를 빼앗고 있습니다. 제발 놀 권리를 돌려주세요.”

조윤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후보자에게 아동들이 직접 만든 공약을 제안하기 위해 진행했던 ‘미래에서 온 투표’ 캠페인에 참여한 한 아동의 말을 전하며 아이들에게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한국아동종합 실태조사 결과, 한국 아동의 삶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고 아동 결핍지수는 가장 높았다. 특히 한국아동들은 ‘여가생활부문’에서 가장 심한 결핍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실제로 초등학생의 80%는 사교육을 받고 있고, 초·중·고등학생의 54.3%는 평일 여가 시간이 2시간 미만이다. 이런 심각한 ‘놀이 실조’ 상황은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 현실과 맞물려 한국 아동을 불행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사회의 극심한 경쟁과 사교육이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의 ‘놀 권리’를 침해한다며 한국 정부에 시정을 거듭 권고한 바 있다”면서 “거주지역, 보호자의 소득, 보호 형태, 성별, 나이,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아동은 차별 없이 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이명 두리공간연구소 연구실장은 충분히 노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평일에 규칙적으로 놀고, 다양한 위계의 놀이공간을 사용하고 주말이나 평일 1~2일에 몰아서 놀거나 틈틈이 노는 아이들의 경우 이들의 놀이시간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이명 두리공간연구소 연구실장은 충분히 노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평일에 규칙적으로 놀고, 다양한 위계의 놀이공간을 사용하고 주말이나 평일 1~2일에 몰아서 놀거나 틈틈이 노는 아이들의 경우 이들의 놀이시간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이명 두리공간연구소 연구실장은 아이들이 동네에서 걷고 있는 경로 속에서 놀이가 전개되는 패턴과 시간과 공간 사용의 관점을 연구한 결과를 공개했다.

최 실장은 “충분히 노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평일에 규칙적으로 놀고, 다양한 위계의 놀이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말이나 평일 1~2일에 몰아서 놀거나 틈틈이 노는 아이들의 경우 이들의 놀이시간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놀이터까지의 거리가 가깝다면 유리한 조건임에 틀림없지만, 규칙적인 놀이시간의 확보는 예상보다 다양한 공간을 통해 충족될 수 있다. 집 주변 놀이장소가 부족한 경우 학교의 활용 가능성과 제3의 공간(골목, 공터 등)의 이용에 따라 공간적 불리함이 극복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김은정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은 2015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놀이터 공간개선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 지역을 다니며 놀이터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수집한 내용을 전했다.

김 부장은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드는 거니까 어른들이 그냥 알아서 마음대로 하는 것보다 우리와 생각을 한번 같이 해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라는 의견은 대표적인 아동 공간인 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에서조차 아이들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며 “세이브더칠드런이 놀이시설 자체를 우선시하기보다는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아이들이 개선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놀이터 공간 개선을 진행하게 된 이유”라고 소개했다.

이어 2015년 중랑구 세화놀이터, 2018년 노원구 마들체육공원 초록숲놀이터(통합놀이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동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 진행하고 있는 아동의 놀 권리 증진 캠페인 '놀이터를 지켜라' 캠페인 내용을 전했다.

◇ 독일·네덜란드·호주·일본의 놀이터 살펴보니...아이들 아이디어와 요구 적극 반영

(왼쪽 맨위부터) 비앙카 리그너(Bianca LOEGNER), 앙켈리카 뵈트허(Angelika BOTTCHER), 레넛 코르탈스 알터스(Renet KORTHALS ALTES), (오른쪽 위) 마커스 베르만(Marcus VEERMAN), 나카니시 가즈미(Kazumi NAKANSHI)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왼쪽 맨위부터) 비앙카 리그너(Bianca LOEGNER), 앙켈리카 뵈트허(Angelika BOTTCHER), 레넛 코르탈스 알터스(Renet KORTHALS ALTES), (오른쪽 위) 마커스 베르만(Marcus VEERMAN), 나카니시 가즈미(Kazumi NAKANSHI)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그렇다면 해외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놀이터가 만들어지고 있을까.

