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크리스마스… 아이들과 "해피 홀리데이!"
미국의 크리스마스… 아이들과 "해피 홀리데이!"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8.12.10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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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유학생 엄마의 육아이야기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괜스레 연말 기분에 싱숭생숭했다가, 캐럴에 어깨가 둠칫둠칫 했다가, 줄어드는 통장잔고에 가슴이 벌렁벌렁해지는 이율배반적인 그 이름. 크리스마스가 되면 장 볼 목록을 작성하고 예산 계획을 짜는 주부의 삶이 충분히 익숙해질 만큼, 결혼생활을 한 지도 이제 꽤 되었다.

다른 많은 나날들이 그렇듯이 우리 집 크리스마스 역시 아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작은아이는 아직 많이 어리기 때문에 즐거운 분위기와 상징적인 선물 하나만 준비하면 되지만, 큰아이가 크리스마스에 거는 기대감은 엄청나다. 평소 쇼핑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큰아이 덕분에 선물 준비와 집 안 장식 준비 겸 쇼핑몰이나 마트를 기웃거리는 횟수가 늘었다.

미국의 마트나 쇼핑몰에서는 이미 10월부터 크리스마스 시즌 행사가 시작되었다. 지난 몇 달간 많은 곳이 각종 크리스마스 트리와 오너먼트로 장식되기 시작했고, 주택가마다 크리스마스 불빛을 밝힌 집들도 점점 늘어갔다.

미리 가족들과 그밖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상점은 끊임없이 붐빈다. 경기가 안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줄어들지 않는 모양이다.

미국의 유치원이나 학교의 겨울방학은 여름방학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다. 보통 크리스마스 조금 전에 시작해서 다음 해 1월 초면 끝난다. 휴일을 포함해서 보름도 안 되는 시간이 끝나면 겨울방학이 다 지나가버리는 셈이다. 따라서 체감하기에는 겨울방학이라기보다는 크리스마스 휴가나 연말 브레이크 같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는다.

사실 미국에서는 정작 크리스마스(Christmas)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특정 종교성을 함의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인사 역시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보다는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를 더 자주 들을 수 있다. 특히 공립학교와 같은 공공기관에서는 보통 홀리데이(Holiday)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고수하는 편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크리스마스 때는 아니었지만 작년 겨울 방학 어느 날, 눈이 가득 쌓인 바깥 모습에 꼭 크리스마스 같다고 즐거워하던 아이가 생각난다. ⓒ이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크리스마스 때는 아니었지만 작년 겨울 방학 어느 날, 눈이 가득 쌓인 바깥 모습에 꼭 크리스마스 같다고 즐거워하던 아이가 생각난다. ⓒ이은

하지만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의 존재는 전 세계적인 것 같다. 미국의 많은 상점과 지역 커뮤니티 센터 등에서 산타와의 만남 이벤트를 제공한다. 대개의 경우는 무료 이벤트이고 특정 스토어에서는 산타클로스와 함께하는 브런치를 상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줄 서서 산타와 차례대로 만나고 사진을 찍는다.

산타의 무릎에 앉아서 갖고 싶은 선물을 말하고, 한 해 동안 잘 지냈는지를 산타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한다. 가끔 산타할아버지의 존재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큰아이는 “엄마, 정말 솔직히 말해줘. 정말로 산타클로스가 있어?”라고 묻고는 했지만, 지난해 줄 서서 산타할아버지와 사진을 찍고 나더니 '지구가 너무 넓어서 여러 산타클로스가 활동하는데 그중 한 분과 사진을 찍었다'고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했다.

미국의 크리스마스 역시 다른 명절들처럼 가족들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저녁 테이블에는 주로 칠면조 요리와 큰 덩어리째 달콤하게 만든 햄을 먹는다. 생강을 넣어 만든 진저브레드와 우유에 크림과 계란, 설탕 등을 넣은 에그노그라는 음료도 보편적이다.

우리 집의 경우는 둘째는 아직 유아식을 하고 있고, 큰아이는 한식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미국식 저녁을 먹지 않고 보통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저녁을 준비한다. 대개는 아이들 아빠가 좋아하는 제육볶음과 아이가 좋아하는 김밥과 피자 같은 메뉴 몇 가지들을 뷔페식으로 준비하고는 우리들만의 명절을 맞는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거실에는 자그마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고(오너먼트는 큰아이가 만든 다양한 장식품이다. 레고 블럭을 달기도 하고, 색종이와 상자로 만든 로봇도 있다), 식탁 차림은 퓨전식일 테고, 아이들을 위해 미리 준비한 선물들이 옷장 속에 감춰져 있겠지. 저녁을 먹고 나서는 함께 고른 가족 영화를 같이 보면서 쿠키와 우유를 함께 디저트로 먹을 것이다.

아이들을 깔깔거리고 특별할 것 없는 것 같지만 심심할 것도 없는 크리스마스 저녁은 저물어갈 것이다. 다른 미국 가족들처럼 함께 모일 지인들도 많지 않고, 화려하고 멋지게 꾸며놓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부족하지만 아직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뒹굴거리며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내게도 충분히 특별하다. 여전히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는, 그런 겨울이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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