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는 정말로 '다 큰 아이'가 아닙니다
큰아이는 정말로 '다 큰 아이'가 아닙니다
  • 칼럼니스트 이기선
  • 승인 2019.01.25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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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어떻게 이해할까] 맏이의 위기① "나도 애기 되고 싶다"

Q. 8개월, 28개월 두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둘째를 낳은 이후에 너무 힘이 들어서 큰아이를 자꾸 밀어내게 됩니다. 큰애가 품으로 들어오면 정말 무겁고 팔이 아파서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러면 큰아이가 서운함을 느낀다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왜 동생만 안아줘? 왜 동생만 예뻐해? 나도 아기 되고싶다..." ⓒ베이비뉴스
"왜 동생만 안아줘? 왜 동생만 예뻐해? 나도 아기 되고싶다..." ⓒ베이비뉴스

A. 저는 평소 길에서도 나들이하는 가족을 마주치면 유심히 보는 직업적 습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주신 어머님처럼 큰아이를 아주 다 자란 청년쯤으로 생각하는 부모가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이런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엄마가 안거나 업고, 그 뒤로 큰아이가 쫄랑쫄랑 엄마 뒤를 따라가는 모습이지요. 큰아이가 "엄마~엄마~"하고 부르면 대부분의 엄마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눈길은 여전히 작은아이에게 둔 채 "빨리 와~"라고만 합니다.

왜 엄마를 부르는지, 큰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뒤돌아보는 엄마는 거의 없습니다. 저는 실제로도 그렇게 큰아이를 보는 엄마를 단 한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거의 쳐다보지도 않고 말로만 시큰둥하게 대답합니다.

그러면 큰아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발걸음이 늦어집니다. 애가 늦게오든지 말든지 엄마는 저만큼 앞서갑니다. 눈길은 여전히 작은아이에게만 꽂힌 채 작은아이와 웃으며 눈 맞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큰아이는 징징거리며 "어~음~마"라고 소리냅니다. 그러면 엄마는 언성을 높이면서 "빨리 오라니까~"라고 볼멘소리를 내죠.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슬픈 표정으로 “어~음~마”를 외칩니다. 엄마는 여전히 큰아이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아빠와 함께 4인 이상의 가족이 나들이하는 장면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아이는 부부 사이에서 걷고, 큰아이는 혼자 따로 걸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의 표정이 어떤지 아시나요? 부모님 사이에서 웃고 있는 동생을 부러운 듯이 쳐다봅니다. 그런데 부모는 작은아이랑 눈 맞추고 웃느라 큰아이의 시선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저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저러다 애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과 함께 아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생깁니다. 큰아이가 동생과 함께 앞서가는 엄마를 부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또, 큰아이만 따로 가게 하는 이유는 뭘까요? 모두 부모가 큰아이는 벌써 다 큰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서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큰아이가 아직 어린아이라는 것을 부모가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감정적으로 착시현상을 보이는 것입니다. 

◇ 아이의 심리적 위기 돌볼 '지원자' 필요 

부모는 작은아이가 더 어리기 때문에 일단은 작은아이를 돌봐야한다는 생각이 더 강합니다. 사실 큰아이도 이제 겨우 28개월에 불과한 영아일 뿐인데도요. 둘째보다 무겁고, 둘째보다 키가 크고, 둘째보다 손봐줄 일이 덜 하고, 그나마 말이 좀 통하기 때문에 마치 큰아이는 이제 혼자서 할 만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큰아이의 입장은 어떨까요? 큰아이는 늘 동생만 바라보는 엄마, 동생하고만 말하는 엄마, 동생만 안아주는 엄마, 쭈쭈도 동생만 주는 엄마를 보면서 ‘나도 애기 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즉, 나도 동생처럼 엄마한테 안겨서 먹고, 자고, 눈 맞춤 해주는 사랑을 받고 싶다는 것이죠. 그래서 동생을 안고 있는 엄마한테 “나두”라면서 엄마 품에 달려드는데, 엄마의 태도는 기대와는 정반대로 나타납니다. 엄마는 “야, 무거워!” 대뜸 소리를 지르고 “너는 다 큰 게~ 왜 이래? 무거워서 팔 아프단 말이야”라고 말합니다. 큰아이는 엄마한테 너무나도 서운합니다. “왜 나는 안아주지 않아?”라며 울고 말죠.

엄마는 이렇게 말 할 것입니다. "너는 예전에 많이 안아줬잖아"라고. 하지만 큰아이는 엄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직 시간개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엄마가 나를 미워하고 동생만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모의 태도에서 큰아이는 존재감에 위기를 느끼고 자신이 이 집에 소속된 사람인지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엄마는 두 아이를 돌보는 것이 정말 힘듭니다. 그렇다고 큰아이를 안아주는 것조차 거부한다면, 큰아이는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생에게 엄마를 빼앗긴 큰아이의 심정을 이해하고, 아직은 한창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태도는 어릴 때만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면서 지속적으로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부모의 균형감 있는 애정분배가 아이의 자아감 형성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엄마가 너무 힘들면 큰아이의 사랑을 보충해줄 지원자를 찾으면 좋습니다. 전통가족에서는 보통 동생을 보는 시기에 조부모가 큰아이를 양육함으로써 ‘고운 세 살’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습니다. 세 살경에 조부모한테 재롱 피우며 사랑받기 때문입니다. 조부모나 양육 지원자가 없다면, 부부 간에 양육을 분담해서라도 큰아이의 심리적 위기감은 반드시 살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이기선은 동덕여대에서 아동학(박사)을 공부하고, 메가원격평생교육원 아동학과 교수로 있다. 토브언어심리상담센터의 부모교육상담가, 함께하는아버지들의 정책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자녀와 싸우지 마라」 「봄의 요정 보미」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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