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유라 사건’ 잊었나… 학사비리 교수가 국책연구소장에
[단독] ‘정유라 사건’ 잊었나… 학사비리 교수가 국책연구소장에
  •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셜록 박상규·이명선 기자
  • 승인 2019.03.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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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의 수상한 시절③] 백선희 소장, 교수 시절 이사장 조카에 성적 특혜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셜록 박상규·이명선 기자】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육아정책연구소는 유아교육과 보육 정책을 연구하는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이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육아정책연구소는 유아교육과 보육 정책을 연구하는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이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건 단연 ‘정유라 이대 부정입학 사건’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특혜를 받아 입학하고, 출석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챙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성난 민심은 결국 촛불을 들었다.

정유라가 떵떵거리며 학교를 다닐 수 있었던 건 뒤를 봐줬던 교수들 덕분이다. 정권 실세 입김이 무서워서였다. 어떤 교수는 비속어 투성이인 보고서를 손수 고쳐줬다. 다른 교수는 단 한 번도 과제를 낸 적 없는 정유라에게 B 학점을 주기도 했다. 최경희 전 이대 총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느닷없이 정유라 사건을 다시 얘기하는 것은, 육아정책연구소 백선희 소장도 교수 재임 시절 이와 유사한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백 소장이 있었던 서울신학대에 ‘제2의 정유라 사건’이 터졌다. 학교 이사장 조카가 학교 대학원에 입학했고, 백 소장은 그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

하지만 백 소장의 삶은 학교를 나와서도 탄탄대로였다. 경미한 징계인 구두 경고를 받긴 했다. 하지만 백 소장은 ‘이사장 조카 학점 특혜 사건’ 징계 결정이 나오고 얼마 안돼 더 좋은 자리로 갔다. 백 소장은 2017년 12월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자리에 올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15년, 서울신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 당시 이사장의 조카 A 씨가 들어왔다. A 씨는 프로 골프 선수 출신이었다. 골프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대학원장은 바로 백선희 교수. 그는 2015년 A 씨에게 사회복지개론을 가르쳤다.

사회복지학과 슬로건은 ‘사람중심의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따뜻한 사회전문가를 양성한다’다. 하지만 이런 포부는 이내 궁색해졌다. 사람중심의 공동체를 이끌어갈 인재를 만들겠다는 사회복지학과 일부 교수들은 공동체가 아닌 이사장 조카 A 씨의 뒤를 봐주느라 바빴다.

A 씨가 입학할 때부터 장학금을 받았다는 증언도 나오는 상황이다. 2015년 무렵 서울신학대 사회복지대학원은 정원미달 상태였지만, 학교는 A 씨에게 장학금을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A 씨는 그럼에도 골프채를 놓을 생각이 없었다. 선택한 방법은 교수들을 말로 구슬리는 것이었다.

“교수님, 제가 현직 골프 선수여서요. 수업 참석이 어렵습니다.”

A 씨는 교수들과 강사들을 찾아다니며 골프 때문에 수업에 못 나와도 양해해달라고 부탁했다. 학칙에 위반되는 일이었다. '서울신대 대학원 학칙시행세칙' 제23조에 따르면 “수강신청한 과목은 3/4이상 출석하여 수강하지 않으면 출석실격이 되어 ‘F’ 처리된다”고 나와 있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서울신학대학교. 백선희 소장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경기 부천시에 있는 서울신학대학교. 백선희 소장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근무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 “제가 골프선수라…” 출석일수 못 채운 이사장 조카에게 학점 특혜

A 씨의 안하무인 태도에 강사들은 교수들보다 엄격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출석하지 않으면 F를 주겠다고 했다. F를 준 강사가 실제로 있었고, F를 주겠다고 엄포를 놓아서 A 씨의 출석을 유도하기도 했다고 증언하는 강사도 존재한다.

