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나라 여행할 때 아이 짜증 막는 '꿀팁' 대공개
더운 나라 여행할 때 아이 짜증 막는 '꿀팁' 대공개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9.03.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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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번 해봤어] 베트남 '엄마 투어'

호치민에서 처음 일주일 정도 살아보니, 생활 패턴이라는 게 생겼다. 오전에는 운동, 오후에는 자유시간, 저녁에는 학교 숙제 같은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유튜브나 텔레비전 보는 것도 물론 포함이다)으로 나뉘더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외국 한 달 살기는 대부분 어학을 위한 코스이지만, 우린 좀 달랐다. 

진이(큰아이 가명)는 시간이 많으니(정확히는 심심하니) 그림을 집중적으로 그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원했다. 둘째 윤이는 한국에 있는 피아노 학원 친구들과 진도 차이가 나는 것을 걱정했다. 다행히 우리가 지낸 베트남 7군에는 미술, 피아노, 태권도 등을 가르치는 한국인 선생님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 시간들을 제외하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슬렁슬렁 시내 관광을 다니면 될 것 같았다. 한 달이나 살러 왔는데 땡볕에 아이들과 몰아치기 관광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없고.

평소 채널 tvN의 여행 프로그램인 ‘짠내 투어’를 즐겨보는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두 번 ‘엄마 투어(소위 반짝 투어)’를 제안했다. 마침 '짠내 투어'에서 호찌민 편을 다룬 덕에 아이들도 관심 있게 지켜본 터였다. 그 때문에 본의 아니게 방송 따라잡기가 되기도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모르는 것보다 알고 가니까 반가운 게 더 컸다. 찾아가는 재미라고나 할까.

첫 투어 장소는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던 베트남 역사박물관이다. 큰아이가 특별히 원했던 곳이었다. 베트남에 대한 역사를 먼저 훑으면 좋을 것 같다나? 생각이 기특해서 첫 번째 투어 코스로 점찍었다. 헌데,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내리쬐는 태양 빛과 겁나 많은 오토바이 소리와 매연에 당황한 진이가 세상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엄마, 더워… 이제 집에 가고 싶어.”

베트남 역사박물관 앞에서 다자매. ⓒ최은경
베트남 역사박물관 앞에서 다자매. ⓒ최은경

오자마자 가겠다니…. 아이는 다리에 파리나 모기가 달라붙는 느낌도 싫다고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박물관 문도 닫혀 있는 상황. 박물관 옆 카페에서 망고주스를 한 잔 사주는 것으로 협상이 타결되었지만 당황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생각했던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박물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깨끗하지 않다'는 걸 블로그 등에서 보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설명에 따르면 이 역사박물관은 1979년 개관해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고대 유물을 주로 전시하는 곳이었다. 베트남 남부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역사를 나눠서 보여주고 있다고. 기대했던 곳과 너무 달라 놀란 마음도 잠시, 경주에서도 보고 참 좋았던 각종 불상과 참파 문명 조각들은 인상 깊었다.

이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거니까. 아이들은 집에 가자고 하지 않았다. 전시된 베트남 전통 생활 공예품과 미라를 신기한 듯 눈여겨봤다. 물론 기념품 가게 구경도 놓치지 않았지만.

베트남 역사박물관 투어는 금세 끝났다. 박물관 바로 옆에는 동·식물원도 있었는데 살이 익을 것 같은 태양 빛과 벌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이들은 다시 “집에 가자”라고만 외쳤다. 이 정도면 조용히 박물관 투어를 해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아이스크림을 사준다고 꼬시며 근처를 돌아다녀 볼까도 싶었으나 횡단보도 한번 건너고 포기했다. 파란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는 오토바이에 나도 놀라고 아이들도 놀랐다.

