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가의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 "엄마는 출산하고, 아빠는 양육한다"
오륜가의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 "엄마는 출산하고, 아빠는 양육한다"
  • 기고 = 조창현
  • 승인 2018.12.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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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홍보자문위원 조창현 나우미가족문화연구소장 

◇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

2018년 12월 7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정책 로드맵은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2040세대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희망을 주고, 남녀 평등한 일터와 가정이 당연한 사회가 되도록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로 세부 추진 과제를 설정했다.

출산과 양육비 부담을 최소화 하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최대화 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등 돌봄체계에도 남성 육아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비혼, 비출산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고령사회에 행복한 노후를 위한 소득 보장체계를 내실화하는 등 전반적인 가족문화 발전에 전세대적인 관심을 표현한 로드맵 내용에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적극 환영한다. 

◇ 삶의 질 향상은 엄마와 아빠, 공동양육에서 출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왜곡된 가족문화부터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부 추진계획이 집행되길 희망한다. 약 500년 전 조선시대 주세붕은 시조 오륜가(五倫歌)에서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부모님 아니시면 내 몸이 없으렷다’라고 부모님의 소중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 글귀는 최근까지도 교과서에서 학습되고 각종 시험문제에 출제되면서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의 차별문화를 조장하고 독박육아를 심화했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어머님 날 낳으시고, 아버님 날 기르시니’라고 표현했다면 여성의 역할 과부하나 독박육아 분위기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야 ‘혼자하면 힘든육아, 함께하면 든든육아’ 라는 캠페인과 함께 엄마와 아빠의 공동양육이 강조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엄마는 출산하고, 아빠는 양육한다’라는 내용이 교과서에 수록된다면 공동육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차세대에는 자연스럽게 역할분담이 이루어질 것이다. 

부부평등이나 일·가정양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따로 또 같이" 우선순위 선택에 따른 서로의 입장 차이와 한계를 인정하고, 형평성에 따라 상호 존중하는 가족문화가 선행적으로 정착돼야 한다.ⓒ베이비뉴스
부부평등이나 일·가정양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따로 또 같이" 우선순위 선택에 따른 서로의 입장 차이와 한계를 인정하고, 형평성에 따라 상호 존중하는 가족문화가 선행적으로 정착돼야 한다. ⓒ베이비뉴스

◇ 결혼식은 생애 최고의 이벤트다

지난 주 토요일 나는 3쌍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신랑신부 얼굴도 보고 지인들도 만나고 싶어 집에서 조금 일찍 출발해 초대장을 받은 결혼식장을 모두 방문했다. 초대해준 부모님들과 인증샷을 찍고, 최근 출판한 ‘어쩌다부부 -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부부 행복찾기’ 책을 신랑신부들에게 한 권씩 선물해 주며 축복을 기원했다. 부모에게도 먼저 읽어보고 신랑신부와 대화하는데 참고하라고 책을 선물했다.

생애 최고의 이벤트인 결혼식 분위기는 요즘 많이 달라지고 있다. 신랑신부를 중심으로 재미있고 다양한 이벤트로 하객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모두 행복감이 충만해 보였다. 하객으로 참석한 지인 중에는 “아들이 40대 중반인데 결혼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아 부모로서 걱정이 많다. 나이 들면 후회할 텐데, 더 늦기 전에 좋은 사람 소개시켜 달라”고 진지하게 부탁한 선배도 만났다.

결혼식은 가족문화의 바로미터다. 가족상담 사례를 보면 결혼식 직후나, 신혼여행 첫날밤부터 싸움이 시작됐다고 고백한 사람들이 많았다. 결혼식 준비에만 관심을 가지고 양가 가족 관계나, 자녀 출산 및 양육 계획, 부부의 정체성에 무관심하다가 막상 결혼생활의 현실에 부딪혀서 갈등과 싸움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은 가장 이질적인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의식주에 대한 공동생활을 하기 때문에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상황에 직면해서 혼자 참고 삭이거나 일방적으로 해결하면 후유증이 커진다. 갈등 자체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을 당사자가 함께 공유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흔히 대화를 한다고 해놓고 상대방의 말투 때문에 싸움으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대화는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랬구나, 당신 마음이 그랬구나’ 하면서 공감해주는 1인칭 공감대화 기술이 중요하다.

◇ 결혼은 인생 최고의 투자다

결혼제도는 나라마다 다르고, 우리의 가족문화도 집집마다 다양하다. 나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지만, 다시 결혼한다면 세 자녀를 갖고 싶다. 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자녀를 낳지 않았다면 진정한 남편과 진정한 아빠의 역할을 체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진정한 할아버지 역할도 못해보고, 인간의 삶과 역할을 완수했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구의 아들·딸로만 살다가는 것보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빠, 누구누구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족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5G 정보통신의 발달은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신과 물질의 문화지체 현상이 크다. 가부장적인 남성의 역할은 침소봉대해 확대·왜곡하고, 여성의 역할은 축소·조작해 희생을 강요했던 시대는 끝났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젊은이와 어르신들이 세대융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해외로 이민가지 않고, 자신이 태어난 고향과 조국에서 가족과 함께 대를 이어가며 행복한 삶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바람직한 가족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가족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 없다. 결혼을 하지 않는 삶은 꽃과 열매가 없는 나무와 같다. 어둠을 타박 말고, 몸을 돌려 태양을 보라는 말이 있다. 내 눈을 감는다고 빛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의 행복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나의 결혼생활도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자. 결혼은 인생 최고의 투자이기 때문에 배우자 선택과 결혼생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 행복의 씨앗은 바로 '부부'다 

‘가정은 행복의 온상이요, 아이들은 그 행복의 열매’라는 말이 있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면 태아는 어머니 몸속에서 성장하지만, 출산 후 양육과정에서는 부모가 아이들 몸속으로 들어간다고 할 정도로 부모의 영향은 중요하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형성 과정은 아이의 자존감과 성격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부모와 자녀는 불가분의 관계다. 

얼마 전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최고의 아버지, 당신이 그리울 겁니다"라고 애도를 표현한 장례식 추도사를 들으면서 나와 우리 가족문화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 가문의 영광이 나라의 영광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그리워진다. 부부평등이나 일·가정양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따로 또 같이" 우선순위 선택에 따른 서로의 입장 차이와 한계를 인정하고, 형평성에 따라 상호 존중하는 가족문화가 선행적으로 정착돼야 한다.

인류는 부부의, 부부에 의한, 부부를 위한, 부부와 함께 성장한다. 부부는 결혼생활의 주인공으로서 인간의 생명을 탄생시킨 인류의 어머니다. 해와 달이 지구를 빛나게 하듯이 인간 세상의 빛은 부부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서울지회 홍보자문위원 조창현 나우미가족문화연구소장은 현재 부천대학교 ‘연애와결혼’ 외래교수와 부부 갈등 조정 상담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어쩌다부부 -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부부 행복찾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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