다만, 교수들은 엄격하지 않았다. 당시 총장의 아내 B 교수와, C 교수, 대학원장이었던 백 소장은 결국 이 건으로 학교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았다. A 씨가 3/4 이상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F 처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교육부에 알려지고 나서야 나온 징계였다.

학생들은 A 씨가 학점 특혜를 받고 있는지 오랜 기간 알지 못했다. 학교는 부정한 특혜를 준 사실을 교육부에 들키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조치했던 것이다. 학생들은 그럼에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서울신대 내에서 ‘제2의 정유라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학교는 쉬쉬했다. A 씨를 가르쳤던 한 강사의 증언이다.

“수업 첫날 골프 얘기를 하면서 출석을 봐달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라고요. 전 제 철칙상 안 된다고 분명히 얘기했어요. 그 후 그 학생이 어느 정도 출석하기 시작해서 그에 걸맞은 성적을 줬고요. 당시 소문으로는 그 학생이 수업에 안 들어가는데 학점을 받았다고 저도 들었습니다.”

같은 학과 대학원 학생들은 A 씨가 입학 후 1년간 학교에서 잘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나타나자 그 사정을 직접 묻다가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A 씨는 학생들에게 ‘백선희 소장을 비롯해 몇몇 교수들에게 학점을 받았고, 여태 과제로 출석을 대신해왔다’는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학생들이 단도직입적으로 ‘지난 학기에서 누구 수업 들었냐’고 물었어요. 그러니까 백선희 교수 비롯해서 백 교수랑 친한 교수 몇 명을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했던 말이 ‘학부에서 골프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출석을) 과제로 대체했다’라는 말을 했던 겁니다.”

학생들의 말대로 실제로 A 씨는 서울신대에서 골프를 가르쳤다. 대학원생이 교양과목 강사로 뛴다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A 씨의 아버지이자 당시 이사장의 처남이 강사 자격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A 씨는 아버지 수업에서 보조강사 식으로 활동했다.

서울신대에는 골프장이 없었다. 그럼에도 학교는 임시로 수업 공간을 만들어줬다. 풋살장을 골프 연습장처럼 만들어 A 씨가 골프를 가르칠 수 있게 학교는 배려(?)했다. 이 모습은 사진으로도 남아 있다. 서울신대에 일했던 한 교수의 말이다.

“전 총장은 총장 연임을 위해서 이사회를 움직이려고 했어요. 이사들 가족들 취직 도와준다는 얘기도 돌았고요. 그리고 전 총장 아내 B 교수가 백선희 소장하고 친하게 지냈습니다. 백 소장이 그런 학교 사정을 모를 리 없었을 겁니다.“

골프강사로 활동하는 A 씨가 2015년 작성한 프로필. "서울신학대학교 교양골프 강사"라고 소개했다. ⓒ홈페이지 캡처
골프강사로 활동하는 A 씨가 2015년 작성한 프로필. "서울신학대학교 교양골프 강사"라고 소개했다. ⓒ홈페이지 캡처

◇ 백선희 소장 “학업 스트레스 받는 A 씨 위해 배려했던 것”

정유라 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A 씨의 ‘출석 점수 무마 청탁’ ‘학점 특혜’ 사실을 세상에 드러낸 것은 용기 있는 학생들 덕이었다. A 씨가 변칙적인 방법으로 학점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몇몇 다른 학생들은 대학원장이었던 백선희 소장을 찾아가서 따졌다.

하지만 백 소장은 면담하러 온 학생들에게 납득할 수 없는 말을 전했다고 학생들은 기억했다. A 씨의 학점 특혜에 대해서 해명하라는 학생들의 호소에 “학교생활에 힘들어 하는 것 같아 도와준 것뿐이다”라고 백 소장이 말했다는 것이다. 특혜를 줬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백 소장의 답변이 구차한 변명으로 들렸다. 대학원장인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육부에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교는 뒷북 대응을 했고, 그렇게 해서 결정 난 징계 수준도 고작 ‘구두 경고’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분노했다.