베트남 전통생활공예품을 보고 있는 아이. ⓒ최은경
베트남 전통생활 공예품을 보고 있는 아이. ⓒ최은경
멀리 보이는 사이공 스카이덱. ⓒ최은경
멀리 보이는 사이공 스카이덱. ⓒ최은경

아이들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나는 조용히 그랩(Grab, 베트남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 여행을 다니는 게 무슨 의미야. 시간도 많은데 다음에 가면 되지. 다음 투어 시간은 아이들의 짜증지수를 고려해 한낮의 태양은 피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그랩이 오는데 5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제야 아이들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이후에도 엄마 투어는 계속됐다. 짠내 투어에도 나왔던 아파트먼트 카페에서 아이들이 바라고 바라던 솜사탕 밀크티를 먹었다, 사이공 스카이덱(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는 여기서 멀찍이 보기만 했다), 책의 거리-호치민 중앙우체국-노트르담 성당, 베트남 미술관, 통일궁(역시 문이 닫혀 멀리서만 봤다), 전쟁기념관 등이 엄마 투어의 루트였다.

사실 어른들이라면 호치민 시내 관광은 하루면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걸 쪼개서 몇 번에 나눠 다녔다. 아무리 택시비가 싼 곳이라지만, 길에 버린 돈이 적지 않다. 아이들 컨디션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할 여행이,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즐겁기 어렵다. 나도 더운데 아이들이 짜증을 내면 두 배로 더 덥게 느껴진다. 목소리가 좋게 나갈 리가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더운 나라 여행 시 아이들 짜증 막는 팁!

◇ 목적지가 분명한 여행을 하라

이리저리 헤매면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행은 어른이나 재밌다. 아이들에게 그런 여행은 그저 덥고 힘들기만 한 시간이다. 그런 면에서 그랩(grab) 앱을 사용하는 게 좋다. 출발지와 목적지만 입력하면 위치 설명하려고 기사와 실랑이할 필요도 없고 요금도 사전에 알려준다.

단위가 너무 커서 매번 헷갈리는 동(베트남 화폐)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바가지요금을 쓸 일도 없다. 단, 그랩은 시간이나 교통 상황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기도 한다. 같은 거리가 상황에 따라 2배나 차이 날 때도 있으니 그럴 땐 택시를 타는 게 좋다.

◇ 물을 준비하라

베트남에서는 500mL 작은 생수 한 병이 우리 돈 250원. 엄청 싸다. 그런데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사려면 다 돈이다. 물을 기본으로 주는 데가 간혹 있는데(베트남에서는 '짜다'라는 차를 기본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 정수가 안 되는 물을 주는 식당도 있다고 하니 가급적 아이들 마실 물은 챙겨서 다닐 것을 추천한다. 또 베트남 얼음에 대해 우려하는 글을 본 적 있는데 한 달 동안 얼음 섞인 음료를 수시로 먹었지만 탈이 난 적은 없었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아이들이 원하는 건 충분히 즐기게, 그것이 '유튜브'일 지라도!

제한된 예산에서 기념품도 사주고, 친구들 선물도 고르게 해 주고, 싸고 맛있는 음료수도 사주자. 설사 스마트폰을 달라고 해도 미련 없이 주자. 그 시간만큼은 엄마인 나도 좀 쉬고 즐긴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무슨 유튜브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마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에 비한다면 사실 잠깐이다.

또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아이라면 구글맵이나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게 하는 것도 아이에겐 재미난 경험이다. 아직은 어리광쟁이 아홉 살 윤이를 챙기느라 지도 보기도 힘들었던 나에게 "엄마 핸드폰 나 줘 봐"하고 길을 찾아 나선 진이는 큰 도움이 되었다(단, 오토바이 없는 안전한 곳에서!).

지도를 보고 있는 진이와 윤이. ⓒ최은경
지도를 보고 있는 진이와 윤이. ⓒ최은경
엄청난 오토바이떼. 무려 5성급 호텔 앞인데도 인도로 들어오는 오토바이들. ⓒ최은경
엄청난 오토바이떼. 무려 5성급 호텔 앞인데도 인도로 들어오는 오토바이들. ⓒ최은경

◇ 일기가 아닌 짧은 세 줄 기록을 남기게 하라

잘 안 보는 것 같아도 미술관이든 박물관이든 보고 기억할 건 다 하더라. 큰아이의 경우, 베트남에 있는 동안 1일 1기록을 했는데 짧은 몇 줄이지만 갔던 곳, 인상 깊었던 일들을 기록해놔서 여행을 마칠 즈음엔 스스로 굉장히 뿌듯해했다. 단 서너 줄의 기록만으로도 아이에게 성취감을 줄 수 있어 좋았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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