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읽으면 게임 한 시간' 괜찮은가요?
'책 한 권 읽으면 게임 한 시간' 괜찮은가요?
  • 칼럼니스트 권장희
  • 승인 2018.12.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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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육아 지혜바구니] 우리 아이 공부 잘하는 두뇌 만들기⑦

Q. 우리 아이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게임 한 시간’, ‘스마트폰 한 시간’ 이런 쿠폰을 줍니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요?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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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책읽기는 의무이자 다른 보상을 얻기 위해 하는 조건인 경우가 많다. 책읽기를 좋아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않기 때문에 보상 조건을 걸어서 억지로라도 책을 읽게 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책읽기가 어떤 보상을 얻기 위해 해치워야하는 것이라면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고, 자발적으로 책 읽는 습관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떤 조건이 없이도 아이들이 책을 즐겁게 잘 읽도록 다음과 같이 해보자.

◇ 부모가 책을 읽어줘라

첫째, 부모의 책 읽어주기는 아이에게는 독서인 동시에 부모와 함께 하는 놀이이다. 부모가 틈틈이 짬을 내서 책을 읽어주자. 보통 우리는 아이들이 글을 알면 당연히 책을 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부모도 글을 알지만 책을 안 읽고 있다!

아이들이 글을 알면 저절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뇌 속에 책을 읽어낼 수 있는 시냅스의 연결, 곧 도서관을 지어야 책을 읽는다. 책을 읽어내는 시냅스가 발달될 때까지는 부모가 책을 읽어줌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에는 많은 효과가 있다.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에게는 듣기 집중력과 상상력이 극대화된다. 뇌파검사를 해보면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아이의 뇌에서는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누리는 뇌파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어주는 동안 부모와의 교감을 통한 소통도 중요한 소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16세까지는 책을 읽어주라고 하고 있으며 북유럽의 선진국에서는 부모들에게 책 읽어주기를 강조하여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미국 저소득층 가정 약 430가구를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가정과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가정으로 나눠 책 읽어주기와 이해력, 어휘력, 인지 발달 간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엄마들은 절반 정도가 매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줬고, 아빠들은 불과 29%만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책 읽어주기’ 효과는 아빠 쪽이 높았다. 예컨대 만 2세 때 아빠가 책을 읽어준 아이는 어휘 발달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엄마가 책을 읽어준 경우에는 아이 성적이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또 아빠가 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는 지식, 유아 언어, 인지 발달 면에서도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엄마가 책을 읽어준 아이는 인지 발달에만 일부 영향이 있었을 뿐 나머지 부분에서는 큰 상관관계가 없었다. 연구팀은 아빠와 엄마는 '책 읽어주기 방식'에 중대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엄마는 아이한테 책을 읽어줄 때 '사과가 몇 개 보이니?' 등 '사실적 질문'에 집중했지만, 아빠들은 '오, 이 사다리 좀 봐. 너 지난번에 내 트럭에 있었던 사다리 기억나니?' 같이 아이 뇌를 자극하는 질문을 더 많이 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엄마는 일상적인 육아의 개념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에 비해 아빠는 모처럼 아이와의 놀이로 책읽기를 선택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경험적으로 볼 때, 자녀에게 책 읽어주기는 사실상 뇌 속에 도서관을 짓기 위한 마중물 부어주기와 같다. 12세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속도보다 자신이 눈으로 보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부모의 읽어주는 소리에 약간의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아이는 ‘이제 됐어요.’ 하고는 슬그머니 책을 뺏어가 자기 혼자 앉아 끝까지 읽는다.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기보다는 ‘책을 읽어줄 테니 가져와봐’라고 말하는 것이 책을 읽도록 만드는 더 좋은 방법이다.

