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도 아이들에게 교육이 될 수 있다?
부부싸움도 아이들에게 교육이 될 수 있다?
  • 칼럼니스트 노승후
  • 승인 2018.11.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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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아빠의 독립육아] 싸울 때는 아이들의 감정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여느 때처럼 아내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저녁을 준비해놓았습니다. 아내는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로 요즘 매일 야근이었습니다. 눈 밑에는 시커먼 다크서클이 보이고, 말하지 않아도 얼굴에는 힘듦이 가득했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퇴근하는 엄마에게 달려드는 아이들을 밝은 모습으로 안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 네 식구의 늦은 저녁 시간. 저도 그날은 하루 종일 신경 쓰는 일도 많았고 좀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이런 날은 부부가 서로 조심하고 최대한 안 부딪혀야 하는데 저는 그만 아내에게 사소한 짜증을 내고 말았습니다.

발단은 전화통화였습니다. 낮에 아이의 학교 일정과 관련해서 급하게 아내와 통화할 일이 있었습니다. 근데 아내는 회사에서 바쁜지 몇 번의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도 무시했었습니다. 결국 일은 해결되었지만, 아내에게 오늘 뭐가 그렇게 정신없었는지 조금 따져 물었습니다.

"아니, 아무리 바빠도 그렇게 연락을 하면 나중에라도 전화를 줘야지,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저도 모르게 말투에 짜증이 살짝 들어가 있었습니다. 아내는 저의 말에 갑자기 무섭게 쏘아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미리 이야기를 했어야지,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점심도 못 먹었는데 왜 그렇게 사람을 닦달해?"

"아니 아무리 바빠도 1분도 시간이 안 나는 거야? 너 때문에 계속 기다렸잖아."

엄마, 아빠의 언성이 높아지자 아이들은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눈치챘지만, 한번 터진 화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식사가 대충 끝난 아이들은 알아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이 없으니, 이제는 목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그렇게 오 분 정도 말싸움을 하고 냉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도 싸우고 나니 바로 후회의 마음이 들었지만,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을 정도로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들이 걱정이 돼서 살며시 방문을 열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표정은 긴장되고 불안한 표정으로요. 큰딸에게 물었습니다.

"딸아, 아빠, 엄마가 싸워서 미안해."

딸은 대답했습니다. 

"아빠, 아까 들으니까 아빠가 엄마에게 조금 심한 말을 한 거 같아. 엄마가 상처를 받았을 거 같아."

"그래? 아빠도 조금 화가 났었나봐. 그런데 너는 지금 무슨 글을 쓰니?"

"응, 오늘 엄마, 아빠가 싸운 거에 대해서 일기를 쓰고 있어."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갑자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이는 오늘 저희 부부의 말싸움에 대해서 장문의 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왜 아빠, 엄마가 싸우게 됐는지, 본인의 느낌은 어땠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문득 저의 어린 시절, 부모님의 부부 싸움이 떠올랐습니다. 한밤중,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며 자는 척을 했지만, 저는 밤새 어머니와 아버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굉장히 무서웠고 공포스러웠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당장 일어날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자, 우리 때문에 긴장한 아이들에게 무척 미안해졌습니다. 아이들이 잠시 동안이라도 얼마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무서웠을지를 생각하니 말이죠. 부부싸움은 아이들 앞에서는 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랬으니까요. 

바로 거실로 나가서 아내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여보, 오늘 내가 좀 신경이 날카로웠던 거 같아. 화낸 거 미안해."

아내도 저의 사과를 바로 받아주었습니다. 

결국 짧은 부부싸움은 이렇게 무사히 끝났습니다. 잠시 뒤에는 방금 전까지 싸운 사람들이 맞냐는 듯이 깔깔대며 웃었고요. 다시 부드럽게 풀린 엄마, 아빠의 목소리에 아이들도 그제야 거실로 나왔습니다. 

"엄마, 아빠 이제 다시 화해했네요. 잘했어요."

큰딸이 다행이라는 듯이 말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딸아, 엄마, 아빠도 가끔 싸울 때가 있어. 너네 자매들도 자주 싸우잖아. 싸우고 화해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그러잖아. 엄마, 아빠도 마찬가지야. 그러면서 사는 거야. 그러니 이해해줄 수 있지?"

"네. 저희도 이제 자주 싸우지 않을게요. 그리고 싸우면 금방 화해할게요."

"그래, 사람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다툼도 필요해. 싸우고 나면 더 친해지니까. 지금 엄마, 아빠처럼 말이야."

그렇게 가족의 위기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부가 싸우는 모습을 최대한 안 보여주는 게 좋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아이들에게 잘 이해시켜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부 싸움이 아이들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는 우리들의 지난 경험을 돌이켜봐도 분명하니까요. 

부부는 평생 싸우면서 살아갑니다. 정이 있어야 싸운다는 말도 있습니다. 정이 있으니까 아웅다웅 싸우면서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싸울 때는 반드시 아이들의 감정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러면 싸움의 강도도 줄어들고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줄어드니까요.

*칼럼니스트 노승후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TX조선, 셀트리온 등에서 주식, 외환 등을 담당했으며 지금은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5년째 두 딸을 키우며 전업 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일과 가정 모두를 경험해 본 아빠로서 강연, 방송, 칼럼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빠, 퇴사하고 육아해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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