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더 많은 사랑의 색깔이 있음을
세상에는 더 많은 사랑의 색깔이 있음을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8.12.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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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이혼한 후에 깨달은 것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왜 아이 할머니를 만나고 삼촌을 만나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냐고. '나 같으면 시댁 사람들 얼굴도 보기 싫을 정도로 소름 끼칠 것 같은데 그런 만행(?)을 당하고도 또 당하고 싶어서 시댁과의 관계를 유지하냐'라고 격분하며 얘기해주는 분들도 많다.

어차피 사람은 다 자기 방법대로 살아간다. '순진한 거냐, 아니면 멍청한 거냐?'라고 물어보는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모든 것들을 설명하기는 귀찮았다.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할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도 않고 자기들의 기준으로 나를 그저 '생각이 짧은 아줌마'라고 몰아붙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나는 너무도 이기적이었다. 나만을 생각하며, 아이 아빠의 표현과 사랑을 지극히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지적했을 뿐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기억들이 너무도 창피하다. 하지만 그 어리석음을 또 기억하는 것조차 부질없는 짓이라고 여겼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의 이기적인 선택 안에서 우리 아이의 사랑은 기울어져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며칠 전 신나게 교회에서 놀고 있던 딸아이가 교회 사모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뭐예요?"

사랑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 시어머니! 그 생소한 단어가 목사님의 설교 중에 나오게 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대한 사랑이의 궁금증을 책과 입으로밖에 설명해줄 수 없었다. 아차, 싶은 순간이었다. 아이는 분명 친가의 사랑을 받을 수가 있는데, 결국 나의 이기적인 선택 때문에 아이에게 가슴 아픈 상처로 자리잡을 수 있는 상황임을 감지한 것이다.

예전에 아이 아빠와 싸우면서 이렇게 쏘아붙인 적도 있다. “내 아이는 당신처럼 자라게 하지 않을 거야!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못된 아이로는! 그러니 다시는 연락하지 마.” 평생 모르는 사람처럼 살자고 악담을 퍼붓고 지나온 긴 시간 동안, 나는 교만에 빠져 있었다.

‘너는 엄마 사랑만 받아! 아빠 사랑을 받아봤자 넌 아빠처럼 크게 될 거야. 엄마 사랑만 듬뿍 받고 엄마처럼 책임감 있고 용기 있는 사람으로 자라렴! 이 사랑만 있어도 넌 충분히 잘 클 수 있어!'라고 생각하며 자기 잘난 맛에 똘똘 뭉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친가와의 모든 왕래를 끊어버린 내가 이기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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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곧 나의 교만함이었다. 내 이기적인 생각으로, 아이가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차단했다. 아빠의 사랑도,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의 사랑도 엄마의 눈으로 바라보며 자라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아이 아빠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 자상하고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부분은 사랑이가 직접 경험하고 배우면 좋을 인품이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이제서야 우리의 모든 상황을 감정적으로 보지 않고 이성적으로 보는 눈이 더 커졌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전 시댁에서 아이의 양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을 때, 사랑이에게 더 많은 사랑의 색깔이 있음을, 다양한 사랑의 방법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가 할머니나 삼촌, 더욱이 아빠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이가 할머니와 삼촌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도 즐거워 했다는 점이다. 그 만남이 아이에게는 ‘좋은 만남’이었다는 것쯤은 아이의 표정을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신 가족들과의 모든 만남을 차단하고 당신처럼 크게 하지 않겠어!"라고 악다구니를 퍼붓던 지난날 나의 모습. 하지만 이제 스스로 '넌 뭐가 그렇게 잘났길래 혼자 똑똑한 척 살고 있니?'라는 마음의 물음에 조금은 답을 해줄 수 있을 정도로, 아이의 입장의 입장에서 조금은 배려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고 있는 아이의 응어리진 아픔과 전 시댁 식구들이 가지고 있는 죄책감을 이런 만남을 통해 덜어줄 수 있다면, 나는 그래도 사람답게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조심스레 고민해본다. 결국 더 많은 사랑을 준 사람이 이긴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돌아보면, 이것이 내가 아이에게 해준 제일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나는 믿고 싶다.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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