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친구 만들어주기, 참 어렵다
아이 친구 만들어주기, 참 어렵다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9.02.07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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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일단 엄마랑 '절친' 하는 걸로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아이의 친구가 집에 온 적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린이집 하원 후 특별히 친구를 찾거나 하지 않아 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놀이터에서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나 형을 만나면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하긴 했는데 그때뿐이었다. 그러다 놀이터에서 만나 몇 번 어울리던 또래 친구가 우리 집에 가고 싶다며 떼를 쓰는 바람에 갑작스레 집으로 초대하게 된 것.

친구의 손을 잡고 집에 함께 들어온 아이는 처음 맞는 상황이 낯선 듯했다.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히쭉히쭉 미소가 새어나왔다. 나도 내 아이의 친구를 처음 집에 데리고 온 거라 괜히 마음이 들떴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 보니 진작 이런 자리를 만들어줄 걸 그랬나 싶었다. 자연스럽게 생기겠지, 하고 생각했으니까.

몇 분 지나지 않아 아이는 “내 꺼야”라며 장난감 지키기에 나섰고, 아이 친구도 새로운 장난감들을 갖고 놀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안간힘을 썼다. 아직은 친구를 맞이하는 게 서툰 아이를 보니 당황스러웠다. 나와 친구 엄마는 아이들을 말려가며 또 놀아줘 가며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다.

“친한 친구를 어떻게 만들어줘야 할까요?”

친구 엄마는 요즘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고심 중이라고 했다. 아이가 매일 친구를 찾으며 심심해해서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지역 맘 카페에 ‘아이 친구를 구한다’는 글도 올렸단다. 카페에서 종종 ‘29개월 여아, 친구 구해요.(35살)’, ‘4살 남아랑 하원 후 놀 친구 구합니다. 87년ㅇㅇ맘’ 식의 글을 봤는데, 친구 엄마도 그런 글을 올린 뒤 댓글이 달리길 기다리는 중이란다.

또 다른 또래 친구와도 시간을 맞춰 키즈카페에 가거나 나들이를 가기도 한단다. 아이가 매일같이 친구를 찾으니, 다양한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노력하는 것 같았다. 나도 막연하게는 ‘우리 아이에게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친구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노력을 해야 하나?’ 하는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둘째 아이도 있으니 ‘동생과 잘 놀면 되지’ 생각하기도 했다.

아이에게 친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이 쉽진 않다. 자주 밀고 때리고 울기도 하지만, 일단은 남매끼리 좋은 친구가 되어보자.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에게 친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이 쉽진 않다. 자주 밀고 때리고 울기도 하지만, 일단은 남매끼리 좋은 친구가 되어보자.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에게 친구가 중요하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안다. 다섯 살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더욱 더 중요하다고 한다. 또래와의 관계를 통해 경쟁도 하고 양보도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지금이야 엄마가 제일 좋다지만, 자랄수록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게 친구다. 그렇기에 아이와 잘 맞는 친구가 생기면 너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내 친구도 아니고 아이의 친구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지금과 같은 주거 환경과 놀이 문화에선 더더욱 힘들다. 과거에는 대문만 열면 골목길에서 공놀이를 하고 술래잡기를 하는 친구들, 형, 언니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아파트로 가득한 지금 시대는 작정하지 않으면 친구를 사귈 수도, 아니 만날 수도 없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싫어도 아이가 놀이터에서 혼자 놀까봐 울며 겨자 먹기로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부모가 발품을 팔아 아이의 친구를 찾아주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다.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것도 부모의 능력이라는 말이다.

아이와 아이 친구가 아무리 잘 맞아도, 엄마인 나와 친구 엄마가 잘 맞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아이가 놀 자리를 만들어주는 건 부모들이기 때문에 아이 친구와 내 친구를 동시에 만들어야 된다는 소리다. 그래서 더 어렵다. 내 성향이 외향적이지 않다보니 더욱 그렇다. 자연스럽게 사귈 수 있으면 부모 마음도 편할 텐데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이상 자연스러운 관계로 만나기 쉽지 않다. 워킹맘들은 더더욱 힘들 것이다.

아이 키우는 게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엄마선배’인 친구에게 연락해 하소연했더니 '쿨' 하게 해답을 줬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 많이 만나잖아. 우리 애는 친구 별로 안 찾아서 신경 안 쓰고 있어. 아이가 친구 찾으면 부모라도 나서겠지. 엄마가 심심하면 또 누구라도 만나야 될 테고. 그런 거 아니면 그냥 놔둬~.”

그래, 그래. 자연스럽게 가자. 나도, 내 아이도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다행히 아이는 친구를 찾지 않는다. 어린이집 하원 후 엄마랑 노는 게 제일 좋단다. 그래서 아직은, 엄마와 우리 아이 둘 이렇게 셋이 '절친' 하기로 했다. 우연한 기회로 아이에게 좋은 친구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자연스럽게 기다리기로 했다.

아이가 조금 더 커서 친구랑 놀고 싶다고 울고 떼쓰면 두 손 걷고 친구 찾기에 혈안이 될지도 모른다. 그럴 땐 어떤 사람의 말처럼 과자나 먹을거리를 잔뜩 챙겨서 놀이터에 데리고 나갈 수도 있다. 내 아이 간식 챙겨줄 때 다른 아이도 챙겨주고 그 엄마까지 챙겨주면 눈인사라도 하면서 친분을 쌓을 수 있다나? 하아. 아이 친구 만들기는 내 친구 만들기보다도 더 어렵다. 정말 아이 키우는 건 늘 고민의 연속이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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