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의 ‘익자삼우 손자삼우’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장의 ‘익자삼우 손자삼우’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2.2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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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익신고자 탄압 논란 속에서 ‘해로운 벗’을 생각한다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익자삼우(益者三友) 손자삼우(損者三友).”

공자는 논어 계씨편에서 세 가지 유익한 벗과 세 가지 해로운 벗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익한 벗은 곧은 벗, 성실한 벗, 배우고 들은 것이 많은 벗이고, 해로운 벗은 허세 부리는 벗, 아첨하는 벗, 감언이설하는 벗이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육아정책연구소에서는 “2019년 열린토론회 ‘육아정책연구소에 바란다’”가 열렸다. 2018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성과를 공유하고 2019년 연구과제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이 직접 토론을 진행한 이 자리에는 ‘세 명의 벗’이 토론자로 자리했다.

“측은지심과 동병상련이 있다. 뭐가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 봤더니, 제가 겪고 있는 일에 비하면 너무 작은 일인데 너무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게 아닌가. 좀 더 대범하게 내공을 쌓으시면 그런 것도 지나갈 거다.”

세 명의 벗 중 하나인 정무성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의 말이다. 정 회장이 “그렇게 심각한 문제인가” 궁금했던 일이란 뭘까. 그것은 베이비뉴스와 셜록이 지난 19일부터 보도한 ‘공익신고자 탄압 의혹’이다.(관련기사 : [단독] '문캠프' 출신에 기대했지만... 9개월간 책상만 지킨 공익신고자[단독] 공익신고자 가족 앞에 검은 차가… 경찰은 신변보호를 시작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운전원 최홍범 씨는 2017년 당시 우남희 소장의 비위 사실을 알린 공익신고자다. 감사 결과 국무조정실은 ▲남편 운영 회사의 자문기관으로 연구소 명칭 사적 활용 ▲연가일에 공용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근무시간에 여고 동창회 행사 등 참여 등 비위 사실을 확인하고 우 소장을 징계했다.

하지만 공익신고자인 최 씨도 업무배제와 개인사찰, 징계시도 등으로 고통받았다. 최 씨와 직원 일부는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최 씨는 노조 지부장이 됐다. 2017년 12월 새로 부임한 백 소장에게 연구소 ‘혁신’을 기대했다. 하지만 2018년 여름부터 최근까지 수 개월간 최 씨는 또 다시 사실상 업무배제를 당해야 했다.

최 씨가 책상 앞만 지키고 있는 동안 대리기사가 운전대를 잡았다. 연구소는 최 씨가 아닌 운전원을 채용한 적이 없다. 지침상 관용차는 임직원만 운전할 수 있다. 월급 받는 운전원은 책상 앞에 멀쩡히 두고, 연구소 인건비도 아닌 운영 경비에서 대리기사 보수를 지출했다. 이중으로 세금을 낭비한 것이다.

2017년 9월 12일, 자신의 비위를 폭로한 공익신고자 최홍범 씨의 집 앞에 나타난 우남희 전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의 관용차량. 미용실 CCTV에 그 모습이 잡혔다. 이후 경찰은 최 씨의 가족에 대해 신변보호에 들어갔다. ⓒ제보자제공
2017년 9월 12일, 자신의 비위를 폭로한 공익신고자 최홍범 씨의 집 앞에 나타난 우남희 전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의 관용차량. 미용실 CCTV에 그 모습이 잡혔다. 이후 경찰은 최 씨의 가족에 대해 신변보호에 들어갔다. ⓒ제보자제공

정무성 회장이 말한 “너무 작은 일”은 대충 이렇다. 그런데 그 “너무 작은 일”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국무총리에게 백 소장의 경질을 촉구하거나, 백 소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가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공익신고자 탄압 논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백 소장에게 “측은지심”이 느껴진다며, “좀 더 대범하게 내공을 쌓으시”라고 충고했다. 공자가 말한 세 가지 유익한 벗과 세 가지 해로운 벗을 다시 떠올려본다. 자신의 허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달콤한 말만 늘어놓는 벗은 ‘해로운 벗’ 중 하나다.

