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 단톡 방.
부서장 단톡 방.
에디터 단톡 방.
선임 에디터 단톡 방.
하루 9시간 근무 시간 내내 알람이 뜨는 주요 '단톡' 방 이름이다. 2018년 12월 28일 금요일 퇴근과 함께, 모든 회사 단톡 방에서 ‘나가기’를 했다. 2018년의 마지막 날, 31일은 연차휴가였고 2109년 1월부터 두 달간은 두 번째 육아휴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퇴사는 아니니 단톡 방에서 영원히 나가는 건 아니다. 정해진 날(3월 4일) 다시 들어와야 하는 단톡 방이지만, 나가기를 누를 때까지 묘한 기분이 든다. 미묘한 떨림이 있다 예전에는 단톡 방 없이 어떻게 일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일터에 깊숙이 들어와 버린 게 단톡 방이다. 오죽하면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됐을까.
나가기 전, 단톡 방에 있는 선후배들을 훑어봤다. 안식월이든, 육아휴직이든 장기간 휴가로 사람이 한 명 빠진다고 해서 대체인력이 투입되는 직장은 아닌지라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두 번째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니 비혼인 후배가 “저도 육아휴직이 있었으면 좋겠네요”라는, '농반진반' 말을 듣고 마음이 더 무거웠다. 2개월, 회사를 쉬는 마음이 이런데 퇴사를 하는 그날은 어떤 마음일까.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물론 여기까지다. 단톡 방에서 ‘나가기’ 직전까지만 이렇다는 말이다.
일단 ‘나가기’ 버튼을 누르고 나면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그렇게 개운하고 시원할 수가 없다. 온 세상이 그렇게 환해질 수가 없다. 모든 업무에서 해방, 비로소 자유를 얻은 기분이다. ‘단톡 방에서 나가기’ 그 짜릿한 맛을 알고 난 뒤부터 휴가 때는 무조건 나가기를 한다. 심지어 부서장이었을 때도 저 방에서 나왔다.
알겠지만 대부분 부서장들은 단톡 방에서 잘 안 나간다. 궁금해서 “휴가인데 왜 단톡 방에서 안 나가나?”라고 물으니 “알람을 꺼두고 안 보면 되니까 굳이 나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읽지 않은 메시지가 하루 수백 개, 일주일이면 수천 개는 쌓일 텐데 그걸 안 보는 게 가능한가? 난 그게 잘 안 됐다.
알람이 뜨거나, 메시지가 오면 확인하지 않고 두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게 나랑 관련된 일이면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단톡 방에서 나가지 않고는 그 불편함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주말에 일하고 쉬는 대휴나 생리휴가가 아닌 연차휴가를 사용할 때는 꼭 나가기를 했다.
신기하게 이 방을 나가면 전혀 다른 세계로 가는 또 다른 방이 열린다. 회사 고민은 ‘아웃 오브 안중’이다. 대신 나와 내 가족이 보인다. 좀 더 선명하게. 직장맘으로 산 지 13년. 아이가 아플 때를 제외하고는 일단 회사에 오면 아이 생각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 잊고 산다(가끔은 이런 내가 놀라울 때가 있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겠다.
내가 온전히 하루 9시간 회사에 집중할 수 있다는 말은 누군가는 나 대신 집 혹은 아이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말도 된다. 내 경우엔 남편과 시부모님이 그 역할을 했다. 그렇게 아이들은 쑥쑥 자라서 어느새 큰아이는 올해 13세, 작은아이는 9세가 됐다.
그러니 육아휴직 한다고 했을 때 "애들 다 컸는데, 웬 육아휴직이냐?"라는 반응이 많았다. 젖먹이 아기 때만 육아휴직이 필요한 건 아닌데….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많은 부모들이 육아휴직을 쓰지 않나. 그런데 나는 그것도 아니다. 작은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는 남편이 육아휴직 3개월을 썼으니까.
왜 나는 지금 두 번째 육아휴직 할 생각을 했을까. 이 사진 한 장에 많은 이야기가 담겼다. 그 이야긴 다음 회에 하겠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2017년 5월 1일)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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