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갈등 겪고 있다면 내 부모와 싸우는 것과 같다”
“배우자와 갈등 겪고 있다면 내 부모와 싸우는 것과 같다”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2.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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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 저자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 강연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이남옥 작가는 결혼해서 배우자와 갈등을 겪고 있다면 그건 배우자와 싸우는 것이 아닌 내 부모와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은 결혼해서 배우자와 갈등을 겪고 있다면 그건 배우자와 싸우는 것이 아닌 내 부모와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위로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족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상처를 주고받는 것도 대부분 부부, 가족 등의 가까운 관계이다. 가까운 관계라도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다면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가까우니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깝기에 더 노력해야 하고 끊임없이 나에게 맞는 관계의 거리와 깊이를 찾아야 한다.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 6~7쪽)

지난해 12월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북하우스)를 펴낸 이남옥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의 책 일부 내용이다. 가족의 관계는 누구보다 가까이 있지만, 가장 멀어지기 쉽다는 역설을 보여주는 문구다.

가장 가까운 관계가 힘들 때, 우리는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이 소장은 “불편한 원가족, 불행한 부부, 힘든 자녀와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결국 상처 받은 나와 화해하고,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디어라이프 카페에서 이 소장의 강연회가 열렸다.

이남옥 소장은 부부가족상담치료 분야의 대가다. 30년간 3만 회 이상 상담 경험을 통해 부부, 가족 등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와 분노의 심리적 원인을 짚어내고 상처받은 이들이 건강한 삶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심리적 지름길을 제시해온 이 소장은 EBS '달라졌어요'에서 상담코치 전문가로 활약했고, 현재 독일 페히타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교수,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 가깝고도 먼 부부관계… 힘들 땐 어떻게 풀어낼까? 

먼저 이 소장은 결혼해서 배우자와 갈등을 겪고 있다면 그건 배우자와 싸우는 것이 아닌 내 부모와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가족 문제는 각자 어린 시절 겪은 부모와의 관계와 그때 받았던 상처가 지금의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클수록 불행에 민감하고 부정적인 것에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이해하고 서로에 대해 공감하고 존중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한 가지 예시를 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딸은 커서 이를 벗어나고자 유학도 가고 늦잠을 자도 문제없는 남자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 후 부모와 같은 모습으로 남편에게 아침에 늦잠 자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고 그건 개돼지나 하는 행동이라며 화를 내고 남편을 고치려 듭니다. 그럼 화가 난 남편은 낮잠 자는 것이 문제가 없다며 다투지만 남편도 속으로 늦잠 자면 안 된다고 나에게 잔소리하던 엄마 모습과 비슷해서 아내를 만난 것입니다. 평소 엄마에게 반항하고 싶은 아들의 마음으로 말을 계속 안 듣게 됩니다.”

이 소장은 “보통 내 부모의 반대된 모습이나 비슷한 모습을 찾고 반대된 모습을 은연중 원해서 배우자를 선택했지만 자란 환경의 나 자신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반대 성향의 배우자가 좋게 보이지 않고 부모가 날 가르치듯 배우자를 가르치려 든다”며, “결국 부부가 같이 살면 싸우는 게 당연하고, 그것은 상대방의 탓도 나의 탓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 방법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심리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배우자를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 안의 결핍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합니다. 남에게 아주 모진 행동을 하거나 피해 의식 속에서 자기를 학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충족되지 않은 자기 욕구가 만들어내는 행동이 있습니다.

윤리적 차원에서 어떤 행동은 되고 어떤 행동은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당신의 욕구가 어떻게 결핍되었는지, 그리고 이 결핍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서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같이 찾아나가야 합니다.”

배우자는 ‘숨겨진 나’와 ‘보여지는 나’를 통합해 나 자신을 더 사랑하도록 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배우자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바로 세울 수 있다.(120쪽)

◇ 엄마들의 다양한 고민들… 털어놓을 때마다 눈물 '글썽'

이날 이남옥 작가는 강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시간을 가졌다.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이남옥 소장은 강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이 소장은 강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가 질문을 하면 이 소장이 답변해주는 식이었다. 총 1시간 30분의 강연시간 중 1시간을 엄마들과 소통하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질문하는 엄마들마다 눈물을 적시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다른 엄마들도 질문에 공감을 했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을 보였다.

질문자로 뽑힌 한 여성은 남편과의 대화 중 화를 참을 수 있는 노하우가 있는지 이 소장에게 물었다. 이 소장은 상대와 나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직접 낳은 자식도 다릅니다. 남편은 더욱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부부가 된 이유는 서로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자석처럼 같은 극은 서로 붙을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히려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을 보면서 이 사람 장점을 생각해보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래도 남편은 든든하잖아’, ‘나를 사랑하잖아’ 등처럼 말입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질문자에게 해결책으로 ‘부부대화’를 제안했다.

“부부는 타이머를 가지고 10분씩 서로 3회 번갈아가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토론이 아니므로 반박이 없어야 합니다. 그저 각자 할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회가 어렵다면 10분씩 2회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단, 이벤트성이 아닌, 의식처럼 이뤄져야 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 하더라도 남은 자신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서로 잘 ‘연결’될 수 있다. 상대방이 어떤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떤 아픔이 있는지, 무엇을 선호하는지, 선입견 없이 섬세하게 감지하고 인정한 다음에 우리는 비로소 연결될 수 있다.(96쪽)

다음 질문자는 연애 3개월 이후 바로 결혼한 세 아이의 엄마였다.

“저는 연애기간 3개월을 지나고 바로 결혼을 했어요. 아이도 바로 생겼고요. 남편이 회사일로 바빠서 독박육아를 해왔어요. 첫째 딸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남편은 직장일로 바쁘다 보니 남편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어요.

솔직히 아이를 키우면서 관계를 맺는 것을 거부했는데, 시댁 쪽에서 아들을 원하셔서 둘째를 계획해서 출산했어요. 하지만 제가 원해서 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셋째도 생기고… 마음이 너무 지쳐 있는 상태고, 남편과의 관계를 좋게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힘들어요.”

질문을 다 듣고 난 후 이 소장은 ‘부부상담’을 적극 권했다. 이 소장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부는 스트레스가 많다”며, “부부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관계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세 가지 형태는 남을 탓하는 것, 나의 문제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마지막으로 내가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 세 가지를 피하는 형태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지금 남편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면 부부상담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갈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을 때 “당신이 이렇게 달라졌으면 좋겠어”를 “나는 이렇게 변화하고 싶다”로 방법을 바꾸어볼 필요가 있다. 감정은 전염성이 강해서 상대방에게도 변화의 온도가 그대로 전달되기 마련이다.(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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