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앞에 작아지는 인권… 막가는 키즈 유튜버
‘좋아요’ 앞에 작아지는 인권… 막가는 키즈 유튜버
  • 김정아 기자
  • 승인 2019.01.29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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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없는 유튜브②] 자극적 언행과 소재로 아동학대 의심도

【베이비뉴스 김정아 기자】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8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에 ‘유튜버’가 이름을 올렸다. 유튜브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 됐지만, 유해한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콘텐츠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바람직한 유튜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 기자 말

<기사 싣는 순서>
① 세탁세제·헬륨가스 마시는 아이들… ‘유튜브에서 배웠어요’
② ‘좋아요’ 앞에 작아지는 인권… 막가는 키즈 유튜버
③ 사실상 ‘규제 불가능’… 유튜브 시청·창작 가이드라인 절실

◇ 어린이들도 콘텐츠 경쟁,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초등학생 유튜버가 담배 피우는 장면을 연출해 내보낸 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81만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초등학생 유튜버가 담배 피우는 장면을 연출해 내보낸 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81만 회를 기록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한 '액괴 남사친' 시리즈 영상이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한 '액괴 남사친' 시리즈 영상이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초등학생이 담배 피우면 안 되는 법 있어요?”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 밝힌 유튜버 A군이 길거리에서 막대 사탕으로 담배 피우는 척을 한다. 길가던 어른이 나무라자 A군은 “초등학생이 담배 피우면 안 되는 법 있어요?”하고 대든다. 화가 난 행인이 아이에게 훈계하며 욕설을 퍼붓고 그제야 A군은 “사실은 막대사탕”이라고 행인을 조롱한 뒤 전력 질주한다. 해당 영상은 조회 수 81만 회, 좋아요 8만 9000개(2019년 1월 기준)를 기록했다. 

한때 유튜브를 하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액괴(액체괴물) 시리즈' 중 하나인 ‘남사친(남자인 친구) 액괴’를 검색하면 초등학생 크리에이터들이 올린 수백 개의 영상이 나온다. "15금 주의", "X나 야함", "남자애들의 나쁜 손"이라는 문구와 함께 액체괴물을 만지며 노는 손이 나오고, 학교에서 '남사친'들이 저지른 성희롱·성추행 사례들을 나열하며 성적인 수치심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주로 남사친 혹은 여사친 사이에 경험한 이야기를 주제로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으로 꾸며낸 내용들이다. 영상을 게시하며 '구독자가 늘어나면 더 높은 수위의 글을 가져오겠다'는 조건을 다는 이들도 있었다. '남사친 액괴' 시리즈 중에 조회수 86만 건을 기록한 영상을 올린 크리에이터는 자신을 2006년생, 13살이라고 소개했다.

유튜브 조회수는 곧 수익을 의미한다. 유튜브 시장으로 뛰어드는 키즈 크리에이터들도 더 높은 조회수와 더 높은 수익을 위해서 점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현실이다.

'엄마 몰래', '선생님 몰래' 시리즈의 콘텐츠도 한 예다.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 '엄마 몰래 액괴 만지기', '엄마 몰래 PC방 가기', '선생님 몰래 수업시간에 과자 먹기', '수업시간에 화장하기' 등 비교적 사소한 장난을 담은 게시물이 대부분이지만, '엄마 엉덩이 때리고 도망가기', '엄마 몰카 1편·2편', '엄마 몰래 찍은 동영상' 등 도저히 장난으로 볼 수 없는 수준의 제목이 달린 영상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동영상 속에는 엄마의 속옷을 촬영해 올린 것도 있었다. 

이외에도 남의 차량 앞에 서서 "제가 한번 돌 던지기를 해 보겠습니다"라며 돌을 던지고 박장대소하는 영상을 올리는 초등학생 유튜버도 있었고, 집에서 기르는 햄스터를 괴롭혀 죽인 뒤 "새로 햄스터를 분양받고 싶다"는 영상과 메시지를 올려 논란이 된 초등학생 유튜버도 있었다.

◇ 유튜브 시장으로 아이를 밀어 넣은 부모들

'악플읽기'가 인기를 끌면서 어린이 유튜버들도 부모와 함께 '악플읽기'를 무분별하게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악플읽기'가 인기를 끌면서 어린이 유튜버들도 부모와 함께 '악플읽기'를 무분별하게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아이스크림 먹방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 남매 유튜버.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아이스크림 먹방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 남매 유튜버. ⓒ유튜브 영상 갈무리

 “공부나해라.”

“진짜 어린애들이 왜 화장을 한데.”

“무섭게 생겼다.”

“너보고 바보래.” 5살 유튜버에게 달린 악플을 엄마가 읽어주자 아이는 “왜요? 나 바보 아닌데요”라며 얼굴을 찌푸린다. 자신의 콘텐츠에 달린 악플을 읽고 그에 대한 대답이나 해명 혹은 반박을 하는 ‘악플읽기’가 유튜버 사이에 유행을 했고, 키즈 유튜버들도 역시 앞 다퉈 ‘악플읽기’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 중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악플을 읽어주고 반응을 살피는 동영상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올 1월 현재 구독자수가 76만 명에 달하는 유명 키즈 유튜버도 채널 오픈 2주년을 맞아 엄마와 함께 악플읽기를 진행했고 해당 영상은 조회수가 58만 회를 기록했다.

어린이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를 주로 올리는 13살, 10살 남매 유튜버 앞에 10여 개의 아이스크림이 있고, 두 아이가 10여 분 동안 각각 아이스크림 4개씩을 먹는다. 영상이 끝날 때쯤에는 억지로 먹는 듯한 표정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처럼 아이들이 먹기에 너무 맵거나 짠, 혹은 너무나 많은 양의 음식을 먹게 하는 어린이 먹방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해당 채널은 남매의 엄마가 함께 출연해 ‘악플읽기’를 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키즈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면서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들의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부모들은 조회수와 수익을 노리고 어른 유튜버 사이에서 흥행한 콘텐츠를 모방해 자녀에게 따라하도록 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그 과정에서 자녀에 대한 인권침해나 아동학대 논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 인권침해는 발생했는데, 시정 조치는 누가?

올 1월 현재 구독자 수가 845만 명에 이르는 유명 키즈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지난해 8월, 법원으로부터 아동학대 판결과 함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받았다. 해당 키즈 유튜브 채널은 딸이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는 상황을 연출하게 하거나 아이가 도로에서 실제 자동차를 이용해 장난을 치는 장면을 내보내 문제가 됐다. 

지난 2017년 해당 채널을 경찰에 고발했던 국제구호개발단체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16일 "해당 채널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영상을 게재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됐지만, 당시 어느 누구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세이브더칠드런이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유튜브는 현재 자율규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인권침해나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콘텐츠가 게시된다고 해도 이를 제재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구글 본사가 해외에 위치해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도 한계점이다. 정병수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아동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부모 또는 채널 운영자에게 시정 조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튜브를 모니터링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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