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아동학대 대응… '일원화'에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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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아동학대 대응… '일원화'에 답 있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8.11.29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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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그 후, 국가는 부재중②] 대응체계 일원화 방안만 내놓고 '나 몰라라'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끊이지 않는 아동학대 사건. 하지만 세상의 관심은 자극적인 학대 내용과 행위자에 대한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 피해자인 아동에 대한 사후관리와 대처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아동학대 사후관리 체계의 여러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 기자 말

정부는 아동학대 대응 방안의 답이 '일원화'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동학대 사건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질 때마다 관심이 식기만을 기다리는 식의 대응을 이어갔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정부는 아동학대 대응 방안의 답이 '일원화'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동학대 사건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질 때마다 관심이 식기만을 기다리는 식의 대응을 이어갔다. 이기태 기자 ⓒ 베이비뉴스

“‘아동학대’라 함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에 의하여 아동의 건강·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 및 아동의 보호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기와 방임을 말한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4호)

‘아동학대’는 2000년 1월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면서 개념과 금지유형이 처음 법구문에 등장하게 됐다. 동시에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를 의무화했다.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던 아동학대를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3년 11월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과 인천 소금밥 아동학대 사망사건 등 사회에 공분을 일으키는 아동학대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국민적 요구도 높아졌다. 그해 12월 31일 국회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과 피해아동 보호절차를 대폭 강화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과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담은 아동복지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듬해 1월에 제정하고 9월부터 시행한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은 ▲아동학대치사, 아동학대중상해 및 신고의무자의 아동학대범죄’ 등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 신설 ▲아동학대 인지와 의심 상황에도 신고 의무 부과 ▲신고의무자 범위 확대 및 과태료 상향 ▲아동학대 현장출동시 응급조치 후 친권의 제한·정지 등 임시조치로 피해아동 신속하게 보호 ▲피해자 국선변호사 및 진술조력인 제도 도입 ▲피해아동보호명령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 역할도 책임도 나눠진 아동학대 대응 체계, ‘협력 부족’ 지적

아동학대 개념이 법적으로 정리된 지 18년이 지났다. 아동학대 사례가 다양해지면서 그때마다 관련 기관들의 공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대응체계는 보수를 거쳐왔다. 현재의 아동학대 대응 체계는 예방·발견-신고·수사-사후 관리 세 단계로 나눈다. 예방·발견 단계에서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가 예방 교육 및 홍보, 학대 조기발견 및 관리 대응 매뉴얼 확충, 신고의무자 교육 등을 전담한다.  

신고·수사 단계에서는 경찰청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 검찰과 법원이 역할을 맡고 있다. 아동학대 사후 관리는 아보전을 비롯해 의료기관, 법률구조공단, 건강가정지원센터, 사회복지기관 등이 사례에 맞는 역할을 담당한다.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지난 8월 발행한 이슈페이퍼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공공성 강화 방안’에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수차례 개정을 거치는 동안 본래의 입법취지와 목적에 대한 고려 없이 개정 당시의 필요에 충실해 법체계와 제도상 어색한 모습을 하게 됐다”며, “현행 체계는 그 책임소재를 특정 기관에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학대 대응 과정에서 복지, 교육, 사법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지방정부학회가 2017년 발간한 「지방정부연구」 제20권 ‘아동학대 보호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는, 여러 연구를 인용해 “학대아동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부처들 간 높은 수준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존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 아동보호체계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기관들 간 협력체계 부족’을 꼽았다. 아동학대보호체계에 참여하는 다른 기관 종사자와 진행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로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있었으면 함. 복지부·교육부·여가부가 각각 사업을 따로 하고, 이들 사업 간 중첩되는 부분도 많은 것 같음. 협업도 제대로 안 이뤄지는 상황에서 사업들이 일관적이지 않은 상황임. (경찰관 관계자)”