비앙카 리그너(Bianca LOEGNER) 독일 볼프스부르크 청소년복지국 아동청소년 상임위원은 “아동 및 가족 친화적인 생활 환경은 도시지역 거주지 선정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항목”이라고 말했다.

볼프스부르크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과 청소년들의 권리를 도시 차원에서 이행하기 위해 2012년 독일 아동친화도시사업(CFCI, Child Friendly City Initiative)의 일환으로 진행된 아동친화도시 인증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이행계획의 목표는 아동과 청소년의 참여 구조를 확대 및 강화하고 요구에 기반한 참여의 형태를 도입하고 볼프스부르크에서의 참여기회를 확대했다.

앙켈리카 뵈트허(Angelika BOTTCHER) 독일 볼프스부르크 청소년복지국 아동청소년 상임위원은 “아동청소년국 및 공원관리과 직원뿐 아니라 담당 조경사가 도심지역 놀이터 계획 수립에 참여한다. 모형구성을 통해 어린이들은 자신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바를 바탕으로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를 만들 수 있다. 조경사는 어린이들의 요구에 따라 놀이기구를 배치하고 초안을 작성한다. 작성된 초안을 초기 계획단계에 참여한 아이들과 부모, 지역 정치가에게 제시하고 변경사항이 없다면 아이들의 아이디어에 따라 놀이터를 건설한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레넛 코르탈스 알터스와 마커스 베르만은 지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는 놀이를 통한 스킬 개발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레넛 코르탈스 알터스(Renet KORTHALS ALTES) 네덜란드, MakeSpace4Play 컨설턴트 및 오너는 21세기 아동들은 로봇화, 도시화, 기후변화와 직면해 도전해야 할 과제로 봤다. 해결책으로 “놀이를 위한 차별화된 녹색공간의 통합설계 기법을 활용해 3가지 도전과제 모두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30년 후면 기계, 로봇이 우리 아이들보다 더 스마트해 질 것이다. 미래 세대의 아이들은 차별화된 스킬을 개발해야만 기계나 로봇과 경쟁할 수 있다. 지식에 집중하는 것은 그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놀이는 어린이들의 삶에서 가장 덜 노출된 측면 중 하나지만 다음 세기에 가장 필요로 하게 될 스킬을 개발하는 데에 놀이가 기여하는 잠재력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마커스 베르만(Marcus VEERMAN) 호주, Playground Ideas 설립자 및 대표이사는 "놀이터 DIY(DO it yourself) 프로젝트가 사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플레이그라운드 아이디어는 놀이터 건설에 관련된 설계, 작업방법서와 온라인 지원을 무료로 제공해 전 세계 커뮤니티가 현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자재만을 이용해 아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놀이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했다.

그는 “한국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다는데 이는 아이들이 모여 상호 교류할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향후 갖게 될 직업의 85%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다. 향후 50년 이내 현저한 변화를 겪게 될 텐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 줘야 하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다양한 놀이는 21세기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제시할 수 있다. 놀이의 기회는 놀이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정부, 기업뿐 아니라 학교와 가정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놀이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놨다. 한편, 2007년부터 지금까지 DIY 모델을 사용해 2525개 이상의 놀이터가 마련됐고 이는 약 140만 명의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됐다.

나카니시 가즈미(Kazumi NAKANSHI) 일본, 세타가야 플레이파크 플레이워커는 40년 전, 1979년 ‘국제 아동의 해’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하네기 공원에 일본 최초 상설 모험놀이터 ‘플레이파크’가 탄생해 개장 당시부터 지역주민과 지자체가 활동에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플레이파크는 어린이들의 주체성을 존중해 어린이들 스스로 하고 싶은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한 놀이터로, 어린이들을 사이에 두고 지역 주민들이 서로 알게 되고 교류하고 서로 돕는 육아 환경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는 플레이워커로서 지난 40년 동안 이어온 활동을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도 놀이의 바람을 일으키면서 ‘서로 알고, 교류하고, 서로 돕는’ 장으로서 모험놀이터 활동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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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 2018-11-13 12:10:57
우와~ 저도 이날 포럼에 참석했는데요.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정리를 정말 잘 해 놓은 기사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