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존중? 그냥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고 있진 않나요
권리존중? 그냥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고 있진 않나요
  • 칼럼니스트 주혜영
  • 승인 2019.02.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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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지키는 유아권리] 아이의 의사결정권과 사회적 규범 사이에서 균형 잡기 

“내 방 청소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청소하려는데, 엄마가 “지금 네 방 청소 좀 해라”고 말하면 갑자기 청소 하기 싫어진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일을 할 때는 능동적으로 임한다. 그러나 누가 시켜서 하는 일에는 상대적으로 비능동적인 경향을 보인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아이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자신의 삶을 좀 더 주도적으로 이끌며 살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아동권리 등에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아이의 의사결정권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가족 외식의 메뉴를 정하는 것,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 새로운 교육기관을 선택할 때도 자녀의 의사를 반영하는 등 자녀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려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자녀가 원하는 것 무엇이든 다 들어주는 것이 자녀의 권리를 존중하고 의사결정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혼동해선 안 된다. 유아는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가 원하는 것과 사회적 규칙·규범 간의 균형을 적절하게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자녀의 결정만을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양육을 한다면, 자기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 타인의 배려에 대해 배우지 못해 민주적인 아이로 자라기 어렵다. 권리존중양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의사를 존중하는 양육에 관심을 두지만 실제로 버릇없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고들 말하는 것은 아이의 의사결정권과 타인의 권리에 대한 균형을 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증거다. ⓒ베이비뉴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의사를 존중하는 양육에 관심을 두지만 실제로 버릇없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고들 말하는 것은 아이의 의사결정권과 타인의 권리에 대한 균형을 바르게 가르치지 못한 증거다. ⓒ베이비뉴스

◇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과 사회적 규칙을 구별해야 한다 

아이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는 양육이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맞춰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나’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간혹 부모가 아이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사회적 규칙이나 규범을 어기는 것을 감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아이의 의사결정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부모는 아이의 요구를 더이상 존중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아이에게 전달해야 한다. 자녀의 권리를 존중하는 양육은 더 엄격하게 사회적 규칙을 지키도록 가르쳐야 한다. 

◇ 아이에게 타인의 권리 인정하는 법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권리교육’ 

마트나 공공장소, 공연장 등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 곳에서 아이가 원하니까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며 규정 위반을 허용하는 부모가 종종 있다. 그러나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아이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타인의 권리를 인정하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권리교육이다.

'개인 장난감을 비롯해 사탕이나 과자를 어린이집에 가져오지 말기' 등 각 교육기관에서 정한 규칙에 아이들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아직은 이해가 어렵다. 아이들은 규칙을 준수하는 것보다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장난감을 원에 가져가려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바로 사회적 규칙과 자녀의 선택 간 우선순위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공동생활에 방해가 된다면 아이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는 것보다 공동생활의 규칙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이런 관계를 배우며 아이는 자기 중심적 경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사결정권을 주장하면서 타인의 권리도 인정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란다. 

◇ ‘권리의 대립’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방식 자체가 권리존중 양육의 과정 

아이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서 색종이 접기를 한다. 아이와 아이의 친구가 모두 노란 색종이를 원한다. 하지만 노란색은 한 장. 이때 노란 색종이를 누구에게 주는 것이 공정한가?

방식 1. 노란색은 한 장뿐이므로 모두에게 주지 않고 다른 색종이로 놀게 한다. 

방식 2. 엄마가 얼른 노란 색종이를 더 사와서 두 아이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킨다. 

매우 비약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 아이들 사이에서 자녀의 의사를 수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때 빈번히 발생하는 일이다. 해결방식으로 제시된 1, 2 모두 적절하지 않다. 자녀와 자녀 친구의 노란 색종이 선택권 대립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방식 자체가 권리존중 양육의 과정이다.

의사결정권의 존중은 본인의 의사결정권이 관철됐을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노란색을 양보한다면 가장 좋은 결말이 되겠지만, 아이와 갈등상황을 함께 이야기하고 타협의 과정을 거쳐 1, 2 중 어떤 방식이든 결정된다면 그 자체로 아이에게 좋은 배움의 과정이 될 것이다. 

◇ 아이의 의사결정권은 '개인적인 것'일 때만 존중 

자녀와 부모 사이의 규칙. 예를 들어 외출할 때 모자를 꼭 착용하기, 핸드폰 게임 하지 않기, 놀이 후 장난감 정리하기 등의 규칙을 정할 때는 반드시 자녀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 아이의 개별적 취향이나 선택, 규칙을 정할 때는 아이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의미 있지만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아이의 의사결정권을 우선순위로 둬선 안 된다.  

“엄마가 저 아저씨한테 (예외를 허용하도록) 잘 말해줄게.” “엄마가 선생님한테 오늘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해줄게.” 등, 때로 어떤 부모들은 집단 또는 사회적 규칙과 관련한 아이의 요구나 결정에 대해서 예외적인 방식을 요구하거나 허용하려는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서도 부모 본인이 아이와의 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규칙은 아이의 선택과 결정을 반영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지키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집단의 규칙은 모두가 지켜야만 효력이 생긴다. 규칙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부모와 정한 규칙을 자녀가 지키기 어려워할 때 자녀의 견해를 물어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가며 타협해 다시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이 자녀의 의사결정권을 인정하는 자세다. 집단이나 사회적 규칙은 내가 동의하지 않거나 불편해도 타협할 수 없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아이의 의사결정권을 발휘해선 안 된다. 

◇ ‘권리’란 나와 타인과의 관계와 조화를 위해 생겨난 것

부모가 아이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회적 관습이나 규칙을 무시하며 타인에게 불편을 줬다면 권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권리를 존중할 때 나의 권리나 의사결정권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점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타인을 무시하고 자신이 가진 힘이나 권력을 휘둘러서 자기 것만 지키는 어른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자녀의 결정만을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양육을 한다면, 자기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 타인의 배려에 대해 배우지 못해 민주적인 아이로 자라기 어렵다.

권리존중양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의사를 존중하는 양육에 관심을 두지만 실제로 버릇없는 아이들이 더 많아졌다고 회자되는 이유는 어른들이 아이의 의사결정권과 타인의 권리에 대한 균형을 바르게 가르치지 못했다는 증거다.

올바르게 의사결정권을 인정받고 자란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고 본인의 의견을 표현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자기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부모의 잘못된 의사결정권 부여는 오히려 아이를 독단적이거나 자기중심적으로 만든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이 가진 지위나 신분에 상관없이 스스로 결정한 것에 책임을 지고,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조화롭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일이, 내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를 양육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주혜영은 단국대학교 특수교육과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어린이집에서 본인의 교육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동인권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으며, 어린이집 운영 이후 숲생태유아교육과 유아교수방법 등으로 전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아동발달심리연구회 창립멤버로서 12년째 연구모임을 통해, 교육현장의 사례를 발표하고 연구회에서 공부한 것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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