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씨앗 우리 가족의 핵심 ‘나현이’
생명의 씨앗 우리 가족의 핵심 ‘나현이’
  • 정리 = 이중삼 기자
  • 승인 2019.03.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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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수기공모전 당선작③] 경기도 고양시 사이좋은 24시 어린이집 이영미 학부모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와 베이비뉴스는 가정어린이집 보육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알아보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보육교사를 격려하기 위해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보육수기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을 매월 1편씩 소개한다. 세 번째 소개작은 경기도 고양시 사이좋은 24시 어린이집 이영미 학부모의 ‘생명의 씨앗 우리 가족의 핵심 나현이’ 작품이다.

해맑게 웃고 있는 나현이의 모습. ⓒ이영미 학부모
해맑게 웃고 있는 나현이의 모습. ⓒ이영미 학부모

2016년 3월 14일 낮이면 따스한 봄바람이 나풀나풀 불어오고 아파트 베란다 밖은 벌써 새싹이 돋아 코끝에 풋내가 나던 그즈음. 내 뱃속에도 콩보다 작은 열매가 맺힌 것을 확인했다. 생명의 씨앗, 우리 가족의 핵심 ‘열매’ 태명을 짓고 나니 뱃속의 생명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처음 임신을 확인했을 때와는 달리 사뭇 진지하고 엄숙했다. 이때부터 ‘나’로 살기보다는 열매 ‘엄마’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 같다.

열매를 뱃속에 품고 있던 39주간의 이야기를 하자면 책 한 권 분량도 모자랄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건강하게 태어나준 열매가 대견했고, 우리 부부의 고생도 이제는 끝이다 싶어 출산과 동시에 몸과 마음이 홀가분했다. 열매 ‘나‘ 자에 빛날 ’현‘ 태명을 그대로 이어 지은 이름 이나현.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나는 열매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   

수유 시간마다 나현이와 눈을 맞추고 젖을 물릴 때 서로의 체온을 온전히 나눌 수 있는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 엄마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평온한 순간은 SNS에 올린 한 장의 사진처럼 찰나였다. 말로만 듣던 독박 육아는 예상보다 더 가혹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울고, 토하고, 보채는 나현이를 감당하기에는 내 인내심과 체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양가 부모님은 모두 먼 곳에 계셔서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PD가 직업인 남편도 계속되는 촬영과 편집으로 집에 오기 힘든 시기였다. 이런 이유들로 매 순간이 낯설고 처음이라 서툴렀던 그 경험들은 오롯이 우리 둘의 몫이었다. 폭풍처럼 몰아치던 육아가 어느새 조금씩 익숙해지니 미뤄뒀던 고민이 머리를 들었다.

전업맘과 워킹맘. 나는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둘 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모든 엄마들이 공감할 것이다. 어려운 선택이지만 나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나 자신의 행복과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워킹맘을 선택했다. 이 고민은 임신 때부터 쭉 해왔던 터라 결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육아를 하면서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는 했었다. 나도 내 아이를 보는 게 이렇게 힘든데 남이라면 오죽할까 싶은 마음에…

그때 대기를 걸어놨던 가정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고 얼떨결에 등원 확정을 했다. 사실 시설 좋고 큰 국공립 어린이집을 보내고 싶었지만 대기가 길었고, 아직 아기라 시설보다는 선생님이 좋고 따뜻한 분위기의 가정 어린이집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2017년 3월 5일 ‘사이좋은 24시 어린이집’ 첫 등원. 문화센터 경험은 있었지만 전문교육기관은 처음이니 나도 잔뜩 긴장했었다.

보통 2주 정도 아이의 적응 상황을 보고 단계적으로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늘려간다고 했다. 당시에는 나도 필요할 때만 회의에 참석하고 재택근무를 주로하고 있었기 때문에 느긋한 마음으로 어린이집 적응에 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린이집 등원 일주일 만에 일이 바쁘게 진행되었고 마음이 급해진 나는 어린이집 적응에도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선생님들이 많이 신경 써주신 덕에 나현이는 어린이집에 잘 적응했고, 10시부터 6시까지 종일반으로 선생님들 손에 맡겨졌다. 이때부터 나의 워킹맘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나는 방송작가라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라는 게 없고, 주말이나 공휴일이라고 해서 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건 PD가 직업인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부모의 생활 패턴이 불규칙해서 아이에게 혼란을 줄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아무리 내가 밤새 일을 하더라도 나현이의 등, 하원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나와, 엄마인 내가 자꾸 부딪혔다. 나는 자존심이 센 편이라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못한다. 그런데 워킹맘이 되니 아쉬운 소리가 늘고, 다른 사람들의 배려가 절실했다. 그 시기에 나는 중국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작업을 했는데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는 게 일정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완성되지도 않을뿐더러 중국 프로그램이니 중국 제작진들과의 소통도 중요했다. 점점 업무시간과 회의 시간이 길어졌다. 그래도 처음 2주간은 남편이 휴가라 큰 걱정 없이 일을 할 수가 있었는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새벽 4시나 돼야 겨우 집에 올 수 있었던 나는 도저히 나현이 하원을 맡을 수 없었다.

