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캐슬’은 끝났다… 이제 ‘행글라이더 부모’의 시대
‘SKY 캐슬’은 끝났다… 이제 ‘행글라이더 부모’의 시대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1.29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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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모다움」 저자 최명희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금광동 신구대학교에서 「부모다움」 저자 최명희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금광동 신구대학교에서 「부모다움」 저자 최명희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를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부모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지금처럼 깊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가 없었다면 지금보다 덜 따뜻한 사람이었을 것이다.(「부모다움」 21쪽)

「부모다움」(최명희, 공동체, 2018년)을 읽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저자인 최명희 신구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 역시 책의 메시지가 압축된 글귀로 이것을 꼽았다.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금광동 신구대학교에서 최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2013년 「아이와 통하고 싶다」(공동체), 2016년 「교사다움」(공동체)에 이어 지난해 12월 「부모다움」을 출간했다. 수많은 강연에서 만난 부모들의 ‘고민 쪽지’에서 출발한 책. 지난해 베이비뉴스에 연재한 글들도 마중물 역할을 했다.

“부모로 25년을 살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아이들을 키운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8쪽)는 최 교수. 그에게서 좋은 부모,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의 의미를 들어봤다.

Q. 프롤로그에 “내가 수많은 실수로부터 배운 지혜”라는 표현도 있고요, 책 여기저기에 교수님이 하신 ‘실수’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더라고요. 지금 생각하시기에 그 실수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매순간 기다려주지 못했어요. 져야만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안 거죠. 부모는 아이가 어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세워두잖아요. 부모가 노력하면 그렇게 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지금 와서, 25년을 부모로 살아보니까 참 부질없는 일이었어요. 서로가 서로를 참 아프게 하는 일.

부모는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져가면 돼요. 간단한 거죠. 부모가 차츰차츰 더 좋은 인간으로 나아져가는 걸 보면서 아이는 배우는 거예요. 부모가 아이한테 나아지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아이가 나아지지는 않죠.”

Q. 책의 곳곳에, 20여 년 전 교수님의 자녀들이 영유아 시절 그린 그림들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 그림들을 책에 넣기 위해 다시 보고 고르는 과정이 참 뜻 깊었을 것 같습니다. 어떠셨나요?

“애들이 만든 쪽지, 어버이날 써준 편지, 삐뚤어진 카네이션도 다 갖고 있어요. 펼쳐놓고 보면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 같아요. 영유아기가 부모로서 꽃인 것 같아요. 부모의 황금기. 다시는 그 시간이 돌아오지 않죠. 그때 아이들은 정말 많은 것을 우리에게 줘요. 그때가 지나면, 더 이상 누구도 당신을 그렇게 사랑스럽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죠. 어쩌면 그때 아이가 준 사랑으로 평생을 사는 것 같아요.”

Q. 화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침묵의 타임아웃’을 소개하셨습니다. 근데 더 읽어보면, 화를 다스리는 건 요령으로 될 게 아니고 근본적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달리 해야 할 문제라는 말씀 같습니다.

“강연에서 부모들한테 받는 고민 쪽지들을 보면 ‘아이는 고집을 부리고 부모는 화가 난다’, 이게 제일 많아요. 그런데 아이의 고집이나 부모의 화는 상대적 행동, 반응적 행동이에요. 저는 어떤 부모가 ‘우리 아이는 행동에 이런 문제가 있어요’라고 상담을 오면 반밖에 안 믿어요. 쌍방과실이니까.

아이들이 크면서 고집이 안 생기면 비정상이거든요. 자아가 생기는 거죠. 부모들은 화를 못 참겠다고 하는데, 사실 화를 내서 될 일이 아닌데 화를 내는 거예요. 화를 내서 행동이 고쳐지나요? 반감만 주죠. 어릴 때는 무서워서 복종하지만, 그런 감정을 쌓아놓으면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하나도 안 돼요.”

