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꼬마신사가 어느새 내 뒤를 쫓아와 내가 튀김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겸을 만난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솔직히 이 녀석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천국의 튀김 맛도 모르면서 우리 학교를 다닌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옛말에 좋은 건 나눠야 한다지 않나. 나는 마지막 남은 오징어튀김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설명해주었다.
“너도 한 번 먹어봐. 진짜 맛있어. 몇 개 먹지도 않은 것 같은데 금방 다 사라진다니까. 얼마나 맛있으면 그러겠어.”
“실제로 오징어튀김은 사라졌어.”
천연덕스런 얼굴로 툭 내뱉은 다겸의 말에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응?”
“오징어튀김이 사라졌다고.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오징어튀김이 사라졌다니. 설마 내 뱃속으로 몽땅 사라졌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그렇게 묻자, 다겸은 씩 웃고 나서 말했다.
“용재, 네가 몇 개 안 먹은 것 같은데 금방 다 사라졌다며? 넌 자기도 모르게 사실을 말한 거야. 실제로 오징어튀김은 두 개가 사라졌거든.”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았어. 차근차근 설명해줄게. 난 수업이 끝나자마자 너를 찾았어. 넌 급한 일이 있는 사람처럼 마구 뛰쳐나가더라.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네 뒤를 쫓아서 나도 뛰었지. 근데 굼벵이처럼 느려서 별로 빨리 뛸 필요도 없었어.”
“난 최선을 다해 뛴 건데…….”
“네 덩치가 커서 그런지 안 빠르던데. 아무튼 넌 이 포장마차에서 멈추고는 오징어튀김을 주문했어. 난 그런 너를 조금 떨어져서 지켜봤지. 아주머니가 튀김을 하나씩 집어서 기름에 집어넣는 모습을 무심코 지켜보다가 나도 모르게 숫자를 셌어. 처음에는 분명히 열 개를 튀겼어.”
“원래 천 원에 열 개야.”
“들어봐. 아주머니는 튀김을 다 튀기고 떡볶이 국물에 담근 다음 국자로 막 비비더라.”
“튀김에 떡볶이 국물을 묻히는 게 맛의 비결…….”
“아주머니는 곧 그 일을 끝내고 튀김을 네게 건넸지. 네가 지금 들고 있는 그 종이컵에 담아서 말이야. 넌 이쪽으로 나와서 하나씩 먹기 시작했지. 이번에는 네가 먹는 개수를 셌어. 방금 마지막으로 네가 입에 넣은 것까지 합쳐서 모두 여덟 개. 그렇다면 두 개가 어딘가로 사라진 거잖아.”
다겸이 다시 한 번 싱긋 웃었지만 나는 무슨 얘기인지 아직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여덟 개였다고? 아니야, 여긴 분명히 천 원에 열 개야.”
“아주머니는 천 원에 여덟 개만 주고 두 개를 빼돌린 거야. 이런 식으로 다섯 명한테 팔았다고 생각해보자. 원래대로 팔면 다섯 명한테 오징어튀김 열 개를 줘야 하니까 전부 오십 개가 필요한데, 한 사람당 두 개씩 빼돌리면 5×8=40, 사십 개면 되지. 무려 1인분을 공짜로 아끼는 거야.”
“나도 그 정도 구구단은 알아. 그보다 두 개를 어떻게 빼돌리지? 나는 아주머니가 튀김 만드는 동안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야.”
“네가 유일하게 신경 쓰지 않았던 부분이 있어. 바로 아주머니가 튀김 열 개를 떡볶이 국물에 담그고 난 다음부터. 아주머니는 튀김을 정신없이 떡볶이 국물에 이리 비비고 저리 섞었지. 그 후 튀김을 다 비비고 종이컵에 담기 위해 국자로 뜰 때 손놀림을 잘 조절해서 여덟 개만 담은 거야. 아직 튀김 두 개가 떡볶이 판에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시뻘건 양념에 묻힌 상태라 언뜻 봐서는 도저히 모를 걸. 게다가 떡, 파, 어묵 등이 떡볶이 판에 쫙 깔려 있어 잘 구별이 안 가기도 할 테고.
아마 너를 비롯한 아이들은 튀김이 든 종이컵을 받으면 빨리 먹고 싶어서 숫자를 세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야. 기다렸던 튀김을 허겁지겁 먹다 보면 어느새 다 먹게 되고, 너처럼 열 개인데 생각보다 빨리 먹었다는 느낌만 남게 되겠지. 실제로는 여덟 개를 먹었으니까 그런 느낌을 받은 거지만.”
다겸의 긴 설명이 끝났지만 여전히 의심스런 얘기였다. 나 말고도 하루에 몇 십 명이나 여기서 튀김을 사 먹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뭐 너처럼 눈치가 둔해 보이는 애들한테만 그랬겠지. 혹시 눈치를 챈 아이가 있어도 아주머니가 실수로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면 별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었을 테고. 정 못 믿겠으면 어디 한 번 실험을 해볼까.”
나는 이미 튀김을 사 먹느라 돈이 다 떨어져 다겸이 천 원을 건네줬다. 다시 포장마차에 가서 튀김을 샀다. 처음에는 분명히 열 개를 튀겼다. 그러나 완성된 튀김을 갖고 다겸에게 돌아와서 천천히 세어보니 여덟 개였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야, 근데 이 튀김 진짜 맛있다. 반 나눠줄 테니까 더 먹을래?”
다겸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늘 친절한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나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왠지 입맛이 뚝 떨어졌다. 나는 앞으로 이 포장마차에서 다시는 오징어튀김을 사 먹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나저나 너 참 특이한 애구나. 별것도 아닌 걸 일일이 세어보고. 원래 그렇게 사소한 데 관심이 많아?”
“아, 잠깐만.”
입 속에 든 튀김을 우물거리던 다겸이 입가에 묻은 떡볶이 국물을 엄지로 슥 닦았다. 다겸은 붉게 물든 엄지를 양복바지에 문질렀다. 바지가 더러워지는 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우리 집 같으면 엄마한테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날 일이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래도 괜찮아?”
“응?”
“바지 말이야.”
“뭐 어때. 어차피 옷은 알몸만 가려주면 돼. 그보다 뭐라고 했지?”
다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두 손을 내저었다. 쫙 빼입고 전학을 온 다겸이 옷에 신경을 많이 쓰는지 알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아니, 사소한 데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관찰력도 끝내주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튀김 개수까지 일일이 세는 아이는 처음 봤다. 진심으로 감탄해서 한 내 말에 다겸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당당하게 선언했다.
“당연하지. 난 탐정이니까. 탐정은 무엇 하나 놓쳐서는 안 되거든.”
“탐정? 탐정이 뭔데?”
다겸은 세상에 ‘탐정’이라는 말을 모르는 아이가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응.”
“그렇담 가르쳐주지. 탐정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의 의뢰를 받아서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주는 사람이야.”
*소설가 나혁진은 현재 영화화 진행 중인 「브라더」(북퀘스트, 2013년)를 비롯해 모두 네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조카가 태어난 걸 계기로 아동소설에도 관심이 생겨 '전학생은 명탐정'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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