토론회에 초대된 나머지 두 명의 벗도 비슷하다. 정미라 한국유아교육학회 회장과 이완정 한국보육지원학회 회장 모두 ‘논란’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이 연구소가 보고한 ‘업적’에 대해서만 칭찬할 뿐이었다.

특히 정미라 회장은 “지난 1년 사업을 이야기했는데 1년의 성과가 아닌 육아정책연구소가 세워진 이래 전체 성과인가 할 정도로 굉장히 (열심히) 달려온 1년 아닌가 한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토론 서두에 백 소장이 토론자들에게 “저희 열심히 잘했죠?”라며 박수를 보내달라고 한 것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발언이다.

◇ 논란에도 “대범하게 내공 쌓으라”는 벗은 유익한가 해로운가

한편 또 다른 세 명의 벗들은 토론회에 초대받지 못했다. 우선 백 소장이 가까이 해야 할 벗은 누가 뭐래도 최홍범 씨다. 2017년 최 씨의 공익신고를 계기로 진행된 국무조정실의 종합감사 결과 육아정책연구소는 열 가지 이상의 항목을 지적받았다. 우 전 소장 개인 비위도 네 가지 지적됐지만 징계 결과는 ‘감봉 1개월’뿐.

육아정책연구소는 스스로 “유아교육과 보육에 관한 국내 유일의 국책연구기관”이라 소개하고 있다. 그 책임이 실로 무겁다. 최 씨의 공익신고는 지난 과오를 양지로 드러내는 ‘공익적’ 결과를 낳았지만 그 때문에 최 씨는 고통 받았다. 육아정책연구소가 그 역할을 다하려면 과오를 인정하고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공익신고 이후 약 1년 반 동안 최 씨가 ‘당하지 않아도 될 일’을 당했다면 그에 대해 분명히 인정하고, “유아교육과 보육에 관한 국내 유일의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안팎을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백 소장이 가까이 둬야 할 두 번째 벗은 보육교사들이다. 보육교사들로 이뤄진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는 지난 20일 백 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관장 차량 운전원 최 씨가 노조 지부장이라는 이유로 사실상의 업무배제가 이뤄진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21일 토론회를 객석에서 지켜보던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비리고발센터장은 “최소한 국책기관에서는 노동인권 인식이 합리적이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센터장은 “육아정책연구소는 그간 보육교사들과 소통이 거의 없었다”며, “현장 의견을 전할 수 있도록 보육교사 노조를 불러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장에서 백 소장이 김 센터장에게 “그렇게 느끼셨다는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앞으로 여러 연구와 토론회에 보육교사 노조의 참여를 약속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백 소장이 가까이 해야 할 벗은 ‘엄마들’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제언하는 정책들은 보육현장의 교사들은 물론,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들의 삶과도 직결된다. 지난 20일 정치하는엄마들이 “국무총리는 육아정책연구소 백선희 소장을 즉각 경질하라”라는 성명을 낸 것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아이들이 옳지 않은 것을 보고 옳지 않다고 외치기를 바란다”며, “아이들이 정의를 외치기에 안전한 사회를 지금부터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이 “공익제보자를 탄압하는 국책연구기관에서 생산한 육아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며 ‘경질’까지 주장한 배경에는 그만큼 큰 실망감이 존재한다.

정무성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은 백선희 소장에게 "좀 더 대범하게 내공을 쌓으시면 지나갈 것"이라고 격려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정무성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은 백선희 소장에게 "좀 더 대범하게 내공을 쌓으시면 지나갈 것"이라고 격려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익자삼우(益者三友) 손자삼우(損者三友).”

백 소장은 21일 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논란이 불거진 점에 대해 깊이 숙고하고 성찰하고 있다”며, “많은 애정을 보여주시는 분들을 위해 원만하고 책임 있게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은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그의 곁에서 “많은 애정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과연 ‘익자삼우’인지 ‘손자삼우’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허세 부리고, 아첨하고, 감언이설하는 해로운 벗들 때문에, 진정 이로운 벗들을 가까이 두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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