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서 육아 중 가장 힘든 시간은 아이를 재우는 시간이 되었다. 이젠 제법 스스로 숟가락질을 해서 밥도 먹고 (아직 도움이 필요하긴 하지만) 세수, 양치, 옷 입기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일상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예전만큼 힘들지는 않다.
그런데 자는 시간만은 예외이다. 특히 낮잠 같은 경우는 매일 일정한 시간 잠자리에 눕게 해서 그런지 그 시간이 되면 몇 번 뒤척이다가도 이내 잠들곤 했는데, 최근에는 아이를 침대가 있는 방으로 데려가는 일조차 쉽지 않다. 다행히 아직까지 어린이집에서는 잘 잔다고 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렇게 낮잠을 거부하면 어찌 될지 또 하나 걱정이 늘어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가 앞으로 낮잠을 거부하는 일이 잦아지면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여쭈어보았더니 원에서는 어디까지나 단체 생활이며 정해진 시간, 일정한 분위기를 조성해 재우다 보니 특별히 한두 아이만 떠들고 놀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했다.
간혹 그러한 경우에는 부모님이 귀가 조치를 했다고. 그럼 직장에 다니는 엄마는 아이가 낮잠을 안 잔다고 해서 바로 데리러 갈 수도 없을 텐데 그런 경우는 또 어떻게 되는 걸까?
4세부터는 유독 낮잠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해서 또래의 다른 엄마들도 같은 걱정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단체 생활의 정해진 시간 속에는 의무적으로 낮잠 시간이 포함되어 있으니 ‘우리 아이만 놀게 해주세요’ 하는 것도 이기적인 부탁이겠지. 하지만 (아직까지는) 낮잠을 안 잤을 경우 아이가 저녁이 되면 스스로 졸린 기색을 보이고 낮잠을 잤을 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그러면 사실 평균적으로 자는 시간은 거의 비슷해진다. 그럼에도 낮잠은 어떤 아이도 예외 없이 꼭 필요한 것일까?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인의 아이는 유아시절 낮잠 시간을 회상하면서 “정말 괴로웠어.”라고 이야기했단다. 본인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친구들 곁에 누워 낮잠 시간이 끝날 때까지, 비교적 많은 날들을 하염없이 뒤척이고만 있었다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발생한 영∙유아 학대 사건을 되짚어 보았을 때도 학대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간이 식사, 수면 시간이었다. 그만큼 교사들도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시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싫은 아이를 억지로 재우는 것은 진심으로 아이의 건강한 신체 발달을 위한 일인지 더 고민해 보아야 할 일이다. 아마 성인들도 유난히 잠들기 힘든 날 무조건 누워서 자려고 애쓰다 더욱 잠이 달아나던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물론 아이들은 자면서 큰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영∙유아 시기에는 잠이 들기 싫어 보채더라도 잘 달래어 충분한 수면 시간을 채워 주는 것이 바른 발육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아이의 몸과 마음이 자라고 의사 표시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만 자야 해!”라고 한다면 아이를 설득시킬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또 아이가 때로 심하게 낮잠을 거부하며 울고 매달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솔직히 아이가 잠든 시간의 편안함을 위해, 즉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 아이를 재우는 것은 아닌지. 바른 수면 교육은 부모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잠을 거부하는 아이를 강제로라도 재워야 하는 낮잠 시간이 의무인지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아이의 낮잠 시간. 앞으로 더 많은 날들을 재우느냐 마느냐 씨름할 생각을 하니 누가 시원하게 정답이라도 알려주면 좋겠다.
“안 잘래요. 자기 싫어요!” 자꾸만 낮잠을 거부하기 시작하는 아이. 오늘도 나는 나의 이기심인지, 아이의 바른 발달을 진심으로 바라는 엄마 마음인지, 그도 아니면 그저 의무감 때문인지 스스로도 애매한 기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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