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은 2019년 이야기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은 2019년 이야기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9.01.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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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유학생 엄마의 육아이야기

새해가 찾아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2019년이 시작되었다. 어렸을 적 과학상상화 그리기 대회를 하면 제일 자주 등장하던 것이 2020년의 서울 모습이었더랬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그리고 해저 도시를 그리면서 2020년이 정말 머나먼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상징적인 연도까지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나는 무럭무럭 늙어간다.

새해가 되면 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은 청소. 바쁜데다가 쉬는 시간이 생기면 늘어져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게으른 주부라 평소에 청소를 자주 하지도, 즐기지도 않는다. 그래도 새해이니 새 기분을 낼까 해서 대청소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단한 청소를 한다.

미국 집의 바닥은 카펫이 깔려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내 기준으로는) 청소하기가 까다로운 편이다. 먼지도 눈에 잘 안 띄고 물청소를 할 수도 없어서 마음먹고 제대로 대청소를 하려면 카펫 청소 기구를 관련 스토어에 가서 빌리거나 업체를 불러서 청소해야 한다. 때문에 보통은 진공청소기로 여러 번 먼지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 정도면 나에게는 대청소이다.

다음으로는 새 달력에 중요한 일정 적어놓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일정보다도 종이 달력에 손으로 쓰는 기분이 더 좋다. 무언가에 진짜 신경쓰는 느낌이랄까. 아직도 종이에 무언가를 쓰는 느낌이 더 좋은 아날로그적 감성의 소유자임을 다시금 자각한다.

우선은 아이들 생일을 적고, 부모님 생신을 적고, 남편 등 집안 식구들 생일을 적는다. 친구들과 지인들 생일을 적고 굵직한 행사가 있으면 그것도 적어놓는다. 짧지 않은 미국생활에 가뜩이나 좁았던 인간관계는 더욱 간략하게 정리되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평생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 몇몇이 남았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지구 먼 곳에 있어도, 아주 가끔 메세지나 이메일만 주고 받아도 언제든지 망설이지 않고 속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있다는 거, 그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달력의 빈 공간만큼 또 새롭게 채워나가면 되겠지’ 하고 기분 좋은 기대를 해본다.

마지막으로는 새해 계획 세우기. 영어로는 뉴 이어즈 레졸루션(New Year’s Resolution)이라고 한다. 딱히 거창할 것도 없지만 제일 중요한 것으로 정해보자.

첫 번째는 학위 따기. 올해야말로 박사과정을 마쳐보련다. 아이들 핑계도 식구들 핑계도 집안일 핑계도 그만 대고 올해는 박사과정을 졸업할 생각이다. 물론 내 마음대로만 되는 건 아니고 교수님들 의견도 중요하겠지만 올해는 이만 졸업해보련다.

두 번째로는 다이어트? 아니다. 바지 치수가 우주처럼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건만 목표로 삼고 싶지는 않다. 나는 평생 다이어트를 해본 적이 없다. 마른 체형과는 정반대이건만 다이어트를 시도해본 적조차 없다. 왜? 대답은 간단하다. 관심이 없고 귀찮아서이다. 저절로 체중이 줄면 주는 대로, 늘면 느는 대로 살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체중감량과 상관없이 운동을 해보련다.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큰아이랑 조금만 놀아도 헐떡거린다. 그나마 바쁠 때는 잘 놀아주지도 못한다. 작은아이가 잠을 잘 안 자는 날에는 아이를 안은 상태로 헤드뱅잉을 하며 졸기도 한다. 절대적인 취침시간이 적은 편도 아닌데 늘 피곤하다. 겨우 시간을 내서 책상에 앉으면 눈은 퀭하고 허리와 목이 결린다.

운동을 해야 한다. 체중감량이나 근육량 늘리기 같은 목표를 떠나서 그냥 생존을 위한 운동이다. 엄마는 무엇보다 건강한 엄마가 최고라는 친정 어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언제나 친정 어머니의 말씀은 내 육아의 바이블이다).

마지막 세 번째 목표는 아이들에게 한결같은 엄마 되기. 아마 가장 지키기 힘든 목표일 것 같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이 힘든 날은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일도 나도 모르게 짜증을 해거나 아이에게 화내는 일이 생긴다. 마음이 급하거나 초조할 때도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는 엄마의 일관적인 반응과 호응이 필요할 텐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엄마도 사람인데 화도 나고 실수도 하겠지만, 엄마의 작은 행동이 아이에게는 너무나 크게 다가올 수 있으니 두 번, 세 번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는 잠시 자리를 피하거나 마음속으로 숫자를 천천히 세고 아이에게 따뜻한 말투로 말을 걸어주도록 노력해볼 것이다.

여기까지 적고 있는데 매트 위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큰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새해를 맞이해서 물감까지 꺼내놓고 무언가 열중해서 그리고 있던 중이었다.

“아들, 아들은 새해 목표가 뭐니?”

“음….”

한참 뜸 들이던 아들의 대답이 예상 밖이다.

“동생 더 사랑해주기.”

어머나. '심쿵'. 엄마 기분 좋으라고 해주는 대답일지라도 얼마나 예쁘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큰아이의 새해 계획도 잘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새해에도 두 아이가 우애 좋게 서로 아끼고 서로 고마워하며 생활할 수 있기를. 아이들과 함께 더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2019년이 시작되었다.

하루에도 몇 장씩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인 큰아이의 새해 작품 : 새해의 눈송이 ⓒ이은
하루에도 몇 장씩 그림 그리는 것이 취미인 큰아이의 새해 작품 : 새해의 눈송이 ⓒ이은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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