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주의자 우리 아이? 싸우는 걸 싫어해요
평화주의자 우리 아이? 싸우는 걸 싫어해요
  • 칼럼니스트 윤정원
  • 승인 2018.11.20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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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를 알고 하는 교육] 갈등을 회피하는 건 아닐까요?

Q. 저는 7세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 아들은 친구들과 싸우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 상황이 되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않고 친구들에게 맞춥니다. 수동적인 행동이 배려하고 이해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너무 참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입니다.

친구들과 놀이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관전을 즐기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놀면서 생기는 다툼이나 갈등이 싫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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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을 회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인간의 무의식을 발견한 정신분석가 프로이드는 일 : 일, 혹은 일 : 다수와 관계를 잘 할 수 있으려면 심리적 발달 단계에서 성취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영아가 양육자인 엄마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이후 유아로 성장하면서 제3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아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데, 세 명의 관계를 경험해보지 못한 유아에게는 새롭고 낯설며 알 수 없는 영역에 해당됩니다.

생후 갈등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기어 다니는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서로 "이리 와"라고 외친다면 아이는 어떨까요. 그 순간은 익숙한 애착 대상에게 가겠지만 성장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서 선택해야 할 때, 갈등의 순간에 아이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엄마와 유독 친밀하고 아빠는 밀쳐내는 아이가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엄마-아빠-아이 셋이 모두 잘 어우러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유아가 최초로 경험하는 사회라 할 수 있으며, 갈등을 경험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해나가게 됩니다. 갈등의 상황을 피하게 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므로 평화를 유지하겠지만, 갈등을 잘 해결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프로이드가 말하는 심리적 발달에서 성취해야 하는 것은 자신과 반대 성, 혹은 동일한 성의 부모와 잘 지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 어떻게 하면 셋이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놀이 상황을 보면, 둘이서는 잘 노는데 셋 이상만 되면 싸우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에게도 스트레스이지만 아이들은 때론 감당하기 힘든 심리적인 고통을 느끼기도 합니다. 잘 노는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말의 이중 의미는 '아이가 셋 이상의 친구들과 놀이가 원만한가'입니다.

그렇다면 왜 셋이 중요할까요? 아이의 탄생은 엄마와 아빠의 결합의 결과물로 셋이 되고, 또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라 할 수 있습니다. 둘의 경우 의견이 동일하거나 다를 경우 조율의 여지가 없겠지만 셋은 조율과 중재가 필요하게 됩니다. 셋 이상의 사람들과 지내면서 발생하는 다른 의견, 갈등을 조율하는 것은 관계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상식적으로 사회성은 다수의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엄마-아빠-자신의 삼각구도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되는데, 이는 모든 관계에 기본이 되며 셋 이상의 또래 집단에서도 원만하게 지낼 수 있게 됩니다. 

◇ 놀이에 대한 생각을 확장해볼까요?

질문자님의 아이가 또래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관전을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야구라는 스포츠는 직접 하는 선수와 관람하는 사람들이 야구를 즐긴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야구를 직접 해야만 즐기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대체적으로 부모의 입장은 아이가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인싸'(insider)-'아싸'(outsider)의 이분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놀이를 지켜보는 아이는 '아싸'(outsider)로 보이게 되지만, 놀이의 개념과 의미를 확장한다면 지켜보면서 놀이의 재미를 함께 느끼고 있는 아이는 '인싸'와 '아싸'의 중간쯤에 자리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이 중요한데, 놀이에 참여하라고 강요하거나 아이가 친구들의 놀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면 아이는 자신에 대한 인식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놀이의 본질적인 재미를 느끼는 질적인 면은 축소되고 형식 혹은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의 내적 만족보다도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놀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개념의 확장은 아이의 성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수동적인 아이에게는 수동적으로 대응해주세요

아이가 소극적이며 수동적이라면 반대의 개념으로 적극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접근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수동적인 아이의 특성을 잘 이해한다면 오히려 동질적으로 반응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수동적인 아이의 놀이 특성

▲탐색하는 시간이 길다. ▲충분히 이해가 되어야 시작한다.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권유나 제안을 하면 오히려 더 주춤한다. ▲자신의 정서가 편안하게 안정될 때 할 수 있다. ▲시작만 하면 집중하며 몰입할 수 있다. 

부모의 적극적인 반응이나 유도는 아이를 더 움츠러들게 만들 수 있으니 기다려주면서 감정을 읽어주는 자연스러운 태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들의 놀이에 참여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면 “얼른 가서 같이 놀자고 해봐! 엄마가 가서 말해줄까? 네가 이러고 있으니 친구들이 너를 안 부르지”라고 하기보다는, “친구들이 무슨 놀이를 하고 있니? 어떻게 보여? 좀 지켜보면서 ○○가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라는 대화는 아이가 상황을 살피고 파악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놀이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을 수 있는데, 기다리다 친구들의 놀이가 끝나버리거나 타이밍이 맞지 않아 놀이에 합류를 못할 수도 있지만 아이는 시행착오의 경험들이 충분해지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부모의 유연하고 적절한 반응이라 하겠습니다. 부모의 심리적 지지와 애정과 관심을 충분히 담은 수동성이 아이의 능동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 의과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한양아동가족센터 상담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람과 예술을 경험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해에 기본이 될 수 있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오늘도 마음과 귀를 열고 듣고 담을 준비가 돼 있는 미술심리치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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