A 씨는 일이 벌어지고 한참 후에 제적처리 됐다고 사회복지학과 관계자가 전했다. 2018년 1월이 되서야 바뀐 대학원장을 중심으로 학과 교수들이 모여 ‘부당한 방법으로 학점을 취득한 A 씨 학점을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심의 의결했고, 학교는 얼마 안 있다가 A 씨를 제적시켰다고 했다.

사실 교육부가 움직이자 학교가 뒤늦게 움직인 것이다. 학교 비리를 알리던 한 교수가 A 씨의 학점 특혜 의혹을 비롯해 여러 건을 밝히면서, 교육부는 2018년 8월부터 반년간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학교는 중징계 8건, 경징계 9건, 경고 28건, 2억 1000여만 원 환수를 통보받았다고 전해진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육아정책연구소. A 씨 학사비리 의혹에 대한 민원이 교육부에 접수된 2017년, 백선희 소장은 같은 해 말에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됐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육아정책연구소. A 씨 학사비리 의혹에 대한 민원이 교육부에 접수된 2017년, 백선희 소장은 같은 해 말에 육아정책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됐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 대학 측, ‘경고조치’ 교육부에 공문… 하지만 그해 말 국책연구소장 선임

학교에서는 ‘학점 특혜’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떠올라도 백 소장에게는 관련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백 소장은 이미 학교를 떠나고 없었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을 역임하다, 2017년 12월 국책연구기관 소장이 됐다.

A 씨에 대한 학점 특혜 사건이 교육부에 민원으로 접수된 된 것이 2017년 7월. 그에 따라 서울신대가 자체조사 결과 백 소장 및 교수 세 명에게 ‘경고’ 징계를 했다고 교육부에 보고한 것이 8월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3개월 뒤인 11월 13일,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백 소장을 육아정책연구소 소장후보자로 선정했다. 12월 8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는 백 소장의 선임을 최종 결정했다.

백 소장은 남편 김연명 전 중앙대 교수와 함께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인사로 거론됐다. 백 소장이 소장으로 선임될 무렵, 김연명 씨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 겸 국정과제지원단장이었다. 현재는 청와대 사회수석이다.

백 소장은 ‘이사장 조카 학점 특혜 사건’ 의혹에 나온 내용이 대부분 맞다고 인정했다. A 씨가 학칙에서 나온 규정보다 적게 수업에 나온 것은 맞지만, 면담 과정에서 학교에 적응이 힘들다고 호소해서 학습을 독려하기 위해 한 선택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자기는 어떻게 (수업에서)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면서 수업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느꼈었나봐요. 근데 학생이 이미 F를 받은 상태여서 저까지 F를 주면 학사경고를 받는 상태였어요. 앞으로 수업에 잘 참여하겠냐고 물으니 그러겠다고 해서 ‘그럼 과제를 내라’라고 기회를 줬던 겁니다.”

백 소장은 “A 씨가 수업을 대다수 빠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칙에서 세운 ‘3/4 이상 수업에 참석해야 한다’는 기준보다 한두 번 정도 더 빠졌을 뿐이고, 자신이 가르치던 수업이 아니라 다른 수업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 거라고 말했다. 이사장 조카라는 사실도 한참 후에 알았다고 했다.

“2015년 당시에 서울신대 사회복지대학원 정원이 미달이었어요. 지원한 학생들은 다 붙었습니다. 장학금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학교 본부에서 정하는 일입니다. 2016년에 학점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A 씨가 이사장 조카인 것을 알았습니다.”

백 소장은 학과 대학원장으로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인정했다. 다만, “학교 내부비리를 고발하던 한 교수가 이미 '이사장 조카 학점 특혜' 의혹을 비롯해 여러 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따로 진상조사 등의 조치를 마련할 생각을 당시에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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