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보는 게 너무 힘듭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손자 보는 게 너무 힘듭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 칼럼니스트 이기선
  • 승인 2018.1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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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어떻게 이해할까] 걷기의 심리적 환경

Q. 첫돌 지난 손자를 보는 할머니입니다. 딸애(아기 엄마)가 전문직이라 일이 많은 편입니다. 퇴근해 집에서도 계속 일하느라 아기를 볼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저는 내 집에도 못 가고, 손주 안고 재우면서 딸네 집에서 자는 날도 있곤 합니다.

딸애가 바쁘고 힘든 줄은 알지만, 밤늦게까지 손자를 보는 일이 정말 힘겹습니다. 그렇다고 열심히 일하는 딸에게 손주를 보라고 말하기도 안쓰럽지만, 힘에 부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게다가 손주가 한창 걸으려고 할 때라 종일 밖에 나가려고 하는데, 몸은 마음 같지가 않답니다. 애엄마한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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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요즘은 조부모육아가 증가하면서, 조부모들도 부모교육을 받곤 합니다. 조부모는 부모와는 달리, 손자녀에 대한 책임감에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에, 조부모의 양육은 부모보다 관대하고 애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시어머니보다는 친정어머니는 딸이 안팎으로 바쁘게 사는 것을 보면서 딸을 도와주려는 의도로 외손주 양육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머니의 양육은 아기 엄마인 딸에게는 대리양육자로서는 최고의 1순위자일 것입니다. 외할머니의 양육은 아기 엄마 입장에서는 너무나 좋겠지만, 이것이 곧 아기에게도 최상의 양육환경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례로, 할머니들은 엄마들보다는 신체적 에너지가 아주 많이 딸립니다. 그런 이유로 한창 걷기를 연습하려는 아기가 밖으로 나가자고 할머니 손을 잡아끌 때, 할머니들은 엄마들처럼 따라다니기는 힘이 듭니다. 그러다보면 할머니들은 자연스레 옛날 방식으로 아기를 업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할머니가 업어주면 아기는 할머니 등이 따뜻하고 포근하지요. 아기는 어느새, 할머니 등에서 잠이 들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할머니는 아기를 내려서 누이고 재우게 되지요. 그러다보면 아기는 걷기연습의 기회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습을 못하는 것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방치가 되면 걷기능력에 저해를 받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아기는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립니다. 아기는 후각이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엄마 냄새를 금세 알아챕니다. 분명히 엄마 냄새가 났는데, 엄마는 보이지를 않습니다. 아기는 엄마 냄새를 맡기 때문에 엄마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엄마를 부르짖으면서 우는데, 엄마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딸애가 일하는 데 방해가 될까봐, 또는 딸애가 쉬는데 피곤할까봐 손주를 업고 나가십니다.

그러면 엄마는 편안히 일을 하거나 쉴 수는 있겠지만, 이 때 아기는 엄마에 대한 심리적 부재감을 느끼게 됩니다. 물리적으로는 분명히 엄마가 있지만 아기의 마음에 엄마 모습이 기억되지 않으면, 이런 경우를 심리적 부재감이리고 합니다. 최근에 아동은 부모의 심리적 부재감 때문에, 문제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리적인 부재감은 매우 바쁜 엄마들의 아기에게서 나타납니다. 엄마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은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것은 맞지만, 아기는 바쁜 엄마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아기는 엄마 냄새를 맡으면서 안정감을 찾기 때문에, 엄마는 퇴근 후 집에 와서는 아기랑 놀아주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엄마가 제일 먼저 아기를 안아주고, 어루만져주고, 같이 목욕하고 같이 자는 시간을 가지면서, 아기는 엄마와 함께 하는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할머니세대는 가사와 육아에 매여서 사회적으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살았던 당신들의 삶에 그 나름의 회한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차에 공부도 많이 하고, 사회적으로 유능한 딸이 아기 때문에 집에 매이는 상황을 싫어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이 없으려면, 당신이 육아라도 도와줘야겠다고 생각을 하시죠. “애는 내가 봐줄테니까, 너는 일해라”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할머니와 엄마의 생각입니다. 아기는 엄마를 만나고 싶습니다. ‘엄마, 나, 걸을 수 있어. 자, 봐봐. 나, 잘하지? 엄마, 거기 있어. 나, 엄마한테 혼자 갈 수 있어.’라는 눈빛으로 엄마에게 다가오고 싶어 합니다. 엄마가 자기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라봐주기를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그런 아기에게 “할머니랑 해. 엄마는 바빠”라고 하면, 아기는 걸을 맛이 나지 않습니다. 잘 하던 것도 하기 싫어집니다. 엄마가 환호를 해주고 볼을 비비면서 기뻐해주어야 걷고 싶고, 엄마한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요.

퇴근 후에는 할머니도 쉬시도록 육아퇴근을 시켜주시고, 할머니도 엄마 자리를 내어주세요. 그 때부터는 엄마랑 놀이하는 시간을 한껏 갖는 것이 아기에게는 걷기에 필요한 최상의 심리적 환경이랍니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로 있다. 토브언어심리상담센터의 부모교육상담가,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자녀와 싸우지 마라」 「봄의 요정 보미」 등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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