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처럼 자라렴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처럼 자라렴
  • 칼럼니스트 문선종
  • 승인 2018.12.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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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문선종의 '아빠공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필살 전략 찾기

요즘 4차산업혁명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서율이와 지온이를 어떻게 미래인재로 키울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여러 강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기-승-전-창의성'인데요. 창의성의 전제조건으로는 기계가 구현해내지 못하는 인성과 자연지능 등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 4차산업혁명 시대의 낭중지추

꽃을 좋아하는 황소 페르디난드 ⓒNAVER 영화스틸컷
꽃을 좋아하는 황소 페르디난드. 영화 '페르디난드'의 한 장면. ⓒ블루스카이스튜디오

최근 동화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The Story of Ferdinand, 먼로 리프, 1936년)를 원작으로 한 영화 '페르디난드'(블루스카이스튜디오, 2017년)를 아주 감명 깊게 봤습니다. 황소들은 투우장에 선발되어 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죠. 어느 날 페르디난드의 아빠가 투우장에 발탁되어 가지만 돌아오지 않습니다. 페르디난드는 어쩌다 마구간을 도망쳐나옵니다. 라푼젤이 탑을 도망쳐나온 것과 마찬가지로요.

라푼젤과 페르디난드, '겨울왕국'의 엘사, 뮤지션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집안을 뛰쳐나온 코코 등 겸손과 근면, 성실, 순종과 같은 수동성에 대한 강요를 뚫고 자신의 삶을 찾으려는 주체성은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날카롭게 삶을 관통합니다. 이 주인공들의 날카로움은 사회와 관습에 무뎌지지 않고, 어떻게 발현될 수 있었을까요? 우리는 그런 날카로움을 아이들에게 키워주고 있는 걸까요?

낭중지추(囊中之錐)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말로, 뛰어난 재능이 있다면 언젠가는 눈에 띈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재능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이런 날카로움은 모든 아이들이 갖고 있습니다. 과연 4차산업혁명 시대에 낭중지추와 같은 힘은 무엇일까요?

요즘 자기 멋대로 하려는 둘째, 이게 아이들의 본래 모습입니다. ⓒ문선종 
요즘 자기 멋대로 하려는 둘째, 이게 아이들의 본래 모습입니다. ⓒ문선종 

◇ 우리 아이들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미래 인류학자 앨빈 토플러의 유명한 가상 시나리오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어느 강 유역에 원시 민족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백인이 나타나 그 인근 상류지역에 거대한 댐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10년쯤 후 댐이 완공되면 강물이 말라 그들의 생활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인데도 이를 모르는 원시 민족은 그들의 후손에게 생활하는 방법으로 물고기 잡는 법, 카누를 만드는 법, 사냥을 하는 법, 농사를 짓는 법 등을 여전히 가르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댐이 완성되자 그 원시 종족과 그들의 문화는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위 이야기의 원시부족은 투우장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황소는 사뭇 비슷해 보입니다. 결국은 자취를 감추는 종말이나 죽음에 다다르는 것이죠.

앨빈 토플러는 2012년 한국 방문 당시 심포지엄에서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죠. 그리고 "한국사회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저임금 경제를 바탕으로 한 종속 국가로 남을 것인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도적인 선진국으로 남을 것인가?"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율이와 같이 여섯 살 정도의 아이들은 미래에 우리가 모르는 70%의 직업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미래의 직업 중에 30%만 우리가 아는 것이고, 나머지 70%는 완전히 새로운 일들이라는 것이죠.

앨빈 토플러의 말을 빌어 이렇게 질문해보겠습니다. 댐을 만드는 아이로 키우시겠습니까? 원시부족처럼 키우시겠습니까? 당신의 자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노예가 되기를 바랍니까? 주인이 되기를 바랍니까? 지금도 부모들은 공부를 강요하고, 좋은 성적을 바라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이야기합니다. 페르디난드에게 꽃 따위는 필요 없고, 오직 투우장에 들어가라고 하는 것과 같죠. 

◇ 주체성의 '힘'은 어디서 오는가?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요? 학교라는, 혹은 입시라는 투우장에 우리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 화려하고 멋질 것 같은 투우장에서의 한 순간을 위해 사랑하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우리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과연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가요? 

SKY캐슬 ⓒJTBC SKY캐슬 홈페이지
SKY캐슬 ⓒJTBC SKY캐슬 홈페이지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은 어느 정도 우리나라 교육의 단면을 보여주는 드라마로 보입니다. 학원가나 엄마들 사이에서는 '의례'라는 것이 있죠. 우리 사회에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이런 '의례'들 중에는 파괴적이고, 허구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페르디난드의 황소들이 자신의 힘을 뽐내며 투우장에서의 명예를 위한 것과 같죠. 거기에는 죽임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사회학자 피터 버거(Peter Berger)는 '의례'의 마력을 파괴하는 것이야말로 자의식에 대한 불평등의 지배를 근절하고자 추구한 방법인데 이렇게 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합니다. 사회적 명예를 약화시키게 되는 것이죠. 명예의 세계에서 개인은 자신의 역할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며, 이 역할을 외면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외면하는 것이었지만 오늘날 개인은 사회적으로 부과된 역할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킴으로써만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 「불평등 사회와 인간존중」(리처드 세넷, 문예출판사, 2008년) 중에서)

그들은 자신의 삶을 해방시켰다. ⓒNAVER영화 스틸컷
그들은 자신의 삶을 해방시켰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화 '페르디난드', '라푼젤', '코코', '겨울왕국'의 한 장면. ⓒ블루스카이스튜디오·월트디즈니픽처스

황소는 투우장에 가는 명예를 얻아야 한다는 의례 속의 페르디난드, 밖은 위험하다며 탑 안에서 지내야 한다는 의례에 사로잡힌 라푼젤, 위험한 능력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보여서 안 된다며 안나와 떨어져 유년시절을 방 안에 갇혀 지내야 하는 의례를 가진 '겨울왕국'의 엘사, 음악은 가족을 망치는 일이라며 뮤지션의 꿈은 절대 꿀 수 없다는 의례 속의 코코….

이들은 사회적으로 부과된 역할과 의례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모험을 떠났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야말로 가장 주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율이가 이런 통찰력으로 자신의 삶을 해방시키길 바라봅니다.

*칼럼니스트 문선종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입사해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에서 지역사회개발 '아이들이 행복한 공동체 마을 만들기'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이다.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생활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를 이끌며 아이들을 돌봤다. 그리고 유치원 교사와 결혼해 두 딸아이의 바보가 된 그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현장에서 녹여내는 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앞으로 아이와 함께 유쾌한 모험을 기대해볼 만한 아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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