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간 키즈카페보다 매일 가는 '숲'이 더 좋은 까닭
새로 간 키즈카페보다 매일 가는 '숲'이 더 좋은 까닭
  • 주혜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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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지키는 유아권리] 아이들이 자연에 친숙해질 권리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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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연 생태계의 일부로서 자연을 좋아하는 본성을 갖고 있으며 세상 모든 유아들은 전형적으로 물, 진흙, 막대기 등의 자연물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사람들이 자연과 친숙하게 지낼 기회가 없어진 환경 때문에 자연이 낮설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가진 근원적인 본성을 일깨워줄 숲과 자연에서 어떻게 놀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숲활동

숲에서 매일 걷고 오르고 뛰어다니며 지낸 유아들은 기본체력이 향상된다. 숲활동을 경험하지 않은 유아들보다 숲활동을 체험한 유아가 근력, 근지구력, 평형성, 지구력, 유연성, 순발력 등에서 높은 향상을 보였다는 여러 연구들이 있다. 숲에서 신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 유아들은 식사량도 늘어서 더욱 건강해지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또한 자연은 치유적인 능력을 갖고 있어서 인간 내부의 숨겨진 감성을 일깨우고, 부정적인 감정을 순화시켜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게 한다. 유아들도 자연에서의 놀이를 통해 부정적인 정서를 해소하고 자유로움을 주어 유아의 행복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적인 안정감, 자아 존중감, 창의성 발달, 긍정적 자아개념의 발달 측면에서도 자연과 숲에서 유아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숲활동에서는 또래 간의 상호작용과 협력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예를 들어, 숲에서 집을 짓기 시작하면 무거운 나무를 함께 들어야 할 일이 생기고, 먼 곳에 있는 재료를 발견한 유아는 함께 가서 가져올 친구를 모집해야 하기도 한다. 또 누구는 나무를 나르고 누구는 흙을 파는 등 역할을 조정하는 기회도 많아진다.

피톤치드가 많이 발생하는 숲은 치유적인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도 공기청정기에 의존해서 실내공간에 있는 것보다 나뭇잎이 많은 숲으로 나가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에도 훨씬 좋다. 국립산림과학원의 2017년의 연구에 의하면 도심보다 숲으로 들어갔을 때 미세먼지 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고 초미세먼지는 무려 40%정도의 감소효과를 보였다.

물소리, 새소리 등을 듣고, 꽃향기와 낙엽냄새를 맡고, 거칠거칠한 나무를 만져보거나, 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을 느끼는 등 숲에서 느끼는 오감체험은 아이들에게 많은 자극을 준다.

꽃, 나무, 풀, 흙과 언덕, 시냇물, 웅덩이, 각종곤충 등 자연의 소재를 직접 경험하고, 관찰, 예측, 분류, 측정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유아기의 학습은 경험을 통해서 일어나야 하는데 자연에서의 경험적 학습은 가장 좋은 통로라고 할 수 있다.

◇ 숲에 가기 싫다고 말하는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처음 숲활동을 경험한 유아들은 다양한 반응을 나타낸다. 숲에서의 경험이 너무 신기하고 독특해서 이것저것 탐색하고 자연물을 발견하고 주워서 교사에게 가지고 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무서워’ 또는 ‘숲에 가기 싫어, 재미없어’라고 하며 숲에서 배회하거나 숲을 두려워 하는 아이들도 있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데 오래 걸리는 유아나, 조심성이 많은 유아는 숲이 낯설어서 무섭게 느끼기도 한다.

울퉁불퉁한 바닥과 경사, 너무 부담스러운 벌레들, 걸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 새소리, 높게 솟은 나무들 등 숲의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유아들은 모든 것이 다 부담스럽다. 그러나 횟수가 거듭될수록 유아들은 숲활동에 적응하게 되며 보통 약 2~3개월이 지나면 건강하게 숲을 뛰어다니며 즐길 수 있게 된다.

