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전원 끄면 무슨 소용?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전원 끄면 무슨 소용?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2.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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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아이’의 비극, 어떻게 막을까 ③] 설치 사업 이후 남은 과제들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오는 4월부터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 차량에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하차 확인 장치)' 설치가 의무화된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오는 4월부터 13세 미만 어린이 통학 차량에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하차 확인 장치)' 설치가 의무화된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해 7월 폭염 속 어린이집 차량에 네 살 아이가 방치돼 숨진 사고가 있었다. 사고 직후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통학차량에 잠자는 아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Sleeping child check)’ 설치를 12월 말까지 완료하기로 약속했다.

지난달 말 베이비뉴스가 장치 설치 현황을 직접 취재한 결과, 1월 25일을 기준으로 전국 17개시·도 가운데 세종특별자치시,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등 세 곳만이 100% 설치 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사업 완료 시점을 2월 말까지로 연장해 설치 현황을 취합 중이다.

늦어도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는 4월까지 전국의 어린이집 통학차량에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설치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설치만 다 하면 불행한 사고를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점검하고 관리해야 장치의 실효성을 높이고 비극을 근절할 수 있을까.

◇ “전원 스위치 달아주세요” 설치업체에 불법 개조 요구도

보건복지부에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실시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설치 사업은 2018년도에 한해 진행된 일회성 사업이다. 최초 설치비를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10만 원씩 지원한다. 향후 신규 운행되는 통학차량의 경우 지자체 또는 어린이집에서 자체 부담해 설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으로 등록되고 이용되는 모든 차량에 똑같이 지원해 설치하도록 했다. 이 가운데 개인이 소유한(지입차량) 차량도 포함됐다. 하차 확인 장치는 운전자가 운행을 종료한 후 3분 이내에 차내 맨 뒷열에 설치된 벨(확인버튼)을 눌러 어린이의 전원 하차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방식이다. 누르지 않으면 경고음이 울리고 표시등 또는 비상점멸표시 등이 작동하는 시스템.

지입차량은 어린이집 통학차량 전용으로만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만을 위한 하차 확인 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운전자에게 매우 번거로운 일이 될 수 있다. 설치 과정에 문제는 없었을까. 장치 업체 관계자들을 통해 들어봤다.

업체 관계자 A 씨는 “개인 소유 차량의 경우 어린이집 통학차량으로만 운행하지 않으니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를 늘 작동시켜놓으면) 굉장히 불편하다. 불법으로 전원 스위치를 만들고 개조할 수밖에 없다. 설치 시 ‘전원공급 차단하는 스위치 만들어주세요’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고 말했다. 설치 수익을 먼저 생각하는 업체들로서는 요청을 거부하기 힘든 상황. 

A 씨는 장치 실효성에 대해, “활용만 잘하면 좋은 장치지만 운전자가 단순히 버튼만 눌러 소리만 나지 않도록 하고 차 안에 남은 아이가 없는지 유심히 살펴보지 않는다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초 설치 이후에) 기계이다 보니 고장도 날 수 있는데 비용을 들여 고치고 하는 모든 건 원장과 운전자의 양심 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B 씨도 전원 스위치 설치 문제를 지적했다. B 씨는 “전원 스위치를 설치하고 어린이 등·하원 업무를 하지 않을 때 꺼뒀다가, 다시 등·하원 업무를 하면서 깜빡 잊고 전원을 켜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 “자동차 정기점검 시 하차 확인 장치 작동 점검 필수”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는 차량 맨 뒷열에 벨(버튼)이 설치돼 있다. 운행 종료한 다음 차량 시동이 꺼진 후 3분 내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경광등이 켜지고 경고음이 울린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는 어린이 통학차량 맨 뒷열에 설치돼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는 어린이 통학차량 맨 뒷열에 설치돼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는 어린이 통학차량 맨 뒷열에 설치돼 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 관리를 위해 어떤 계획을 마련해두고 있을까.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1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1년에 두 번 있는 하절기·동절기 어린이집 정기점검 항목에 넣어 지도점검을 할 계획이고,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 지도점검에서 문제가 있을 시 행정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항목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국토교통부 담당자 역시 14일 베이비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사업용(어린이집 통학차량으로 등록된 차량이 포함) 차량은 6개월마다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는데, 정기검사 때 검사항목에 포함해 장치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학차량 관리는,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정기점검과 함께 소관 부처별 수시점검을 통해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어린이집 통학차량, 교육부에서는 유치원과 학원 통학차량,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태권도 도장과 같은 체육시설 운행차량을 점검 관리한다. 또한 경찰청에서도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면 계도기간 후 매년 집중단속 기간을 설정해 집중적으로 단속할 계획.

하지만 이 같은 계획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후 점검이나 단속을 통해 '설치'를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까지 확인하기는 점검 인력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지도점검을 통해 장치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지자체 담당자는 “자동차 정기점검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관건”이라고도 말했다.

설치 업체 관계자들 역시 “원장과 운전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 “장치만 설치하고 작동시키지 않아도 데이터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설치한 벨 방식 장치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 액수에 맞춰 택한 것이다. 그 이상의 기능을 선택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면 어린이집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설치 업체 관계자 B 씨는 벨 장치의 경우 활용 현황을 집계할 수 없는 문제를 꼬집었다. 차량 위치 관제 서비스, 도착 알림서비스 등 기능이 함께 설치돼 있다면 데이터를 받아 쉽게 통계를 낼 수 있으나 벨 장치의 경우 설치는 했으나 전원을 끄고 사용하지 않더라도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B 씨는 “국가에서 지원한 사업인데 얼마나 잘 이용되고 있는지 통계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니겠느냐”면서, “앞으로는 차량 위치나 도착 알림서비스 등 기능이 필요할 텐데 단기적 안목으로만 본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측은 “벨 장치는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벨을 차에 장착해 하자 확인이 안 되면 경광등이 켜지고 경고음이 나도록 프로세스가 이뤄지는 최소 기준이지, 추가적 기능은 자율적으로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 일회성 지원사업 후 장치 업체 문 닫으면 AS 문제도

오는 4월 17일부터 적용되는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어린이나 영유아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때 어린이 하차 확인 장치를 작동하도록 하며, "위반 시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국고보조를 통해 장치 설치가 됐으나 학원과 체육시설은 지원이 없다. 현장에서는 학원과 체육시설 차량에도 장치 설치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요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시작된 정부와 설치 지원 사업으로 인해 거의 모든 어린이 통학차량에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가 장착됐다. 추후 수요는 어린이집 개원 등으로 발생하는 소량에 불과해 장치 업체가 문 닫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장 시 AS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4월 17일 이후 출시되는 어린이 통학 전용 차량의 경우, 하차 확인 장치가 장착돼서 나올 예정이다.

‘장치 고장 시 AS와 관련해 문제가 없겠느냐’는 질문에, 국토교통부는 “장치 성능이 확인된 업체 명단을 가지고 있고, 장치와 관련된 민원이 접수되면 기술 부족인지 확인을 통해 보완 권고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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