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선행학습, 초등학교 때 도움 되겠죠?
일곱 살 선행학습, 초등학교 때 도움 되겠죠?
  • 칼럼니스트 김경란
  • 승인 2018.12.0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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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우리 아이] 아이에게는 '결정적 시기'가 있다

Q.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일곱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의 학습내용보다 빠른 선행학습을 한다면 도움이 많이 되겠지요?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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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부의 내용이 같을지라도 형식이 달라져서 학습자에게는 쉽지 않은 학습입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학습은 ‘발달에 적절한 적기교육’입니다. 적기교육만이, 문제해결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는 성취감을 느끼고 자존감이 발달됩니다.

◇ 또래보다 빠른 진도의 공부를 시켜도 아이가 잘 따라온다면 조금 앞선 내용의 학습을 해도 좋겠지요?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과 동료 연구자들은 동물실험에서 자신이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을 많이 문제를 극복하려고 하지 않거나 도전하지 않고 자포자기하는 ‘학습된 무기력’ 현상을 발견하였습니다.

서커스단에 오게 된 어린 코끼리를 말뚝에 묶어 도망갈 수 없게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어린 코끼리는 자신을 묶어놓은 말뚝을 뽑을 수 있을 만큼 몸집이 많이 커졌지만 어렸을 때 말뚝에 묶여 도망가지 못했던 경험 때문에 도망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도망가려는 의지도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말뚝에 묶이지 않은 상태에서도 도망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성공보다 실패를 많이 경험하게 되면 실패했던 경험 때문에 불안과 공포심은 많아지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도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니까 조금 앞선 진도의 ‘선행학습’은 초등학교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지발달 이론에 의하면 영유아는 손으로 만지고, 코로 냄새 맡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냄새 맡는 오감각을 이용하는 신체활동을 통해서만 뇌 발달이 이루어집니다. 영유아가 신체적인 감각을 이용하지 않고 추상적으로만 이루어지는 선행학습을 한다면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하여도 인지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마치 이유식을 먹어야 하는 어린 아기에게 성인이 소화시킬 수 있는 고가의 무농약 영양식을 준다 하여도 소화시키지 못해서 흡수되지 않고 탈이 나는 원리와 같습니다. 이유식을 먹어야 하는 아기에게는 좋은 재료로 만든 이유식 형태의 음식을 주어야만 소화, 흡수가 이루어져 신체가 성장하고 건강해질 수 있는 원리와 같습니다.

동일한 내용이더라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의 놀이 활동은 보고, 듣고, 만져보는 등의 감각을 통한 신체적인 활동이고, 초등학교에서의 학습은 암산을 하는 것과 같은 정신적인 활동이며 추상적인 학습입니다. 내용이 동일한 학습이지만 구체적인 놀잇감을 통한 학습활동과 추상적인 인지활동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의 교과 수업은 새로운 학습활동으로, 아이에게는 새롭고 어렵습니다.

◇ 아이의 발달을 위한 ‘적절한 때’가 중요하다는 말이네요?

동물학자 로렌즈(Lorenz)는 알에서 깨어나는 새끼 오리가 부화하여 24시간 내에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면 그것을 어미로 알고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새끼 오리에게 어미 오리 대신 자신을 보여주었더니 새끼 오리들이 로렌즈를 어미 오리로 알고 쫓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약 하루가 지나면 오리는 움직이는 대상을 따라다니는 행동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어미 곁을 떠난 새끼 오리는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갓 태어난 새끼는 어미를 알아보고 따라다닐 수 있도록 선천적인 능력을 갖고 태어난 것입니다.

사람의 경우 오리처럼 그때에만 학습이 가능한 결정적인 시기가 하루나 이틀 정도로 짧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아기에게도 적절한 시기에만 배울 수 있는 결정적 시기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행학습보다는 연령에 적합한 학습이 더욱 효과적이고 중요합니다.

◇ 아이가 자신의 실제 발달단계보다 앞선 공부를 하면서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여 자신감을 잃게 된다는 말인가요?

자녀의 발달에 적합하지 않은 학습지나 영어 교육 등 인지교육 열풍이 매우 거세어지고 있습니다. 조기교육이 아닌 연령에 적합한 적기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제가 보았던 아이 중에 여섯 살 도윤이는 유치원에서 귀가한 다음 두세 개의 학습지를 하고, 지식이 많이 담긴 그림책을 봅니다. 물고기를 분류할 때에도 해수어와 담수어를 기준으로 분류할 만큼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담임선생님이 “앞에 난초반 교실에 가서 선생님께 메모지 좀 전해드리고 올래?”라고 부탁하자 울먹이는 표정으로 “전 못해요!”라고 말하였습니다. 바깥놀이를 신나게 잘 하는 민우가 번쩍 손을 들면서 “선생님! 제가 갖다드리고 올께요.”라면서 심부름을 다녀왔습니다.

자녀의 발달단계보다 앞선 학습은 아이에게 어려운 과제이므로 겨우 겨우 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두렵고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반면에 자신의 발달에 적합한 활동을 하게 된다면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활동을 할 때 더욱 적극적이고 또 새로운 상황에 대해 도전하게 됩니다.

*칼럼니스트 김경란은 현재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서 예비 유아교사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의 교사, 원감, 원장으로서 현장에서의 경험을 부모와 공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자녀 발달에 대한 특성의 이해와 실제적인 양육의 솔루션을 제공하여 성공하는 우리 아이를 키우고자 하는 부모 지원을 위해 많은 부모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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