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로 거듭난 2018년을 돌아보며
두 아이의 엄마로 거듭난 2018년을 돌아보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8.12.31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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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유학생 엄마의 육아이야기

벌써 2018년이 거의 다 가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력의 마지막 페이지를 바라보고 있다.

1년 동안 변한 것들을 생각해본다. 늘어난 것은 뱃살, 주름살, 생활비,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뒹굴댕굴' 한가로운 시간. 반대로 타의에 의해 줄어든 것은 수면시간, 내 공부시간, 통장잔고,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다. 하지만 이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2018년은 내게 적당히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모든 것이 평범했으니 그것만큼 감사할 일이 어디 있으랴.

잦은 이사 때문에 큰아이는 자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반복되는 환경변화에 한동안 아침마다 유치원 가는 것이 싫어서 울상이었지만, 여전히 아이언맨을 사랑하고 땀이 젖도록 뛰어놀기를 좋아하며 혼자서 몇 시간씩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를 즐기는 아이이다.

처음 유치원 선생님과 친구들이 그리워서 우울해하던 그 모습에 나 역시 서글프고 미안했다. 역시 잦은 환경변화 때문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을 작은아이도 여전히 뽀얀 피부와 토실토실한 몸매를 자랑하는 우량아로 자라주고 있다.

두 아이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것과는 별개로 얼마나 많은 순간 내가 부족한 엄마라고 자책했던가. 얼마나 많은 시간 내가 충분히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두려워했던가. 그럴 때면 내게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던 나의 친정 엄마가 떠오른다. 내게는 최고의 엄마였던 친정 엄마가 스스로의 과거를 생각하면서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하신단 말씀을 하실 때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이 의아했더랬다.

엄마는 내게 최선을 다해주셨는데. 나에게 엄마는 늘 완벽한 엄마였는데…. 친정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다짐한다. 지금의 나는 완벽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망설이지 않고 엄마한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느끼게 해주고 싶다.

올해 두번째로 전학했던 킨더가튼에서 학급공연을 막 마친 큰 아이와 친구들의 모습. <br>늘 당당하고 잘 웃던 모습이 조금 의기소침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었다.
올해 두 번째로 전학한 킨더가튼에서 학급공연을 막 마친 큰아이와 친구들의 모습. 늘 당당하고 잘 웃던 아이가 조금 의기소침해진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이은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지내면서 느꼈던 점은 적어도 미국의 엄마들은 한국의 엄마들처럼 엄마라는 어떤 전형적인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관념에서 조금은 더 자유스럽다는 느낌이었다.

유기농 재료로 직접 만든 이유식을 먹여도 되지만 또 마트 시판 이유식을 사서 먹이면 어떤가. 아이들 교육에 하나하나 신경 써줘도 좋지만 상관없이 뛰놀게만 해도 또 어떤가. 아이가 원하는 '패션 테러리스트' 복장으로 유치원에 보내면 또 어떤가. 베이비시터에게 아이들을 맡겨놓고 부부만의 데이트를 즐기면 또 어떤가.

미국의 엄마들도 엄마라는 책임과 굴레, 그리고 사회적 잣대에서 완벽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국의 엄마들보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아이들을 충분히 존중한다면, 내가 아이를 몇 명을 낳든 어떤 방식으로 양육하든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한 가치판단을 섣불리 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조금 더 엄마로서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한 아이의 엄마로 살다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조금은 허둥대던 나는 조금은 안정적은 궤도를 찾고 어리바리하면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또 능숙해진 것들에는 능숙해진 모습으로 일상을 장식하고 있었다.

두 아이가 동시에 엄마를 찾을 때 어쩔 수 없이 다음 순서로 밀리는 큰아이에 대한 미안함. 아직은 의사표현을 정확히 할 수 없는 탓에 늘 큰아이의 선택에 따르고 있을 작은아이의 기한 한정적인 답답함에 대한 안쓰러움. 그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두 아이 엄마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기를 소망한다.

2018년에는 조금 더 자유스러워지는 방법, 조금은 더 자신감 있는 엄마가 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 같다. 다가오는 2019년에는 더 많이, 더 열심히, 그리고 때로는 조금 더 느슨하게 두 아이를 골고루 사랑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2019년에 늘어날 것은 웃음과 행복이길 소망해본다.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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