◇ 독서기록장을 쓰게 하라

두 번째, 즐거운 독서를 위해 독서감상문이 아니라 독서기록장을 쓰게 하라. 자녀의 책읽기를 도와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저학년들에게 지나치게 독서감상문을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읽은 책을 한두 페이지로 요약하여 기록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독후감상문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학습과정에서 쓰게 하고 가정에서는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가정에서의 책읽기는 지루해할 만큼 시간이 충분하여 심심한 시간을 채울 수단으로 책을 읽을 때, 즐거운 책읽기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시간이 많아서 천천히 책을 읽고, 책을 다 읽고도 할 일이 없어서 본 책을 다시 보는 환경이 가장 좋다. 여기에 독서감상문을 써야 하는 부담조차 없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아이들은 심심해서 놀이하는 중에 그동안 읽은 책의 내용들이 놀이의 소재가 되어 언어를 통해 재구성되고 표출된다. 이것이 책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시냅스를 만들어내는 가장 좋은 독서법이다. 아이들은 열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반복적으로 읽고 열 시간 심심해서 놀이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휘력을 키우고, 문장이해력을 높이는 독서를 원한다면 ‘책을 빨리 읽어라’는 좋은 지침이 아니다. 다독 또한 꼭 좋은 독서법은 아닐 수 있다. 

독서감상문 대신에 독서목록을 간단히 기록하는 독서기록장을 쓰게 해보자. 독서기록장에는 책을 읽은 날짜와 책 제목, 지은이, 출판사, 그리고 책에 대한 느낌을 기호로 표시하도록 한다. 매우 재미있었으면 동그라미 두 개(◎), 재미있었으면 동그라미 하나(○), 그저 그랬으면 세모(△), 재미가 없었다고 생각하면 가위표(×) 이런 식으로 표시하도록 한다. 

저학년 때에는 스토리와 판타지가 있는 문학서적에는 동그라미가 많이 표시될 것이다. 왜냐하면 어휘나 문장이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 과학, 역사, 정보서 같은 비문학서적들은 세모나 가위표들이 있을 수 있다. 어휘나 문장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3~4년 책읽기를 꾸준히 하다보면 그동안 재미가 없었다고 표시했던 비문학 서적들에도 동그라미를 표시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좋은 책을 잘 읽어내는 즐거운 독서를 통해 어휘력도 풍부해졌고, 문장이해력도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모나 가위표 표시를 하는 장르의 책들은 약간 수준을 낮추어서 학년보다 쉬운 책을 선택해주면 즐거운 책읽기에 도움이 된다.

◇ 소리 내어 함께 읽어라

세 번째 소리 내어 함께 책을 읽어라. 부모가 아이와 함께 같은 책을 돌아가며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은 즐거운 독서를 하는 좋은 방법이고, 아이의 뇌 발달에도 매우 좋은 도구이다.

소리를 들으면서 책을 읽는 낭독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에 뇌의 집중력을 증가시킨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낭독으로 책을 읽히고, 다른 한 그룹은 묵독으로 책을 읽도록 했다. 그리고 책을 읽은 내용으로 시험을 보았을 때, 낭독 그룹은 50.6점을 묵독 그룹은 36점으로 낭독 그룹이 14.6점 더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과제를 바꾸어 낭독 그룹에게는 묵독으로 책을 읽게 하고 묵독했던 그룹은 낭독으로 책을 읽도록 한 다음에 다시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역시 낭독 그룹이 57.5점으로 묵독 그룹의 38.7점보다 11.9점 더 높게 나타났다. 묵독했을 때보다 낭독했을 때, 25점이 더 높게 나타난 학생도 있었다.

소리를 내어 책을 읽으면 아이들의 발성과 발음도 좋아져 발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아이 혼자 소리 내어 읽게 되면 약간 지루해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와 함께 앉아서 한 단락씩 돌아가며 읽게 되면 책읽기의 집중력도 생기게 되고 즐겁게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함께 책을 읽은 후 책 내용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동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말로 하는 훌륭한 독후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칼럼니스트 권장희는 교직생활을 거쳐 시민운동 현장에서 문화와 미디어소비자운동가로 청소년보호법 입법을 비롯해, 셧다운제도 도입,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성화, YP활동(청소년스스로지킴이, 미디어교육활동) 개발 보급 등을 해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예방을 위한 민간교육기관인 사단법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를 설립해 기쁘게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 아이 게임절제력」 「인터넷 게임세상 스스로 지킨다」 「게임 스마트폰 절제력」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를 구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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