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700만원…희귀심장병 건보적용 이끌어낸 '딸바보 엄마'
1억→700만원…희귀심장병 건보적용 이끌어낸 '딸바보 엄마'
  • 음상준 김규빈 기자
  • 승인 2019.02.08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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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성 심장병으로 수술을 받은 생후 18개월 노은겸양과 어머니인 최해은(33)씨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뉴스1과 진행한 인터뷰 사진촬영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최씨는 희귀심장병인 '특발성 확장성 심근병증'에 걸린 환아들의 유일한 치료법인 '좌심실보조장치'(LVAD) 이식수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이끌어낸 주인공이다./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김규빈 인턴기자 = "아이 치료비로 2억원을 내라는 청구서를 받았어요. 직장인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죠. 수개월 동안 낮에는 일하고 저녁과 주말에는 도움을 받을 만한 곳을 찾아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어요.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8일 <뉴스1>과 만난 워킹맘 최해은씨(34)는 갓 돌이 지난 둘째 딸아이(노은겸·생후 18개월)가 눈앞에서 심정지가 오고 목숨을 건 심장수술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기자에게 "아이가 잘못될 것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돌이켜 보면 기적 같은 일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사진촬영에서 은겸이는 엄마 품에 안겨 환하게 웃었다. 아이가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며 다른 병실에 있던 보호자들이 사진촬영을 구경할 정도였다.

최해은씨는 희귀난치성 심장질환인 '특발성 확장성 심근병증'에 걸린 환아들의 유일한 치료법인 '좌심실보조장치'(LVAD) 이식수술의 건강보험 적용을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그 덕분에 1억원의 수술비가 70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분기별로 3000만원이 드는 인공심장 유지비용도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희귀심장병에 걸리면 심장근육이 망가져 호흡이 불안해지고 몸속 장기가 기능을 상실해 서서히 죽어간다. 산소와 영양분을 실은 신선한 혈액을 몸 전체로 뿜어내는 좌심실(왼쪽심장)에 LVAD를 이식해야 살 수 있는데, 소아환자는 몸 밖으로 인공심장을 연결해 성인보다 수술이 까다롭다. 독일에서 수입한 인공심장은 대당 가격이 1억원에 달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까지는 부모들이 치료비 전액을 부담했다.

최해은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은겸이에 대한 글을 올리고 희귀심장병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며 "다행히 언론에서 관심을 보였고 보도가 되면서 지난해 9월 말부터 건보적용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희귀심장병 아이를 둔 가정에 기적 같은 일이 생겼지만, 정작 최해은씨 가족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건보 적용이 결정되기 전에 은겸이가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술을 받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한국심장재단에서 각각 4000만원과 1500만원을 지원받았지만, 남은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거액을 대출받았다.

그런데도 최해은씨는 "은겸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있고 2월1일 퇴원했다"며 "치료비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희귀심장병 아이를 둔 가족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웃었다.

인터뷰 내내 당찬 모습을 보였던 최해은씨는 은겸이의 치료과정과 퇴원 이후 계획을 말하는 과정에서 급격히 어두워졌다. 최씨가 은겸이의 이상증세를 확인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갓 돌이 지난 아이가 심하게 울고 보채자 장염인줄 알고 찾은 병원에서 심정지가 발생했다. 아이가 몸에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ECMO)를 달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을 때까지 막막함의 연속이었다.

 

최해은씨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 희귀난치병 아이들의 생사가 갈릴 수 있다는 걸 절감했다"며 "아픈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앞장서 만들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최씨는 "큰 병원에 걸린 환아들과 부모들에게 필요한 행정절차와 지원방안을 알려주는 정부기관이 1곳이라도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답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세계적인 제도로 홍보되는 건강보험이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허점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은겸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재활치료라는 또다른 난관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편마비로 한쪽 몸이 불편한 은겸이는 오랫동안 전문 재활치료를 받아야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재활치료를 받기까지 대학병원은 2개월, 구립시설은 최소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최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 희귀난치병 아이들의 생사가 갈릴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며 "나와 남편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녀 어렵사리 치료비를 마련 중이지만 생활환경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아이를 포기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희귀난치병 아이들은 실비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평생토록 의료비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며 "아픈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앞장서 만들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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