화를 덜 내려면 아이에게 덜 원해야 한다. 부모가 바라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아이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 화를 주고받고 나면 둘 다 깊은 우울만이 남는다. 화를 내는 것은 아주 짧은 진통제와 같다. 모기 물린 자리를 바득바득 긁으면 잠시 시원하지만 점점 더 가려워지는 것과 같다.(42쪽)

최 교수는 “부모가 차츰차츰 더 좋은 인간으로 나아져가는 걸 보면서 아이는 배운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최 교수는 “부모가 차츰차츰 더 좋은 인간으로 나아져가는 걸 보면서 아이는 배운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아이와 같은 바람 타고 날아가는 ‘행글라이더 부모’ 돼라”

Q. 교수님의 부모님 이야기도 책에 나오더라고요. ‘선배 부모’인 부모님께 배운 가르침은 무엇인가요?

“지지난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 저한테 마지막으로 주신 ‘소리’가 ‘나는 네가 참 자랑스럽다’였어요. 바로 그런 ‘시선’이죠. 저는 야단을 맞아본 적이 없어요. 아버지한테 물어보면 ‘다 착해서 야단 칠 일이 없었어’라고 하셨어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어떻게 자식이 50년 내내 자랑스럽기만 했겠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늘 깊은 관심을 가져주신 거죠. 아버지는 저한테 정성을 쏟은 사람이었어요.

지금도 어머니는 손주들을 조심스럽게 대하고 말을 허투루 하지 않으세요. 늘 아이한테 격려가 되는 말을 해주시거든요. ‘너 그거 좀 고쳐라’ 하는 말을 한 번도 안 하셨어요. 좋은 말을 아이한테 쓰는 것. 그게 배워서 되는 걸까요? ‘마음’이죠. 부모가 자기 마음을 수련하면서 부모가 ‘되어가는’ 것. 그게 좋은 부모예요.”

Q.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만큼이나 부모 서로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도 참 와닿았습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부모들 대부분이 아이 때문에 둘이 많이 싸워요. 배우자의 부모 역할을 서로 탓해요. 배우자가 아이를 대하는 게 마음에 안 들 때가 당연히 있죠. 또 ‘부부가 살다보면 서로 투닥거리고 싸울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절대 아니에요. 부부가 의좋게 사는 것, 그게 좋은 부모의 역할이에요. 부모가 싸우지 않는 것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죠.”

Q. 요즈음 ‘SKY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많이 회자되더군요. 교수님은 책에서 헬리콥터 부모 말고 ‘행글라이더 부모’가 되라고 말씀하셨는데, 행글라이더 부모는 어떤 부모인가요?

“지금 30대 젊은 부모들의 부모가 베이비부머 세대예요. 사회적 격변기, 위태로운 시대였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계급이 바뀔 수도 있는 시대였어요. 그 때문에 자신의 성공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요. 반대로 실패했다고 해도, 그 실패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는 방법을 안다고 생각해요. 자신은 가진 게 없지만 자식을 잘 가르쳐서 명문대에 보내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올인’ 하는 헬리콥터 부모죠.

그렇게 자란 지금의 젊은 부모 세대들은 자아만 지나치게 팽창돼 있고 그걸 조절하는 힘은 배우지 못했어요.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자신도 헬리콥터 부모가 됐죠. 그게 부모라고 보고 배웠으니까. 헬리콥터는 선회하는 게 특징이거든요, 아이 위에서 뱅뱅뱅 돌면서 모든 것을 가르치려고 하는 게 헬리콥터 부모죠.

제가 호소하는 건, 그게 다 소용이 없다는 거예요. ‘스스로 하게 해줘라! 부모의 힘으로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부모는 행글라이더로 아이와 나란히 같은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사람이 돼야죠.

행글라이더 부모가 되는 방법은 아이한테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거예요. 공감도 훈련이에요. 아이와 부모가 함께 느끼는 순간을 많이 만들라는 거죠. 아이를 가르치려고만 하지 말고, 아이가 보는 것을 같이 바라보고 아이가 집중하는 순간에 같이 느껴주는 것. 그게 행글라이더 부모예요.”

Q. 그런데 젊은 부모들, 특히 엄마들이 헬리콥터 부모가 되는 것에는 ‘엄마가 아무리 잘나도 자식을 명문대에 못 보내면 실패한 엄마’라는 사회적인 강요 역시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닐까요?

“맞아요. 지금껏 그런 강요가 당연한 세상이었지만, 그 당연함을 깨고 나오라는 거죠. 사실 저도 그런 엄마였어요. 모성이 그렇게 평가받는다는 것이 억울하고 분했어요. 하지만 분명히 세상은 변해요.