◇ 구조화된 틀이나 장난감에 익숙해진 아이들

만들어진 장난감이나 실내놀이시설은 놀이방법이 구조화되어 있고 어떻게 놀아야 할지 정해져 있지만, 숲은 아이들 스스로 놀거리를 만들어서 놀아야 한다. 지금까지 놀이가 시제품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이나, 구조화된 놀이시설 중심으로 놀았던 아이들은 스스로 놀거리를 찾아서 놀아야 하는 환경이 부담스러우며, 때로는 ‘숲이 재미없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런 유아들에게 숲에서 재미있게 놀아본 경험이 많이 쌓이면 아이들은 숲과 자연에서 노는 것이 어떤 것보다도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숲에서 놀면서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내고, 또래들과 상호작용하며 놀이는 점점 확장되고, 또래와의 협력, 놀이의 자기 주도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숲활동은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인 발달에 모두 효과적이지만, 아이들이 숲과 친숙해지고 본성을 발휘하면서 놀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긴 숲놀이 시간의 보장

긴 숲놀이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유아들의 놀이도 적당한 시간이 보장되어야 탐색, 몰입의 단계로 진입할 수 있듯이 숲활동에서도 긴 숲놀이 시간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숲에 들어가서 무엇을 하고 놀지 탐색하고, 발견하면서 자신만의 놀이를 찾아가기 시작하며, 그 이후 몰입하여 놀이 할 수 있다. 몰입놀이 속에서 새로운 것이 창조되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유아 주도의 숲활동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놀 거리를 선택하고 경험하면서 배워야 하며, 특히 숲활동은 자기주도, 자기 선택적인 놀이가 즐거움을 준다. 효과적인 유아 숲활동은 숲체험이 아니라 몰입해서 숲에서 놀이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요즘 유아 숲활동에서 인기 있는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유아숲활동에서 간혹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성인 중심의 해설식 숲활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숲해설가는 자연의 식물, 동물, 곤충 등에 대한 생태 이해를 도울 수 있지만 아이의 숲놀이를 끊으면서 지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이가 숲에서 발견한 애벌레를 보고 그것을 관찰하고자 원할 때 숲해설가나 부모 주도의 활동으로 아이의 관심을 돌려놓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유아 숲활동이 숲해설가 중심의 체험식 활동이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숲의 생태에 대해 배우고 자연물로 무엇인가 만들어오는 활동은 숲체험 활동이지 유아에게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숲활동이 아니다.

▲자주 규칙적으로 숲활동 하기

시스템, 스타일, 유행, 물건 등 새로운 것에 대한 순환이 빠른 요즘, 아이들은 금방 자기 장난감에 싫증을 느끼고, 새 장난감을 추구하고, 부모들은 신기하고 새로운 놀이장소를 찾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

새 장난감과 새로운 놀이장소가 항상 아이들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새 것, 새로운 장소는 신기함 때문에 일시적인 흥미와 관심을 끌기는 하지만 아이에게 매번 새로운 장소와 새 장난감을 제공하는 것은 자꾸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하고 싫증을 더 잘 느끼게 만든다.

아이가 자기가 늘 놀던 장소나 늘 가지고 놀던 장난감 등을 가지고 안정감 있게 놀이하는 하도록 하면 아이는 매번 어떻게 놀이할까 ‘생각’하게 된다. 안정적인 공간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만의 놀이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아이들의 숲활동에서도 중요한 점이다.

최근 유아교육에서 관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숲교육은 생태유아교육에 근간을 두고 있다. 또래, 공동체, 자연 등 유아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연관되어 있으며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유아의 배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아는 숲활동을 통해 세계를 배우고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것을 배울 수 있게 된다. 나뭇가지에 맺힌 겨울눈이 봄이 되어 싹을 틔우는 것을 알게 된 유아는 숲에 사는 모든 생명의 소중함도 함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자연과 친숙하게 지내며 자연의 가치를 알아가도록 하는 것은 우리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유아들에게 가르쳐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칼럼니스트 주혜영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어린이집에서 본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동인권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어린이집 운영 이후 숲생태유아교육과 유아교수방법 등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창립멤버로서 12년째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현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연구회에서 공부한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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