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잡월드'에 가기로 한 약속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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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잡월드'에 가기로 한 약속을 취소했다
  • 칼럼니스트 엄미야
  • 승인 2018.11.27 1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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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야의 일하는 엄마의 눈으로] 이런 조기교육, 어떤가요

“○○ 엄마, 이번주 토요일에 애들이랑 공연 보러 갈까요?”

둘째 아이 친구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함께 보낸 사진을 보니 ‘한국잡월드’에서 하는 어린이 공연이다. 

잡월드. 어린이, 청소년 직업체험관인 잡월드는 최근 소속 교사들이 파업 중이다. 잡월드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처음 뜨는 팝업창에 이렇게 적혀 있다.

“최근 한국잡월드에서 예고 없는 파업으로 인해 체험에 차질이 생겨서 죄송합니다. 한국잡월드는 고객 여러분의 불편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잡월드는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하기관이다. 비정규직이던 교사들을 정부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그 약속을 어긴 것에 항의하며 파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사를 좀 더 찾아보니 마흔 명이 넘는 교사들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하다. 솔직히 그곳을 방문했을 때 농성이라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하는 것도 그렇고, 파업을 하고 있다니 시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을 것 같아 불편할 것 같고, 특히 선생님들이 끼니를 끊고 파업을 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곳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용한다는 것이 내키지가 않는다. 

그녀에게 답을 보냈다.

“그런데 지금 잡월드 직원들이 고용문제로 파업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어쩔지 모르겠네요.” 

그러자 답장이 왔다. 

“네. 저도 알고 있어요. 비정규직들이 파업하더라고요.”

“여기(한국잡월드) 정말 좋은 덴데, 우리나라 고용의 질이 너무 낮아서 걱정이긴 해요”

“우리 애들 사회 나갈 땐 좀 나아지려나 몰라요”

아, 이 엄마도 알고 있었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구나. 안도감이 들어 나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 

“네. 젊은 친구들이래요. 그래서 좀 미안하기도 해서. 저는 파업할 동안은 어디든 이용을 자제해주는 게 좋다는 생각이….”

그녀는 고맙게도 내 생각을 이해해주었고, 우리는 결국 그날 잡월드 방문을 포기했다. 그날 기대에 차있던 아이에게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자 아이는 조금 실망하는 눈빛이었지만 이내 받아들였다.

“괜찮아. 엄마. 다음에 가면 되지 뭐.”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조합원 42명은 집단으로 곡기를 끊고 문재인 정부에게 직접고용지원서를 제출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27일 현재 조합원 42명 무기한 단식 7일차, 전면파업 40일차. ⓒ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조합원 42명은 집단으로 곡기를 끊고 문재인 정부에게 직접고용지원서를 제출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27일 현재 조합원 42명 무기한 단식 7일차, 전면파업 40일차. ⓒ공공운수노조

어쩌면 작은 해프닝이었을 이 일이 떠오른 건 바로 며칠 전 뉴스를 도배했던 ‘조선일보 손녀 갑질 사건’ 때문이었다.

“아저씨 해고당하고 싶어?”

“나는 아저씨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아저씨 죽어라.”

“아저씨는 병원도 못 가고 치과도 못 간 거야. 가난해서.”

애초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제’ 따위는 기대할 수 없는 사회라면 자신이 자란 환경에서 보고, 배운 대로 자라는 것이 차라리 ‘담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보니 아빠가 언론사 사주? 그것도 조선일보 ‘가문’. 아직 적당히 외교적이고, 사회적으로 처신하는 것에 대해 배우지 못한 아이의 입을 통해 나와 그랬나. 처음엔 시트콤에나 나올법한 아이의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이어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 얼마나 솔직한 계급적 입장인가. 

“가정교육 부족” 운운하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입장을 내고 TV조선 대표이사직에서 재빨리 사퇴한 아이의 아빠, 그의 말을 믿는 순진한 사람이 있을까? 차라리 스스로 받은 가정교육을 거름장치 없이 뱉어버린 아이에게 동정이 갔다. “아빠, 내가 뭘 잘못했나요?” 혼란스러웠을 아이에게.

그래서 나도 좀 솔직한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이제 겨우 초등학생이 스스로 누군가를 해고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파업’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파업’에 대해 우호적이도록, 너도 자라서 ‘파업’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정도의 조기교육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말이다.

“얘들아, 선생님들이 파업을 하고 있대. 파업까지 하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 파업이 끝날 때까지 거기는 가지 말자. 응?”

이런 조기교육은 어떠한가.

*칼럼니스트 엄미야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두 딸의 엄마다. 노동조합 활동가이자, 노동자 남편의 아내이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교육 추종자이며, 꿈이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따뜻한 낭만주의자이기도 하다. 현재 경기지방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민주노총 성평등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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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 2018-11-28 12:37:18
우리 아이는 한국잡월드 체험을 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