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할머니들에게 권하는 '그림책 육아' 이야기
예비 할머니들에게 권하는 '그림책 육아' 이야기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1.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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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림책에 빠진 할머니」 저자 한영진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우이동에 있는 카페에서 한영진 작가를 만났다. 황혼육아를 자처해 손자를 돌보기 시작했다는 한 작가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느껴졌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우이동에 있는 카페에서 한영진 작가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정말 그림책은 훌륭한 육아도우미였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손주들의 상상력도 커지고 기억력도 좋아지며 감성까지 풍부해지니 정서적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하고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거기다 어휘력 또한 풍부해지니 손주 육아에는 그림책이 딱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 「그림책에 빠진 할머니」 4쪽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우이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그림책에 빠진 할머니」(학지사, 2018년) 저자, 한영진 작가를 만났다. 이 책은 한 작가가 둘째 손자 규진이를 도맡아 키우면서 그림책 육아를 통해 경험한 노하우를 담은 책으로, 그림책 육아가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황혼육아를 자처해 손자를 돌보기 시작했다는 한 작가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느껴졌다. 40년 동안 초등교육 현장에서 교육과 상담으로 많은 아이를 만나온 한 작가는 황혼육아를 시작하면서 그림책에 푹 빠졌다고 했다. 인터뷰 현장에는 한 작가의 둘째 손자 규진이(4)도 자리를 함께했다. 규진이는 처음 보는 취재진이 신기했는지 인터뷰 내내 장난스러운 애교를 부렸다.

한 작가는 현재 지역 도서관, 어린이집, 교회 등에서 많은 아이와 어른을 만나 그림책으로 소통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북스타트 활동가로도 봉사하고 있다. "규진이가 없었다면 이 책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는 한 작가는 왜 육아를 할 때 그림책을 읽어줘야 하는지, 그 이야기 역시 그림책을 읽어주듯 부드럽게 들려줬다.

◇ 40년 초등교육 현장 전문가에서 북스타트 활동가로 변신

한 작가는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지역도서관의 북스타트 모임에 아기와 함께 참여해 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 작가는 부모들에게 지역 도서관의 북스타트 모임에 아기와 함께 참여해볼 것을 권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 작가는 “세 살은 아기 뇌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나이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들은 적이 있다”며,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은 그림책 읽어주기였다”고 말했다.

“제가 손자를 돌보는 동안 재미있게, 새롭게, 행복하게 해서 뇌를 충분히 자극해주고 싶었습니다. 자기 존재감도 확실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집중한 것이 그림책이었습니다. 특히 그림책을 통해 육아를 해보니 말문이 터지는 시기엔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어휘력이 풍부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한 작가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과정을 통해 손자의 뇌 속에서 보이지 않는 시냅스끼리 강력한 연결 작업이 반복되면 그것이 손자의 강점으로 형성될 것”이라면서, “그것이 특기와 취미, 나중에 손자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한 작가는 손자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노래도 함께 불러준다고 이야기하면서 에피소드 하나를 꺼냈다.

“손자에게 그림책을 보여줄 때 노래도 함께 불러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손자는 음감이 비교적 정확합니다. 거기다 잘 모르는 노래도 각운(같은 운을 배치하는 기법)을 따라 잘 부릅니다. 예를 들어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하고 불러주면 끝 구절의 ‘~오너라’ 할 때는 자기도 리듬에 맞춰 ‘~라’고 정확하게 따라하는 것을 봤습니다.”

◇ 손자를 어떻게 돌봐야 할까? 답은 ‘그림책’

한 작가는 세 살은 아기 뇌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나이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들은 적이 있다며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은 그림책 읽어 주기였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 작가는 세 살은 아기 뇌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나이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들은 적이 있다며 이를 위해 선택한 것은 그림책 읽어 주기였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 작가는 그동안 그림책을 손자에게 읽어주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그림책을 읽어 줄 수 있을지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 여덟 가지를 소개했다. ▲아이를 참여시키기 ▲역할마다 음색을 달리해서 읽기 ▲반복해서 읽어주기 ▲미리 읽어보기 ▲그림을 자세히 보기 ▲직접 상상하게 해보기 ▲번갈아 가며 읽기 ▲같은 책도 점점 발전하며 읽기 등이다.

한 작가는 “그림책을 읽어 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이라며,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해줬다.

▲아이를 참여시키기 : “손자는 특히, 재미있는 부분이 나오면 자기도 참여하면서 반복해서 읽어주기를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파내기 대장 푹푹!’에서는 ‘푹푹’ 부분을 자기가 읽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제가 ‘파내기 대장’ 하고선 뜸을 들이면서 손자 얼굴을 쳐다보면 손자는 ‘푹푹’ 소리를 냅니다.”