심지어 주말에는 중국 출장을 가기도 했다. 남편이 퇴근하면 8-9시인데 6시에 하원하는 나현이를 누가 돌봐줄 것인가? 고민 끝에 하원 도우미 면접을 봤다. 좋은 분들이 많았지만 망설여졌던 이유는 이제 막 어린이집을 적응했는데 하원 후에 또 다른 사람의 손에 맡겨져 새롭게 적응하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 며칠을 끙끙 거리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이 상황에 대해 상의했고 ‘시간 연장 보육’이라는 시스템을 알게 되었다. 정말 하늘에서 빛이 내리고 눈앞에 오아시스가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과장된 말로도 그 당시 내 기분을 전부 표현할 수 없다. 저녁 11시 전까지 보육이 가능하고 토요일에도 미리 얘기하면 돌봐줄 수 있다고 시간 연장 보육에 관해 설명해주시던 선생님에게서도 후광이 비칠 정도였다. 시간 연장 보육 신청서를 작성하고 오던 날, 처음으로 육아를 선생님과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또래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을 보면 워킹맘이 아니더라도 부모, 형제와 함께 육아를 하고 아이의 성장을 공유하는 게 항상 부러웠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 그에 따른 변화는 키워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는 선생님들과 함께 나현이를 키우고 있었다. 나현이가 처음 등원을 했을 때는 막 걷기 시작했고 혼자서 밥을 먹지도 못했다. 지금은 방방 뛰어다니고 철봉에 매달리고 밥도 혼자 척척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컸다. 또 말귀도 알아듣고 말도 제법 할 줄 알 정도로 성장했다.이렇게 나현이가 크는 동안 선생님과 나는 매일 등, 하원 때 그리고 알림장으로 나현이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디가 아프다거나 행동발달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기도 했다. 밤마다 지난 알림장을 뒤적여 보며 육아에 있어 믿을 구석이 생긴 것 같아 든든했다. 지금이야 담임선생님에게 엄청난 의지를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이런 믿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담임선생님과 처음 인사를 하던 날은 믿음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 같다. 너무 젊은 선생님이라 결혼 전이고 육아 경험도 없을 텐데 과연 아기를 잘 돌봐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었다.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나현이는 젊고 예쁜 선생님을 너무 잘 따랐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힘들 만도 한데 선생님은 때로는 이모처럼 때로는 언니처럼 너무 잘 돌봐주었다. 사실 가정 어린이집은 규모가 큰 어린이집이 아니다 보니 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선생님이 아이들을 함께 돌봐주는 분위기라 아이들이 자연스레 여러 선생님을 경험하고 다양한 보육 방식을 접할 수 있다.

나현이의 경우는 엄마와 단둘이 지내면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었다. 또 외동이다 보니 양보와 배려, 사회성이 부족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또래뿐 아니라 언니 오빠, 동생들과 놀면서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배웠다. 이제는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안넝~!” “안넝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고, 놀이터에서 언니나 오빠를 보면 달려가서 “언니~ 오빠~”하고 부를 정도로 붙임성이 좋아졌다. 이런 아이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면서 역시 큰 기관보다 따뜻하고 정 있는 가정 어린이집에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에 가정 어린이집이라 공간이 좁아 활발한 나현이가 답답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그 부분은 현장 체험 학습과 산책으로 많이 해소됐다. 거기다 어린이집에서 여러 가지 놀이 학습을 시켜주니 손이 많이 가서 엄마가 잘 해주지 못했던 오감놀이, 그림놀이, 다양한 교구를 이용한 학습들을 진행해주어서 참 만족스럽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큰 규모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친구와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오히려 어린이집의 시설과 넓은 공간에 대한 얘기보다는 알림장 내용과 현장학습이 없는 부분을 얘기하며 아쉬워했었다. 어디나 장단점이 있지만 나는 어린이집은 큰 규모나 화려한 시설보다는 선생님들의 보육 방식이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워킹맘의 삶은 정말 고달프고 서럽다. 일과 육아 어느 한쪽도 소홀하지 않기 위해 여기저기 눈치를 살피고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곁에 있어 주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지금껏 일과 육아 어느 한쪽도 포기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인 내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정 어린이집은 육아가 처음인 나와 어린이집이 처음인 내 딸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보듬어준 둥지 같은 곳이다. 아마 이 둥지를 떠날 때쯤이면 나도 나현이도 더 넓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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