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거보단 때리는 게 낫지"… 정말 그럴까요?
"맞는 거보단 때리는 게 낫지"… 정말 그럴까요?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9.02.15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훈의 두뇌훈육] 툭하면 친구와 싸우는 아이

Q.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다가도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장난을 치고 싶을 때 친구를 때리거나 괴롭힙니다. 충동을 잘 억제하지 못하며 공격성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A. ‘아이는 싸우면서 큰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친구와의 다툼은 빼놓을 수 없는 과정이다. 동시에 사회생활을 배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장난감을 나누고, 빌리고 빌려주는 일, 순서를 기다리는 일 등은 모두 사회생활의 일부이다. 이 과정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이 싸움을 통해 아이들은 협상하기, 거절하기, 받아들이기, 용납하기, 배려하기, 양보하기 등 다양한 사회적 기술을 배워나간다.

그러나 싸움이 잦고 그 정도가 심하다면 성장과정 중의 통과의례쯤으로 여기며 무심히 넘길 수만은 없다. 조그마한 일에도 참지 못하고 불끈 화를 내거나, 울거나, 친구에게 폭력을 쓰는 것 등이다.

이럴 때는 우선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부터 점검해봐야 한다. 가족 등 집안에 급격한 변화가 있거나 유치원의 환경이 달라지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껴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친한 친구가 멀리 이사를 갔을 때는 마찬가지이다.

◇ 뇌과학적 의미

편도체는 출력할 때 다른 뇌 영역으로 가서 두 개의 주요 시스템을 구성한다. 첫 번째 시스템은 시상하부와 뇌줄기를 경유해 활동하면서 심장 박동, 혈압, 호흡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자율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 이 변화는 싸움이나 경쟁을 위한 신체 준비의 일환이다. 두 번째 시스템은 피질의 다양한 영역을 경유하면서 해석, 규제, 의식적 지각, 기억과 상상에 대한 감정적 반응과 같은 감정의 인지적 측면을 통제한다.

이 두 시스템은 상호적이어서 번갈아가며 편도체에 영향을 미친다. 편도체는 정확도보다는 속도를 우선으로 여긴다. 그래서 편도체는 수많은 거짓 정보를 보낸다. 예를 들어 숲 속으로 걷고 있는데 땅바닥에 휜 나뭇가지가 보이면, 착각임을 깨닫기도 전에 뱀인 줄 알고 무서워서 재빨리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나 뛸 수도 있다. 이러한 반응은 진화적 산물이다.

편도체는 실제로 광범위한 권한이 있다. 편도체는 자극에 중요성을 부여해 뇌가 그 같은 상황, 사람 또는 사물에 대한 예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반응하도록 준비시킨다. 이러한 판단들은 부정적일 수도 있지만 긍정적일 수도 있다. 시각시스템이 어두운 반점을 거미인지 아니면 먼지 조각인지 확신하지 못한다면, 편도체는 피질이 그러한 느낌을 바로잡을 때까지 그것을 거미라고 가정한다.

편도체는 시상에서 들어오는 자극을 시상하부와 뇌줄기를 경유해 활동하면서 싸움이나 경쟁을 위한 신체 준비를 하고, 전두엽을 경유하면서 감정의 인지적 측면을 통제한다. 편도체는 부정적 기억을 담당하는 반면 해마는 부정적 기억을 담당한다.

편도체 시스템
편도체 시스템 ⓒ김영훈

◇ 양육솔루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살피자.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행동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족 간의 불화나 무관심, 새로운 학기는 아이들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유치원 입학이나 졸업, 이사, 부모의 별거와 이혼, 가족의 질병도 마찬가지다. 이런 급격한 환경 변화는 행동 문제를 부르는 원인이 된다.

만일 어떤 상황에서 친구를 괴롭히는지 발견해낸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행동 문제를 방지하거나 줄여나갈 수 있다. 환경 스트레스가 과도한 경우에는 심리치료를 일정 기간 받는 것도 적절한 접근법이다.

▲난폭해질 때는 단호하게 지적하자.

친구에게 욕하거나, 때리거나 또는 무언가를 집어던질 때는 단호하게 지적한다. 반드시 사과하게 하고 물건을 손상시켰다면 변상도 시켜야 한다. 변상할 경우에는 아이 스스로 노력해 얻은 것으로 하게 한다. 부모가 대신해주어서는 절대 안 된다.

▲아이의 말을 경청하자.

아이가 싸우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지만 아무도 그렇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런 경우든 아니든, 아이에게 차분한 태도로 다른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또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아울러 그 의견에 대해 싸움을 걸지 않고도 반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아이와 오늘 한 일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해보자.

▲기다리는 훈련을 하자.

기다리는 훈련은, 감정 표현을 할 때 꼭 필요한 자제력을 길러준다. 기분을 거슬리게 했다고 바로 반응하는 것은 싸움의 불씨를 지피는 태도이다. 반면, 한 템포 느리게 반응하면 그만큼 싸움의 소지를 줄여나갈 수 있다. 이런 훈련은 보드게임 같은 다양한 게임을 통해 할 수 있다. 게임의 규칙이나 순서를 지키다보면 자연스럽게 인내심이 생기는 것. 문제에 차분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잘한 행동을 충분히 칭찬해주자.

엄마 아빠나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려고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협동적인 태도를 보이면 아낌없이 칭찬해주자. 칭찬으로 주의를 끌기 시작하면 누군가를 괴롭혀 주의를 끌 필요가 자연스레 사라지는 것이다.

▲에너지를 쏟게 하자.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아이라면, 되도록 몸을 많이 움직이게 하자. 축구, 수영, 자전거 타기, 달리기처럼 힘을 쏟으면서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싸움을 부추기지 마라.

아이의 공격적인 행동을 부추기는 부모가 있다. 친구와 싸우고 왔을 때 “그래 잘 했어. 사나이라면 그래야지!” “맞는 것보다 백 번 낫다!”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면 아이의 싸우는 행동은 쉽게 고칠 수 없다.

▲내 아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마라.

친구가 자신을 먼저 건드린다고 믿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싸움의 원인을 늘 상대방에게 돌린다.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자존감이 낮아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친구가 그냥 자신을 쳐다보아도 놀린다고 생각하거나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심리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이 필요하다.

▲독재형 부모가 아닌지 되돌아보자.

툭하면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반드시 자신의 양육법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옳고 그른 판단 기준이 늘 부모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부모가 옳다고 하는 것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분위기라면 가족 사이에 흐르는 애정과 자유가 결핍되기 쉽다.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의 행동을 나무라기 전에 부모의 양육 방법을 먼저 되짚어봐야 한다. ‘독재형’이나 ‘관리감독형’이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부모, 친구의 행동을 체크한다.

싸움은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다. 평소 아이에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을 가르쳐야 한다. 부부 간에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행동이나 말투는 없었는지 점검하자. 툭하면 때리거나 거친 말투를 쓰는 친구가 있는 경우, 친구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으므로 친구의 행동을 점검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폭력적인 게임이나 동영상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지도 점검하자.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