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스마트폰 안 줄 자신, 있습니까?
아이에게 스마트폰 안 줄 자신, 있습니까?
  • 칼럼니스트 김연수
  • 승인 2019.02.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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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발달 길라잡이] '나'부터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면

작년 여름 신혼여행으로 미국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방문하는 미국이라 모든 것이 인상 깊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들이 식당에서 스마트폰 없이 자리에 앉아 얌전히 밥을 먹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과는 다소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나는 대학교에 와서야 처음 스마트폰을 접했다. 심지어 기계치에 속하는 편이다. 그래서 글도 모르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우면서도 걱정된다. 성인인 나도 밥 먹을 때부터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까지 항상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산다. 그런 내가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논하는 것이 다소 모순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스마트폰 없이 함께 식사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훨씬 좋아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더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핸드폰을 주고 싶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잠깐의 여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주는 부모님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너무 잘 알지만 말이다).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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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그에 따른 대가도 치르게 만들었다. 특히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아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이 아이들의 두뇌 발달을 저해하고 거북목과 시력 저하 등 신체적 문제를 유발한다고 경고한다. 또 공격성 증가, 중독, 수면 부족, 기억력 감퇴와 집중력 부족, 전자파 노출 등 수많은 부작용을 제시한다. 연구 결과만 보면 스마트폰은 아이들이 절대 접해서는 안 되는 흉기 같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대는 변했고, 아이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닿지 않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 허용하되, 시간제한을 두고 평상시 아이들과 소통을 잘하고 재미있게 놀아준다'는, 아주 이상적이며 모범적인 해결책을 따르면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런 모범 답안은 다소 구체적이지 못할뿐더러 실제 상황에서 적용하기 힘든 경우가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우울하고 무기력한 사람에게 “꾸준히 운동하세요”라고 말한다. 운동은 우울증과 무기력감 해소에 매우 좋은 해결책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미 나는 무기력한데 당장 생계는 어떻게 하고 운동을 하란 말이냐!"라는 반감을 살 말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땐 “아침에 1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세요”라고 구체적이며 적어도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제시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다.

문득 스마트폰이 없었던 어린 시절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고민을 해봤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거나 집에서 색종이를 접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종종 재난문자를 받는 이 시대에, 어른만큼 바쁜 일상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20년도 더 된 추억을 나누자고 하자니 지금 현실과는 동떨어진 해결책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 없이 얌전하게 밥을 먹고, 디즈니월드에서 수십 분에서 몇 시간이 되는 줄을 별 탈 없이 기다리던 미국의 가정들을 떠올려본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했고 아이들은 그 시간을 매우 즐기는 것 같아 보였다. 어쩌면 뭘 꼭 해야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에서 '재미'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끝도 없는 집안일과 회사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여유를 내는 것이 매우 힘들다. 또한 모르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것이 일상인 미국의 문화는 대화와 토론의 문화가 아닌 한국에서 아직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와 있는 잠깐의 시간에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큰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이의 눈높이에서 맞춰서 단순히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아닌, 아이의 생각과 느낌, 감정을 공유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 말이다.

나아가 부모를 모방함으로써 많은 것들을 배우는 아이들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나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취미 생활을 하거나 독서 등 다른 활동을 하는 시간을 늘린다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있는 현재의 내 모습보다 훨씬 좋은 모범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도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취미 활동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보지 않을까? 아니, 적어도 가족과 있는 짧은 시간만큼은 스마트폰이 아닌 가족들과 대화를 선택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김연수는 미국 남동부에 위치한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에서 심리학 학위를 받았습니다. YL-TESOL 과정을 이수하고 MCI마인드케어센터에서 영어튜터로 활동하며 ADHD, 자폐 등의 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영어로 학습을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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