이제 그렇게 자식을 키우면 안 돼요. 죽기살기로 공부만 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는 게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징후가 나타나잖아요. 세계의 변화를 이끄는 국가들은 이미 그런 교육이 틀렸다고 말하고 있어요. 교육혁명을 부르짖고 있어요. 지금 너무 춥다고 계속 겨울이겠어요? 봄이 올 징후도 느껴야죠.”

「부모다움」에 들어 있는 글귀로 만든 캘리그라피 작품.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부모다움」에 들어 있는 글귀로 만든 캘리그라피 작품.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엄마처럼 안 살래요’… 청년 저출산에 부모세대 책임 있다”

Q. 책에도 4차산업혁명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만,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하니 또 무슨 놀이교육, 무슨 창의력 프로그램 하는 식의 사교육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책상에 앉아서 입시공부만 해봤지, 부모들이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요. 창의성이 중요하다, 놀이가 중요하다, 젊은 부모들이 다 알지만, 경험이 없으니 확신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돈을 주고 다 보내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가 그림을 그렸다면, 그냥 ‘우와 잘 그렸다’ 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또 다른 ‘메이킹’(창조)으로 연결되게 하는 게 중요해요. ‘그림 참 좋다. 액자에 넣어볼까? 복사를 해서 스티커로 만들어볼까? 방문에 붙여서 문패로 만들까?’ 우연한 창조가 또 다른 창조로 이어지도록 다리를 열어주면 좋아요.

놀이를 할 때도 무조건 많이 경험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요. 경험이 사고를 거쳐서 창조로 이어져야 돼요. 그 창조가 다른 사람의 삶에 기여하는 거라면 더 좋죠. 나의 우연한 관심이, 다른 것으로 창조되면서,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고, 그것이 다른 사람의 삶의 이롭게 하는 것. 그게 딱 미래교육의 핵심이에요.”

남을 이기라고 가르치지 말고 남이 이기도록 도와주라고 가르쳐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성공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재촉하는 엄마가 아니라 행복해야 그게 진짜 성공한 인생이라고 가르쳐 주는 엄마여야 한다. (…) 모든 엄마가 아이의 인생의 열쇠를 들고 있다.(240쪽)

Q. 요즈음은 부모가 되는 것을 포기하거나, 또는 거부하는 젊은이들도 참 많습니다. 물론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문제이지만, 그런 젊은이들에게 교수님이 해주시고 싶은 말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가 급변할수록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안 낳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사회적으로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죠. 미리 준비해서 저출산 곡선이 완만하게 떨어지도록 만들었어야 해요.

사회적 원인을 일단 바탕에 깔고, 저출산은 개인의 경험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요. 지금 청년세대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행복한 부모의 삶을 못 보여준 거죠. 청년들은 실제로 이렇게 말해요. ‘엄마처럼 살기 싫어요. 엄마는 인생도 없었어요. 엄마는 자식 하나만 바라보고 고생만 했어요. 저는 그렇게 못 살겠어요.’

부모 세대의 책임도 있어요. 부모가 아이 한 명 때문에 자기 인생이 완벽하게 방해받는 모습만 보여줬어요. 결국 우리 모두가 자식한테 너무 ‘올인’ 하는 바람에 출산율이 떨어진 거예요. 전교 1등도 전교 꼴등도, 집집마다 다들 고통스럽게 키우고 있어요. 부모 세대부터 아이를 좀 즐겁고 편안하게 키웠어야 하는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어떤 분들이 꼭 읽어주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를 ‘예쁜 아기 선발대회’ 같은 곳에 내보내고 싶은 부모?(웃음)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젊은 부모들이죠. 제가 강연을 하면서 수백, 수천 명의 젊은 부모들과 나눈 얘기들이잖아요. 저를 만나서 힘들었다고 말하고, 때로는 어려움이 해소됐다고 말한 젊은 부모들을 정말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이 책을 주고 싶어요.”

당신은 좋은 부모가 점차 되어가는 중이므로 지금 좋은 부모가 아니라고 스스로 책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이는 좋은 부모가 되려는 당신의 노력을 보면서 자라는 것이다. (…) 여름에 꽃피우고 열매 맺은 후 당신과 꼭 닮은 씨앗 하나를 땅 속에 떨어뜨리는 일, 그것이 부모이다.(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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