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TV 없는 육아, 성공했냐고?
스마트폰·TV 없는 육아, 성공했냐고?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9.02.28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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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규칙 정하고 천천히 줄였더니, 아이가 달라졌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콩콩이 보여줘. 콩콩이 콩콩이!!!”

아이는 습관처럼 ‘콩콩이’를 찾았다. 조금만 심심할 것 같으면 “콩콩이” 소리가 제일 먼저 나왔다. ‘콩콩이’는 인기캐릭터 ‘콩순이’를 부르는 애칭이다. 말이 서툴렀던 시기, ‘콩순이’ 발음이 어려워 ‘콩콩이’라고 불렀었는데, 스마트폰과 TV를 보여 달라는 의미로 넓게 사용 중이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처음 내밀었던 건 외식하던 어느 날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밥을 먹는 것, 그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늘 새로운 도전이었다. 외식은 아이가 어릴수록 무조건 피하는 게 낫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상황도 더러 생겼다. 장난감, 책, 숟가락, 포크로도 시선을 끌 수 없어서, 사람들의 눈초리가 너무 뜨거워서, 스마트폰을 아이 앞에 놓아버렸다. ‘아기상어 뚜루루뚜루~’에 한눈 팔린 아이 입에 밥을 떠먹였고, 우리 부부는 음식을 거의 마셔가며 먹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샤워 후 로션 바를 때나 양치시킬 때도 종종 스마트폰을 이용했다. 아이가 징징대면 스마트폰이나 TV가 떠올랐다. 어차피 보여준 거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까?’를 고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가 영상을 볼 때는 꼭 함께 봤다. 아이 옆에 앉아 이것저것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며 함께 웃고 즐거워했다. 정해진 시간만 보여주려고도 노력했다. TV나 스마트폰을 끄면 더 보고 싶어할 때도 있었지만, 다른 놀이로 전환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즐겁게 놀이에 빠졌다. 하루 중 잠깐 정도 보여주는 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보면 순한 양이 됐던 아이들.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안 놓을 때도 있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스마트폰을 보면 순한 양이 됐던 아이들. 자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안 놓을 때도 있었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뭔가 잘못 가고 있다고 느낀 건 재작년 2월이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뒤, 아이는 스마트폰과 TV에 더욱 의존했다. 아이가 어린이집 입소 전이었기에 하루 종일 나 혼자 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동생에게 젖을 먹여야 한다며, 잠을 재워야 한다며,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줬다. 그럼 아이는 순한 양이 됐다. 엄마가 동생을 돌보느라 함께 보지 못해도 아이는 혼자 얌전히 아니, 멍하니 스마트폰만 들여다봤다. 그 순간만큼은 나 또한 두 아이 육아에서 쉼표를 찍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스마트폰과 TV는 아이보다도 엄마인 나에게 더욱 절실한 육아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영상에 빠지는 상황도 시간도 계속해서 늘어났다. 아이는 하루 종일 ‘콩콩이’를 외쳤다. 스마트폰을 뺏거나 TV를 끄면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다.

‘아이를 망치고 있었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이건 큰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동생은 오빠 때문에 오빠 연령이 봐야 할 영상에 함께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우리 부부는 벽에 걸린 TV를 뜯어내 베란다 창고로 옮겼다. 어차피 우리 부부도 TV를 잘 보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긴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이 제일 좋을 것 같았다. TV가 있던 벽에는 작은 방에 있던 책장을 배치했다. 아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어김없이 TV부터 찾았다.

“우리가 텔레비전을 너무 많이 봐서 고장 났나봐. 고쳐야 돼서 택배 아저씨가 가져가셨어.”

처음엔 ‘이게 뭔 일인가?’ 하던 아이는 더 이상 TV를 찾지 않았다. 대신 책장에 꽂혀있던 책에 관심을 보였다. TV는 없앴지만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존재했다. 오히려 TV보다 활용도가 높았다. 무조건 안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어린이집 등원 준비로 바쁜 아침에는 간절하기까지 했다. 덜 보여주려고 TV까지 없앴는데, 무턱대고 보여주긴 싫었다. 규칙을 다시 세웠다. 어린이집 등원을 앞두고 밥을 다 먹은 뒤 보기, 엄마가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만 보기 등으로 정했다. 영상의 내용도 동생과 함께 볼 수 있는 것들로만 골라 틀어줬다. 시간은 하루 한 시간 이내.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으니 되도록 노트북을 이용했다. 알람 소리가 울리면 무조건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신나게 놀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가 영상에 노출되는 시간과 상황을 줄여나가려고 노력했다. 대신 아이와 함께 놀고 책 읽는 시간은 늘려갔다. 지난 2월 5일 설날 당일부터는 아예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없는 육아를 한 지 거의 한 달이 됐다. 아이와 매일 뭘 하고 놀지 고민하는 시간이 즐겁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스마트폰과 TV 없는 육아를 한 지 거의 한 달이 됐다. 아이와 매일 뭘 하고 놀지 고민하는 시간이 즐겁다. 정가영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는 때론 “콩콩이 보고 싶어”했지만, 이젠 아무 소리 않는다. 구석에 처박아뒀던 장난감을 꺼내 새 장난감인 것 마냥 다시 갖고 놀거나, 책장의 책들을 꺼내 읽어달라며 달려올 뿐이다.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신나게 춤을 추는 것도 하루 일과 중 하나다. 어제 점심 오랜만에 외식을 했을 때도,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아이는 ‘콩콩이’를 찾지 않았다. 이런 생활에 아이와 부모 모두 익숙해져 가는 중이다. 몸은 좀 힘들어도 아이와 뭘 하고 놀지 고민하는 시간이 재밌어지고 있다.

며칠 뒤면 스마트폰, TV 없는 육아를 한 지 딱 한 달이 된다. 무조건 보여주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보여줄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집이 아니어도 영상을 접할 기회는 많다. 아이의 어린이집에서도 통합보육시간에 가끔 영상을 보여준단다. 할머니집이나 친구집에 놀러가서 신나게 TV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막을 수는 없다. 단지 스마트폰이나 TV 없인 통제가 안 됐던 아이의  잘못된 습관들을 고치려는 것뿐이다. 우리 가족은 아이, 부모 모두 당연하듯 보고 보여줬던 일상을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아이는 생각 이상으로 스마트폰이나 TV 없이도 잘 놀 수 있는 아이였다. 그 사실을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참 다행이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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