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유재석이 되어주세요
아이에게 유재석이 되어주세요
  • 칼럼니스트 이정수
  • 승인 2018.12.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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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의 결혼수업] 아이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말을 합니다
ⓒ이정수

다섯 살 리예는 아직 딱히 패션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아마도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자)인 저의 유전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어떤 옷을 입고 싶다는 의지보다는 어머니께서 주시는 옷을 그냥 입는 것이 익숙했거든요. 그래서 패션에 수동적입니다.

리예도 비슷하긴 한데, 최근에 코트에는 좀 까다로운 편입니다. 작년까지 잘 입었는데 올해 유치원을 가고부터는 부쩍 몇몇 코트를 안 입으려고 했어요. 아침마다 전쟁을 했습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난 아내가 권하는 코트를 마다하고 다른 걸 자꾸 고르죠. 그래서 '너 자꾸 왜 그러냐'는 말로 짜증을 내기 일쑤였습니다.

그날도 검정색 코트를 안 입겠다고 버티다가 결국엔 제 손에 코트를 맡기고 빈 몸으로 추운 밖을 나갔습니다. 추우니 어쩔 수 없지요. 결국 입었습니다. 그리고 둘이서 신나게 킥보드를 밀면서 유치원 버스 정류장으로 갑니다.

"아빠! 이 코트는 단추를 잠그기가 힘들어!"

“어? 단추가?”

이 코트가 단춧구멍이 좀 빡빡한 편이거든요. 그때 '아~ 그렇구나!' 했습니다. 유치원에 가고부터는 뭐든 스스로 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 코트는 단추를 스스로 잠그기가 힘들었던 거죠. 그래서 싫었던 겁니다. 순간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 제 마음에 스크래치가… 싫은 데는 이유가 반드시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이들은 이상합니다. 자신이 싫은 이유를 잘 설명해서 부모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싫은 이유를 도출해내는 방법이 서툴러서겠죠. 그것만 잘 알려줘도 부모와 실랑이 할 일이 확 줄어들 텐데요. 그래서 아이와의 대화에는 고급 인터뷰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유재석 선배님이 놀이터에서 유치원생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국민MC'이자 최고의 인터뷰어인 유재석 서배님도 단답형의 어린이에겐 당황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죠. 사실 대부분의 초보 인터뷰어는 이렇게 안 되겠다 싶으면 다른 대상을 찾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유재석 선배님은 그 아이와 이야기를 쭉 이어가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는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를 할 수 있게 끌어낸 것이었죠.

우리는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 유치원에서 어땠어?” 이런 식의 질문은 대답의 범위가 너무 방대해서 대답이 쉽지 않습니다. 프로 예능인도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이고 흥이 나게 질문해야 합니다.

“오늘 유치원에서 시금치 나왔어?”

"아니!"

“그래? 그럼 내가 맞혀볼게! 감자가 나왔구나?”

"아니. 오늘은 무국이랑 당근이 나왔어!"

“오~ 그 당근을 먹었어?”

"응! 내가 당근을 먹었어!"

“오! 대단한데! 당근을 많이 먹으면 눈이 좋아진데! 저 끝에 있는 소방차 보여?”

"어디? 저기? 어! 보여!"

“무슨 색이지?”

"빨간색!"

“오~ 딩동댕!”

"아! 나 어제 소방훈련 받았어!"

“오~ 그랬구나? 어떻게 하래?”

"불이 나면 입을 막고…"

이렇게 계속 대화를 주거니 받거니 이어가면서 결국 듣고 싶은 말을 듣는 거죠.

비단 아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기분이 좋고 편안해지면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속 이야기가 툭 나오게 되는 거죠. 아이가 '베스트 토커'가 되길 바라기보다는 부모가 훌륭한 인터뷰어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이에게 유재석이 되어 주세요.

*칼럼니스트 이정수는 ‘결혼은 진짜 좋은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가며 살고 있는 연예인이자 행복한 남편, 그리고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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