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손 잡고 보육실까지… '개방'이 학대 막는다
부모 손 잡고 보육실까지… '개방'이 학대 막는다
  • 기고=김영명
  • 승인 2019.01.03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D
[2019 새해 특별기고]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고문

2019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무수한 이슈들 중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또 새해는 어떤 '화두'를 가지고 설계해야 할까. 보육 등 각계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연속기고를 통해 2018년을 정리하고 2019년을 전망한다. - 편집자 말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고문.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김영명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고문.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되돌아보면 2018년은 어느 해보다 어린이집에서 가슴 아픈 일이 많았던 해이다.

원아가 무더운 땡볕 아래 등하원 차량에서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으며, 아동학대는 발생될 때마다 전 국민이 떠들썩하게 공분할 뿐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로 인해 영아가 사망했을 뿐 아니라, 아동학대와 연관되는 여러 다양한 상황 속에서 보육교사와 원장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통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가오는 2019년이 두렵지 않은 보육인이 어디 있겠나 싶다.

원장의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새해 벽두부터 어린이집에 대해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직면해서 해결하는 데 온 힘을 다하는 것이 우리 보육인들이 할 일이며, 아이 키우는 일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동학대가 없는 어린이집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대가 발생되는 원인부터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다양한 원인 중 하나로 어린이집 운영의 폐쇄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어린이집 중 다수는 등하원 시 부모가 차량을 이용하거나 어린이집에 직접 아이를 데려가더라도 현관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어린이집의 실내, 즉 영유아가 생활하는 보육실까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약 30% 정도의 어린이집만이 등하원 시에 개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등하원 시 부모가 보육실까지 데려다주는 일상적 개방 필요

운영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행사를 할 때나 참관 일시를 정해서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등하원 시 늘 부모가 보육실까지 아이를 데려다주는 일상적인 개방이 필요하다. 개방을 통해 부모가 보육 상황을 공유하는 것은 부모와 어린이집이 신뢰관계를 형성하게 할 뿐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부모는 아이를 등하원 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영유아가 어떤 급·간식을 먹는지 알 수 있으며, 교사의 훈육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훈육이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등하원 시간이 학교와 같이 일정하지 않으며 병원을 다녀오거나 사정이 있어 일찍 귀가하는 영유아 등이 있으므로 등하원 시에 부모에게 개방을 하는 것만으로도 일과의 많은 부분이 개방될 수 있다.

등하원 시에 개방을 한다고 했을 때 첫 번째로 제기되는 문제가 ‘안전’이다. 그러나 보육의 질이 높은 대다수 선진국과 우리나라 어린이집의 30%가 등하원 시 개방을 하면서도 개방으로 인한 ‘안전’의 문제가 크게 제기되지는 않는다.

일상적 개방이 어려운 이유로 보육실까지 들어오는 것을 번거롭게 여기는 부모가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분노하기보다는, 안심할 수 있고 신뢰하는 보육을 만들기 위해 부모도 일정 정도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의사표현과 자신의 상황에 대한 전달이 미숙한 영유아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보육실까지 들어와보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자 권리인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근절시키고 아이들에게 행복한 어린이집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CCTV와 같은 감시 시스템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가 얼굴을 맞대고 아이들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CCTV의 본질은 신뢰가 아니라 감시다. 영유아를 함께 키우는 부모와 어린이집은 ‘감시’와 ‘불신’이 아닌 ‘신뢰’와 ‘협력’이 관계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영유아에게 있어서 '교사-부모'는 '엄마-아빠'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서로 불신하는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정체성 형성에 얼마만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명약관화한 일이다.

◇ 불신과 감시가 아닌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보육

그런데 아동학대는 단지 어린이집의 폐쇄성에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부적절한 교사 대 아동비 ▲일지나 관찰기록, 행사, 청소와 같은 과도한 교사의 업무량 ▲좁은 실내 공간과 실외놀이터가 없는 물리적 환경 등에 의한 교사와 영유아의 과도한 스트레스에 기인한다.

어린이집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개방성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교사 대 아동비의 개선이나 업무량 축소, 1인당 실내 면적 확대와 실외놀이터 확보 등 물리적 환경의 개선 없이는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는 남게 된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없는 상태에서 일상적 개방을 하는 것은 보육교사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등하원 시의 일상적 개방과 더불어 반드시 인력을 충원해야 하며, 교사가 다양한 업무로 인해 영유아에게 소홀해지지 않는 근무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물리적 환경의 개선 또한 중장기적으로 영유아보육법의 개정 등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 대 아동비, 과도한 업무량, 실내외 공간 등이 다 해결되어야 일상적 개방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일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일상적 개방을 통해 부모와 보육 상황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어린이집 재정 투자의 우선순위 또한 교사 대 아동비와 같은 영유아와 교사의 일상생활이 원활해지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인 개방은 영유아와 교사의 생활 여건을 개선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교사 대 아동비의 개선과 업무량 축소는 일상적 개방을 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다.

어린이집이 비록 아픔과 절망 속에 있다 하더라도 이곳은 우리의 미래인 영유아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결코 이 사회가 아픔과 절망 속에 내팽개쳐둘 수도 없고, 그렇게 두어서도 안 되는 곳이 어린이집인 것이다. 어린이집의 정상화가 우리 미래의 정상화인 것이며 편안하고 따뜻한 어린이집이 바로 편안하고 따뜻한 우리들의 미래인 것이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