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것 같아요
아이가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것 같아요
  • 칼럼니스트 김영훈
  • 승인 2019.02.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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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두뇌훈육] 아이들의 따돌림 문제에 부모가 개입해도 될까?

Q. 아이가 친구에게서 벌을 받았다고 해서 충격받은 엄마입니다. 왜 친구에게 벌을 받았냐고 물으니 태권도장에서 웃었다는 이유로 친구가 탈의실과 화장실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서라고 해서 벌을 섰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3번이나 벌을 섰다고 하니 기가 막혔습니다. 왜 그렇게 벌을 섰냐고 했더니 친구가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대략 일주일 전쯤에도 벌을 세웠다는 겁니다. 이유는 "네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벌을 서"라고 했다는군요.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이런 부당함에 맞서게 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느껴지면 신속하게 대응하라. ⓒ베이비뉴스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느껴지면 신속하게 대응하라. ⓒ베이비뉴스

A. 7세 아이들은 짝을 지어 다니며 누군가를 제외시키기 시작한다. 7세 아이들은 인기 있는 아이와 인기 없는 아이를 가려낼 수 있다. 소위 말하는 파벌행동이 이렇게 어린 시기에 형성된다. 문제는 아이가 이들 무리에 포함되고 싶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여기에 맞서기도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또래무리에서 소외되는 아이는 항상 변두리에 있거나, 무리 안에 포함되는 일이 없거나, 소외되고, 제외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므로 부모가 그 신호를 빠르게 잘 파악해야 한다.

또 부모는 아이가 무리에서 거절당할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게 해주어야 하며, 아이가 자기와 비슷한 가치관이나 흥미를 가진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회라는 정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가 올바르게 커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보이는대로 이것저것 지적 하는 부모가 있다. 이런 부모 곁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기 십상이다. 이런 아이는 결국 자기주장이나 방어를 제대로 못하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괴롭힘을 당한 아이에게 “너도 똑같이 때려!”, “왜 맞고만 오니? 엄마가 속상해서 못 살겠다!” 등의 표현을 일삼으며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부모도 있다. 이렇게 부모에게조차 심리적 지지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에게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된다. “그 아이 집이 어디니? 내가 가서 따져야겠어!”라고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 뇌과학적 의미

아이가 소외당하거나, 반복적으로 거부당하거나, 자신에 대한 잔인한 요구를 강요받으면 고통은 참을 수 없는 수준이 된다. 다행히도 학령전기의 아이들은 부모의 개입이 필요하고,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아이가 무리에서 소외되거나 배척당하면 아이의 생활 태도나 행동에 변화가 온다. 특정한 친구들의 이름을 꺼낼 때 화를 내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친구들과 자주 가던 장소들을 피하려하고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하기도 한다. 활발하던 아이가 갑자기 소심해지거나 반항적이거나 우울해진다. 아이가 이런 태도나 행동을 보이면 부모의 개입이 필요하다.

남을 괴롭히는 기질의 아이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공격성이나 분노, 좌절, 공포 등을 배출할 누군가를 찾는다. 이에 비해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는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상대방에게 저항하거나 자기 권리를 주장할 만큼의 에너지가 없다.

언뜻 보면 괴롭히는 아이와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의 관계는 괴롭히는 아이의 일방적인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두 아이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두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자존감'이다.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 자신감과 자긍심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에게 쉽게 대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 역시 자긍심이 생기면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게 여기게 된다. 평소에 자존감을 느낄 수 있게 진심으로 아이를 인정해주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따돌림 피해를 받은 아이의 뇌. ⓒ김영훈
따돌림 피해를 받은 아이의 뇌. ⓒ김영훈

◇ 양육솔루션

▲신속하게 대처하라

만약 아이가 끊임없이, 혹은 일시적으로 자신이 정말로 속하고 싶은 무리에서 소외되고 있다면 왜 그런 일이 밀어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아이들은 왜 자신이 거부당하고 있는지 말하려 하지 않으며 자기 스스로도 답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그런 조짐이 발견되면 아이에게 이제는 새로운 친구를 찾도록 하고 다른 아이들과 지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라

소외당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아이의 걱정을 줄이려 하지 마라. 아이가 싫으면서도 친구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은 무리에 속하고 싶다는 감정이 있는 것이다. 그 감정을 무시하고 “왜 그런 아이와 같이 지내니”라고 말하면 아이의 자부심에 상처를 남길 뿐이다. 아이에게 모든 세부사항을 말하라고 너무 강요하지 마라. 아이 수준에서 타협할 수 있는 문제라면 굳이 관여할 필요 없다. 