인터뷰 참가자들은 매우 많은 기관이 관여하고 있지만 조정하는 역할이 부족하고, 학대아동 보호업무를 맡은 보건복지부가 그 역할이 제한적이며, 학대아동 보호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도 부족해 아동학대 보호체계를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아름 부연구위원은 '아동청'(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아동청은 범정부적인 행정조직 성격을 띠며, 산하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둔 구조다. 책임을 분산하고 있는 아동학대 대응 시스템을 하나로 모아 대응체계의 간소화·일원화·집중화를 꾀할 수 있다. 아동청은 독일 청소년청을 모델로 한다. 청소년청은 아동학대 예방과 대응부터 학대아동 사후관리까지 직접 담당하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독일 아동학대 대응체계 핵심은 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년청(Jugendamt)과 가정법원(Familiengericht) 사이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에 있다고 짚었다. 아동학대사건에 청소년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아동학대 혹은 의심 아동을 위한 가장 최선의 국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아동학대예방–학대아동 처리도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아동학대 사건 발생부터 사후관리까지 다룬 아동보호전문기관 업무처리 진행도.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 검찰 등 다양한 부서가 아동학대 대응에 나서지만 복잡한 체계만큼 책임도 역할도 분산돼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 아동학대 사건 때마다 대책 내놓지만 결론은 ‘흐지부지’

정부도 아동학대 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일원화’에 답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일원화’ 방안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그해 4월 11일 진행한 ‘복지사각지대 해소 및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관계 기관의 책임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각 관계부처에 산재돼 있는 대응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아동학대 등 가정폭력 관련 중앙관리 시스템’을 빠른 시일 내로 구축하고, 아동보호기관 중앙관리시스템을 만들어 전문가교육 및 파견을 실시하며, 지역 아동보호기관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동시에 “당내 ‘아동학대근절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아동학대 실태를 점검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1월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해지자, 새누리당은 같은 달 16일 서울 강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을 위한 실무 당·정 간담회’를 가졌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최고의 충격”이라며,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CCTV 설치 의무화 ▲어린이집 의무평가제 도입 ▲아동학대에 대한 부모안심인증제 도입 ▲교사 근로여건 개선 ▲공공성 높은 보육인프라 확충 등을 발표했다. 기관 내 학대에 집중했을 뿐이었다. 이후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제외하고 흐지부지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지를 보였던 아동학대 행위자·기관 대상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은 사실상 무산됐다. (관련 기사 : 박근혜표 어린이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지금은?

2015년 12월 게임중독인 아빠 학대를 피해 11세 소녀가 탈출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새누리당은 ‘권역별 아동폭력센터 구성안’ 등의 아동학대 대응 대책을 또 내놓는다. 아동폭력센터는 아보전과 해바라기아동센터를 합친 형태로, 아동학대 사건 대응이 통일된 컨트롤타워 없이 범정부 유관기관 협의체로 운영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의식한 방안이다. 이 역시 현재는 추진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아동복지진흥원’ 설립을 약속했다. 아동복지진흥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구로 종합적인 아동학대 대응 업무를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극단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경우 아동복지진흥원과 경찰청의 업무협력을 지원하는 ‘특별국’ 제도 설치도 함께 약속했다. 그러나 탄핵 정국과 대통령 선거를 맞이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은 다른 주제들과 함께 밀려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학대아동, 입양아동, 요보호아동 등 지원에 대한 중앙과 지방의 컨트롤타워 기능과 공공성 강화”로 ‘아동보호 종합지원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기아동 조기 발견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공 중심의 아동보호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며, 아보전 기능과 역할을 재정비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방안을 포함한다.

지난 19일, 정부는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인구아동정책관 산하에 아동학대대응과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아동학대대응팀에 직원 5명을 더해 10명 규모로 꾸려지며 다음달 중순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은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 아동 보호 대책 전반을 비롯해 아보전 운영, 아동학대 관련 통계 관리, 아동학대 예방 업무 전반 등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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