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더 떨리는 아이의 첫 치과 치료… 미국의 치과
엄마가 더 떨리는 아이의 첫 치과 치료… 미국의 치과
  • 칼럼니스트 이은
  • 승인 2019.01.21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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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영부영 육아인류학] 미국 유학생 엄마의 육아 이야기

새해 첫달부터 아이의 첫 치과 치료 날짜가 잡혔다. 아직까지 탄산음료는 먹인 적 없고 아이스크림도 네 살 이후, 사탕을 처음 먹인 것도 다섯 살 이후로 비교적 잘 관리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충치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충치는 어금니에 작은 깨가 박힌 것처럼 검은 점으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치과의사가 아이의 정기 검진을 하다가, 충치 초기라며 엑스레이(X-ray)로 아이의 입속을 보여주었다.

순간 당혹감이 스치고 지나간다. 분명 칫솔질도 열심히 해줬는데, 난 왜 제대로 보지 못했을까. 아니야. 뭐든지 다 엄마 탓은 아니지.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의사에게 진행 정도를 묻는다. 다행히 초기상태라 마취할 필요도 없이 살짝 충치를 긁어내고 때워주면 된다고 했다. 일단 심한 상태는 아니라고 하니 한숨 돌리긴 했지만 치료 예약을 잡고 돌아서는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

사실 미국소아치아학회(AAPD: The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 Dentistry)에서는 첫니가 난 후 6개월 안에 치과를 방문하기 시작하라고 권장한다. 하지만 아기에게 협조를 받기가 쉽지 않으니, 내 기억에는 큰아이가 치과 정기검진을 다니기 시작한 것은 두 돌 무렵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아이는 얌전한 편이고 치과 진료 선생님들도 모두 친절한 분들이어서 큰 문제없이 검진을 받아왔다.

지인의 아이 중에 충치 때문에 신경치료도 받고 한참 고생한 경우를 본 적이 있어서 아이와 말이 통하고 나서부터는 칫솔질을 철저히 해주려고 노력했고 단 것은 되도록 피하도록 노력했다. 물론 두 돌 전에는 손가락 칫솔로 닦아주려고 하면 손가락을 너무 세게 물어버리는 탓에 칫솔질 하는 횟수보다는 내가 비명 지르는 횟수가 더 많았다.

또래 친구들과 같이 어울리는 일이 생기면서 다른 친구들은 먹는 사탕이나 젤리를 나 혼자만 금지할 수는 없어서 단 것을 먹는 일도 늘어났다. 아이가 커지면서 소위 “반항” 비스므레한 것을 하면서 칫솔질을 피해 도망다니는 일도 많았다. 좋아하는 향이 나는 치약도 줘봤지만 효과는 별로 보지 못했다.

오히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칫솔을 쥐여주고 나도 옆에서 열심히 동시에 칫솔질을 하거나, 마트에서 5달러 정도하는 저렴한 진동 칫솔을 사주는 것이 더 효과가 있었다. 그마저도 요즘은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 치료를 전화위복 삼아 “치카치카”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지-잉(치과 치료)”을 당하게 된다는 약간의 공포심 조장과 함께 새로운 칫솔질 습관을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드디어 아이의 첫 치과 치료가 있는 날. 치료실로 안내된 아이가 의자에 앉았다. 간호사는 아이가 고른 애니메이션 화면을 틀어주고, 오늘 받게 될 치료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치아 표면의 충치부분을 긁어낼 기계를 보여주고 어떤 소리를 내는지 작동시켜 소리를 들려주었다. 다음으로는 치아표면을 헹궈줄 기구를 보여주고 치아를 채워넣을 필링을 조금 꺼내서 아이에게 만져보게 해주었다.

처음에는 쿠키 아이싱 같았던 필링이 처리를 마친 뒤에는 치아처럼 딱딱해지자 아이는 감탄을 하며 신기해했다.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해주는 간호사 덕에 아이는 긴장을 떨치고 편안하게 누워서 치료를 기다렸다. 오히려 엄마인 내가 더 긴장한 듯했다.

치과의사가 와서 아이에게 다시 한번 간단한 치료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엄마에게도 이미 설명해주었지만, 보호자가 아닌 아이들에게 쉽게 차근차근 본인이 받을 치료 내용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알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날 예정이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두려웠을 아이는 금방 긴장을 풀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마취가 필요하게 되거나 아이가 아픔을 느낄까봐 나는 나도 모르게 발가락 끝에 힘을 주고 곁에 서 있었다. 원래 30분 좀 넘게 걸릴 거라는 치료는 20분 정도만에 끝났다. 아이는 치료를 받는 내내 조용히 영상을 보고 협조적으로 입을 벌렸다. 기계에서 윙 하는 소음이 날 때마다 잔뜩 긴장하는 것은 오로지 엄마인 나뿐이었다.

치료를 마치고 다음 정기검진 예약을 잡고 치과를 나서면서 큰 숙제를 하나 마친 기분이 들었다. 가는 길에 치과에서 추천해준 유아용 치실을 사야지. 아이스크림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주지 말아야지. 저녁 칫솔질은 내가 꼭 마무리해줘야지. 여러가지 다짐들이 몰려왔다. 작심삼일만 되지 않기를.

미국의 살인적인 치과치료비 청구서를 꺼내 확인해보면서 다시 한번 치과 "치료"만은 피해보자고 다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치과보험은 가격도 비싸고 직장 등에서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치과보험 없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고, 보험이 있더라도 치료의 경우는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에는 치과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치과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도 단 것에 한없이 끌리는 아들내미야, 치과 “치료”는 제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기를. 우리 단 것은 조금만 참자.

아이에게 치과 치료 과정을 설명 중인 간호사: 아이는 다행히 초조해하는 기색없이 흥미롭게 들으며 질문을 하기도했다.
아이에게 치과 치료 과정을 설명 중인 간호사. 아이는 다행히 초조해하는 기색 없이 흥미롭게 들으며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은

*칼럼니스트 이은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한국에서 큰아이를 키웠고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작업을 하고 있다. 스스로가 좋은 엄마인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순간순간으로 이미 성장해 가는 중이라고 믿는 낙천적인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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