▲아이의 자존감을 회복시키자

무엇보다 아이가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해 스스로의 힘으로 친구들의 부당한 행동에 대항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아이 스스로 자신이 중요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려면 부모가 우선 아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그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열심히 듣고 공감해주는 부모를 보며 아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에 확신을 갖게 된다. 더 나아가 이해 받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든든한 지지자를 갖게 되었다는 생각만으로도 부쩍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내 아이만 갖고 있는 장점이나 특징을 찾아 이를 적극적으로 격려해주고 인정해주는 것도 자존감을 키워주는 좋은 방법이다.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지 말 것 

다른 아이를 비난하고 무시하고 나쁘다고 몰아가는 것이 꼭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아이의 입장에서는 같이 지내고 싶은 친구다. 행동을 비난할 수는 있지만 나쁜 아이라는 낙인을 찍으면 아이는 그 아이와 같이 지내지 못한다. 

아이가 그 친구와 같이 지내고 싶을 때도 그 사실을 부모에게는 숨길 것이다. “왜 그런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거니?”라고 묻지 말고 “그 아이들에게는 그들만의 행동방식이 있단다. 우리는 네가 그 무리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구나”라고 말하라.

▲문제 행동을 한 아이의 부모를 직접 만나 '상의'하라 

만약 아이의 친구가 아이에게 '선배'라고 말하라고 강요하고 아이에게 벌을 세우는 등 본격적으로 아이를 따돌리는 행동을 한다면 여기엔 개입해야 한다. 문제 행동을 한 아이의 부모에게 전화만 하지 말고 직접 그 아이의 부모를 만나 상의 하라. 무조건 비난하는 입장이 아니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상의하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

아이가 못된 행동을 하니 부모의 책임이고, 때문에 그 부모도 나쁘다고 비난 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가해자의 부모도 자신의 아이를 걱정할 것이므로 서로 그 문제를 걱정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대화가 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행동방식을 알려줄 것

무리 안에서 아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어떻게 시키고 있는지 부모가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는 또래에게서, 특히 무리의 리더에게서 자신을 옹호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만약 친구가 ~~를 시키면"이라는 시나리오를 아이에게 주며 효과적인 대안을 찾도록 도와라. 그리고 무리의 아이들에게 맞설 수 있는 대응책을 아이가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이에게 "난 그거 하기 싫어. 그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야"라고 말하도록 가르치고, 역할놀이를 통해 아이가 그것을 연습하고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단호하게 그만두라고 말한 다음, 그 자리를 피하라고 가르쳐라. 

▲'나 전달법’을 사용하게 하자

‘나 전달법’은, 싸우지 않고 나의 주장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허락도 없이 게임기를 가져갔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상대방의 행동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느낌을 차근차근 말해준 후에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전할 수 있다. “내가 하려고 했는데 게임기가 없어져서 무척 당황했어”라고 친구의 행동에 대한 느낌을 말한 다음 “다음부터는 먼저 내 의견을 묻고 가져갔으면 좋겠어”라고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전달하게 하자.

▲넓은 시각을 가져라.

사실 우리 모두는 가끔 소외되거나 거부당한다. 그러므로 아이의 고통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란 걸 알게 하라. 아와 관련된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라. 하지만 그런 부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그 무리에 속하는 것이 아이가 바라는 바라면 그 무리에 대한 성격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보라. “왜 그 아이들과 같이 지내고 싶니? 그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니?” 아이가 그 무리에 들어가고 싶어한다면 그 무리의 아이들 중에서 친구를 찾아보라. 처음부터 전체를 목표로 두지 말고 이미 그 무리에 속한 누군가와 일대일의 관계를 시작하도록 도와야 한다.

▲다른 어른들과 상의하라.

매일 아이를 보는 교사, 학원선생, 상담사들과 이야기 하며 아이의 어린이집 내 파벌상황을 평가해보라.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파벌의 상황이 심각하다면 어린이집이나 학원의 문화를 바꿀 방법들을 공동으로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이의 행동을 점검하라.

따돌림은 가해자가 잘못한 것이지만,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이유도 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를 질리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지 점검하라. 너무 강요적이거나, 너무 온순하거나, 너무 시끄럽거나, 너무 화려하거나, 너무 지루한 성격이거나, 위생상태가 나쁘거나 촌스러운 옷을 입고 다니는 경우 인기 없는 아이가 되기 싶고 그것이 따돌림을 당하는 빌미가 된다. 그런 빌미를 주지 않도록 부모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칼럼니스트 김영훈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소아신경과 전문의로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한국두뇌교육학회 회장과 한국발달장애치료교육학회 부회장으로 학술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2017)」 「4-7세 두뇌습관의 힘(2016)」 「적기두뇌(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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