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내 마음과 같다? '경계'가 중요한 까닭
아이는 내 마음과 같다? '경계'가 중요한 까닭
  • 칼럼니스트 장성애
  • 승인 2019.01.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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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질문공부] 경계와 관계일치로 본 부모심리

동양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부모가 자식과의 관계에서 경계가 모호합니다. 특히 유아 때는 부모가 자식과 공간과 시간과 심리가 거의 일치하지 않는가 할 정도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도 그냥 아픕니다. 몸이 아프더라도 같이 아픔을 느끼고,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고통을 느낄까 낌새라도 있으면 부모는 더 많은 고통을 느끼고 대신 해결해주려고 합니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일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오감으로 완전 일치시키면서 아이들과 한 몸이 되려고 합니다.

그리고 너무 깊이 동일시 한 나머지 아이들에게 부모의 말과 심리대로 행동하도록 강요합니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해야 아이가 성공할 것 같고 또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나처럼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는 관계동일시가 또 작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성공과 행복은 부모가 경험한 바에 의한 것이고 주변에서 강요된 것들입니다. 결코 아이들이 원한 것은 아니지요. 그럼에도 부모는 아이에 대한 통제를 통해 부모가 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공손하게 따라주기를 원합니다.

밥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는 것도, 학교에 가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 것도, 학습을 하는 것도 일거수, 일투족 부모의 통제가 들어갑니다. TV 보는 것도, 놀이터에 가는 것도, 심지어 책 읽는 것도 통제를 받습니다. 아이들 말에 의하면 잔소리입니다.

이 통제를 벗어나려고 하면 부모는 무엇인가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상담을 옵니다.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결론은 잘 통제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상담을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힘들 거라고 말을 하면서도 실제로는 부모 자신이 얼마나 힘이 드는 줄 알아주길 원합니다.

부모들은 상담을 받을 데라도 있고, 하소연할 부인이나 남편도 있는데 말 못하는 시절부터 겪어온 아이들의 힘듦은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까요?

이처럼 부모와 아이 사이에 경계가 전혀 없습니다. 좀 더 커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경계를 찾기 위해 방문을 닫고, 잠그기까지 하는 행동을 보이면 부모들은 화들짝 놀랍니다. 큰 문제가 일어났다고 여기고 백방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없었거든요. 뭐든 하라는 대로 잘 했는데….”

이때 아이들의 심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더 이상 통제받기 싫고. 부모님과 나 사이에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을 겁니다. 소유물이나 실로 조정당하는 인형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하는 행위일 텐데 부모들은 기어이 그 문을 열게 하는 데만 초점을 맞춥니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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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상담학과 권수영 교수는 이에 관한 책을 썼습니다. 「한국인의 관계심리학」(살림, 2007년)이란 제목으로요. 흥미로웠던 것은 미국 내 한국인들의 관계와 경계에 관한 내용을 분석한 사례들입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인데, 미국인의 눈으로 보는 부분을 권 교수는 놀랍고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를 테면 이민 1세대인 시어머니와 이민 2세대인 며느리가 손자양육 때문에 갈등이 고조되어서 미국인 가족치료사에게 상담을 받은 내용입니다. 이민 1세대인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할머니에게 공손하지 않고 말대답을 하는 손자의 행동이 못마땅하고, 가족들도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대드는 모습을 보고 손자가 배웠다고 비난을 하였다고 합니다.

미국인 가족치료사가 충격을 받은 것은 고부갈등보다는, 정작 6살 손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가족들이 아무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이자 존중받아야 할 아이는 가운데서 경계가 사라져 로봇처럼 살고 있는데도 전혀 문제시 하지 않고 있었다는 거죠.

며느리가 양육하는 방식을 시어머니가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든가, 시어머니의 의견을 며느리가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는 것보다, 이민 1세이건, 이민 2세이건 같은 한국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고 합니다. 미국사회와 문화에 익숙한 며느리도 역시 한국문화인 '경계가 모호한 관계'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관계 중심의 한국사회는 가족 간의 경계를 무시하는 경향이 큽니다. '따로 또 함께'라는 새로운 관계를 제시하는 권 교수의 주장대로, ‘따로’를 인정하는 새로운 한국형 심리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심리적으로 분화되지 못한 것은 부모나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서구적인 경계를 내세워 한국인의 문화심리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존중을 통해 경계를 확실히 할 수 있었을 때 ‘너의 생각은 무엇이냐?’를 물어볼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유독 한국의 어머니들은 아이가 행복할 때 한없이 행복합니다. 자신이 행복한 것보다 더 행복지수가 높은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부모가 자식으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도록 아이들에게 심리적, 물리적 독립에 대해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함께 지지해주는 가족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같이, 함께’의 만족감을 충분히 누리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진학도, 결혼도, 이혼도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한국의 자녀들은 유아 때부터 부모가 모든 선택을 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리적으로 종속된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역시 타인으로부터 분화된 심리를 갖기가 힘이 듭니다. 조직 속에서 충실하려고 하고, 다른 의견을 내어서 조직 내 사람들을 거슬리지 않게 어릴 때부터 심리와 행동의 습관이 고착되었습니다.

창의를 말해야 하는 이때, ‘따로 또 같이’의 심리적 의미를 파악하여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고 경계와 사이를 두는 질문습관과 생각습관이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 장성애는 경주의 아담한 한옥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육에 몸담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다. 전국적으로 부모교육과 교사연수 등 수많은 교육 현장에서 물음과 이야기의 전도사를 자청한다. 저서로는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 「질문과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교실」, 「엄마 질문공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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