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명 지키겠다던 대통령의 약속, 얼마나 지켜졌을까
아이 생명 지키겠다던 대통령의 약속, 얼마나 지켜졌을까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2.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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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아이’의 비극, 어떻게 막을까 ①]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100% 설치 약속 '무산'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지난해 잇따라 발생한 차량 내 영유아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연말까지 전국의 어린이집 통학차량을 대상으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Sleeping Child Check)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새해가 한 달 지난 현재, 당시 약속대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가 완료됐을까.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는 어느 정도까지 완료됐는지, 정부가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도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점검해봤다. -기자말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한 안전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며,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을 대상으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를 설치할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한 안전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며,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을 대상으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를 설치할 것을 주문했다. ⓒ청와대

지난해 7월 4일 외할아버지가 깜빡하고 차량에 손자를 두고 내려 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17일 경기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서는 4살 아동이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유래 없는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영유아와 어린이가 차량 안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되풀이되자 국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됐다. 두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총 10만 4613명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정부는 어린이 차량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치에 나섰다. 같은 달 2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한 안전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며, 전국의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을 대상으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를 주문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같은 날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 대책’을 발표하며, 2018년 연말까지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를 설치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는 통학차량 탑승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혹시 잠들어 차량에 방치되는 아이가 없도록 운전기사가 확인해 하차할 수 있게 유도하는 장치다. 운전자가 통학차량 맨 뒷좌석에 설치한 버튼을 눌러야 차량 시동을 끄고 문을 닫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어린이집 통학차량 내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의 연내 설치 계획에 따른 후속조치로, 복지부는 한 달 뒤인 8월 31일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개발 및 생산업체가 참여하는 설명회를 정부세종청사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전국의 지자체 담당자, 아동보호자 및 보육교직원 등이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를 직접 체험하면서 질의응답 등을 통해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의 장단점 등을 파악한 후 선택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당시 설명회에서도 복지부 관계자는 연내 설치 완료를 강조했다. 김우중 복지부 보육기반과장은 “지자체에서 안전장치를 선택하고 지원을 신청하면 정부는 예산을 교부해 올해 내 모든 어린이집 차량에 잠자는 아이 확인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100% 완료된 곳은 ‘울산·광주·세종’ 단 세 곳…나머지 지역은 “취합 중”

1월말 현재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100% 설치 완료된 곳은 세종특별자치시, 울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단 세 곳뿐이었다. ⓒ베이비뉴스
1월말 현재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100% 설치 완료된 곳은 세종특별자치시, 울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단 세 곳뿐이었다. ⓒ베이비뉴스

정부의 굳은 약속 이후 6개월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어른들이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니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었는데, 문 대통령의 답답한 심정은 어느 정도 해소됐을까.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던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달 25~28일 복지부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에 직접 확인한 결과,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를 100% 완료한 곳은 세종특별자치시, 울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단 세 곳뿐이었다.

세 지역의 담당자는 공통적으로 “지난해 말까지 수요조사 후 신청한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장치를 설치 완료했다”고 답했다. 특히, 세종시 담당자는 “세종시에는 전체 334곳의 어린이집 중 82곳의 어린이집에서 125대의 통학차량이 운행되고 있다”면서 “다른 지자체에 비해 어린이집 수가 적어 모든 통학차량에 설치를 빠르게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반면, 나머지 시도는 ‘설치 현황을 취합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먼저 서울시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신청을 한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모두 설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처음 수요조사 시 1539대 신청이 됐지만 어린이집 폐원, 차량 운행불가 등의 이유로 수요가 줄어 현재 1424대에 설치가 완료했다”며 “시가 통학차량을 이용하는 어린이집에 신청을 요청했지만 신청을 안한 곳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95% 정도 설치가 완료됐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는 바뀐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4월까지는 100% 다 설치될 것이다. 만약 현재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없는 어린이집 차량이 있더라도 4월부터 법이 시행되므로 지금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직 설치가 안 된 통학 차량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예산 집행이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 경기도에 다니는 통학차량에는 전부 설치가 돼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회보장정보원에서 열린 ‘어린이집 집중점검 및 전수조사 계획 등 관련시도 팀장급 회의’에서 “늦어도 2월 말까지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설치가 되게끔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를 마치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 복지부 측 “개학은 언제인지 알죠? 3월이니까 2월까지 요청한 것”

보건복지부 측은 12월까지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설치를 완료하는 것은 애초 시간상 무리였다는 입장이었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 측은 12월까지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설치를 완료하는 것은 애초 시간상 무리였다는 입장이었다. ⓒ보건복지부

복지부 담당자는 지난 28일 베이비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애초 연말까지 모든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설치를 완료하는 것은 시간상 무리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는 복지부 내에서 잘 되고 있는 사업”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 전국 17개 시도에 얼마나 설치가 완료됐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이월을 신청한 지자체가 있어 취합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현재 사업 진행현황을 ‘취합하고 있는 중’에 있지만, 전국에 80% 정도 어린이집 통학차량에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설치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취합 결과가 언제 나올지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잡혀 있지 않지만 3월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회의에서 복지부는 17개 시도 담당자들에게 “2월까지는 해당 장치를 설치해달라”고 협조요청한 것과 관련해 2월 말까지 시기를 못 받은 이유를 묻자, “어린이집이 언제 개학하는지는 아시죠?”라고 되물으며 “3월부터 개학하니까 2월까지는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2월에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4월부터 시행되는 도로교통법을 어겼을 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연말까지 설치를 완료하겠다던 대통령과 장관이 약속이 무색하게도,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 의무화 법안이 시행되는 시기만을 따지고 있을 뿐이었다.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설치된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설치된 한 어린이집 통학차량의 모습.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두 아이의 희생 있은 후, 뒤늦게 법적인 체계 마련...4월부터 의무화 시행

한편, 지난해 7월 두 차례 발생한 차량 내 영유아 사망사건 이후,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모두 6건이었다. 국민적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도입 의무화를 위해서 법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아이 2명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기 2년 전에 이미 국회에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도입을 위한 법안이 제출돼 있었다. 2016년 8월 11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어린이 통학버스에 경보장치를 설치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어린이 통학버스 승하차 때 운전자나 동승 보호인이 잠든 아동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하지만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된 채, 제대로 심사되지 못했다. 국회에서 당시 제대로 심사를 완료해서 법안 통과를 시켰다면, 안타까운 두 아이의 목숨을 살렸을지 모를 일이다.

결국 두 아이의 희생이 있은 후,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 의무화 법안들은 병합 심사를 거쳐서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통과한 뒤, 지난해 10월 16일 공포됐다.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4월 드디어 빛을 발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어린이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어린이나 영유아의 하차여부를 확인할 때 어린이 하차확인장치를 작동하도록 하며, 위반 시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어린이 하차 확인장치 설치·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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