▲역할마다 음색을 달리해서 읽기 : “인물이 여러 명 등장할 때 음색을 달리하며 읽어주면 아주 재미있어 합니다. 예를 들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그림책의 경우 호랑이 역할, 어머니 역할, 오누이 역할에 따라 음색을 달리하면 좋습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부분에서 거칠고 투박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읽어주면 아이의 분위기 상상은 대단해집니다.”

▲미리 읽어보기 : “「어린이와 그림책」의 저자 마쓰이 다다시는 그림책을 읽을 때 처음에는 순수한 독자로 한 번, 그다음에는 어린이와 함께 또 한 번 읽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읽는 이에게 재미와 감동을 느끼게 해준 책은 아이에게 읽어줄 때 더욱 실감 나게 읽어줄 수 있다고 합니다. 내가 감동받은 책을 손자에게 읽어주고 나면 정말 아이도 또 읽어달라고 내게 들고 오는 것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한 작가는 그림책을 읽어줄 때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고 말했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 할머니와 아이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누워 있는 단계에선 책을 펼쳐서 아기의 얼굴 위로 들어 보여줘야 합니다. 아기 책은 거의 하드보드(두꺼운 표지)로 돼 있어서 자칫 얼굴 위로 떨어트리기라도 하면 큰일이 납니다. 또한, 주문한 책이 오면 전부 다 닦아줘야 합니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입에다 넣는데, 위생적으로 깨끗하게 해줘야 합니다.”

◇ 그림책 읽어주기 핵심은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

한 작가는 그동안 그림책을 손자에게 읽어주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그림책을 읽어 줄 수 있을지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 8가지를 소개했다.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 작가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그림책을 읽어줄 수 있을지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 여덟 가지를 소개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울러 한 작가는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지역 도서관의 북스타트 모임에 아기와 함께 참여해볼 것을 권했다.

북스타트는 ‘책과 함께 인생을 시작하자’라는 취지로 1992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한 세계적인 영유아 책읽기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에 도입해 지방자치단체와 북스타트코리아가 함께 펼치는 지역사회문화운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한 작가는 서울 번동의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서 북스타트 활동가로 봉사하고 있다.

“제가 봉사 중인 도서관의 북스타트 모임은 1단계(3~18개월), 2단계(19~35개월), 3단계(36개월~취학 전)로 구분돼 한 달에 한 번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참여해보니 북스타트 활동은 저 같은 손주 육아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꼭 권할 만합니다. 또한 책을 통해 젊은 엄마들이 자녀와 소통하는 모습을 볼 때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 작가는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서 북스타트 활동가로 봉사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하나 꺼냈다.

“여섯 명의 자원활동가들은 미리 모여 그날 읽을 책도 읽어보고, 만남을 시작할 때 부를 노래와 손유희도 같이 익히고, 책놀이 할 때 필요한 작품도 미리 만들었습니다. 시작 시간이 가까워져 아기를 안은 엄마들이 들어왔습니다. 한 명 한 명이 매우 소중해 대환영을 했습니다. 가슴에 이름표를 크게 써서 붙여주고 다 모이면 인사 노래를 손유희와 곁들여 불렀습니다.”

덧붙여 한 작가는 북스타트는 지역 도서관 중심으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면서, ▲아기와 부모의 친교를 돕는 소통수단 ▲아기들이 책과 친해지는 계기 ▲아기 양육의 좋은 방법 ▲지역사회 문화복지 성장 ▲평생교육의 출발점 등 북스타트의 장점을 설명했다.

◇ "과거로 돌아가도 또 다시 ‘황혼육아’ 자처할 것"

황혼육아를 자처했던 한 작가는 과거로 돌아가도 또다시 육아를 할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답했다.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황혼육아를 자처한 한 작가는 과거로 돌아가도 또 다시 육아를 할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답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황혼육아를 자처했던 한 작가는 과거로 돌아가도 또 다시 육아를 할 것이라고 자신감 있게 답했다.

“저는 과거로 돌아가도 황혼육아를 할 거예요. 육아는 아이가 어떻게 성장해가는 것을 보는 경이로운 과정이잖아요. 저는 친구들한테도 권하고 있습니다. 황혼육아가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받습니다.”

한 작가는 끝으로 이 책을 50대 '예비 할머니'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할머니는 아니지만, 손주가 태어나면 할머니로서 어떻게 육아를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손주를 빨리 보고 싶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또, 앞으로 책을 쓸 기회가 된다면 ‘할머니 무릎’이라는 책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한 작가와 함께온 손자 규진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할머니가 그림책을 읽어주면 어때요?”

“할머니가 그림책 읽어주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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