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경자(49) 씨는 매 끼니마다 아들 정다운(22) 씨를 위해 젖병을 든다. 젖병에다 경관유동식(이하 메디푸드)을 물에 녹인 뒤 정 씨의 위와 연결된 호스에 꽂는다. 하 씨는 뮤코다당증(Mucopolysaccharidoses)을 진단받은 정 씨가 기도가 좁아져 음식을 삼킬 수 없게 된 12년 전부터 이렇게 아들의 식사를 도와주고 있다.
뮤코다당증이란 특정 효소의 결핍과 상염색체 열성 유전 등으로 발병하고 특이한 얼굴 모양과 성장 지연, 골격 이상 등의 증상을 보이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국내에는 약 70여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 씨의 경우처럼 뮤코다당증 환자들은 병세가 악화될수록 기도와 식도가 좁아져 일반 음식을 삼킬 수 없기 때문에 소화되기 쉽고 영양분이 충분한 메디푸드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메디푸드는 입이나 코로 가느다란 고무관을 넣어 소화 기관으로 바로 흘려보낼 수 있도록 만든 묽은 영양식이다. 뮤코다당증과 같이 태어날 때부터 우리 몸의 대사를 담당하는 효소가 부족한 선천성대사이상질환자에게 필수적인 식품이다.
생명보험재단, 특수식이 구입비 지원
정부에서 선천성대사이상질환자에게 메디푸드와 같은 특수식이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 대상이 고전적 페닐케톤뇨증, 단풍시럽뇨병 등 7개 희귀난치질환에만 한정돼 뮤코다당증질환자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신백질이영양증질환자는 매월 80만 원 상당의 로렌조오일 4병을, 뮤코다당증질환자는 매월 50만 원 상당의 메디푸드 10박스(300캔)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지출되는 비용부담이 크다.
이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정 씨와 같이 특수식이를 복용해야 하지만 정부의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질환 중 뮤코다당증과 같은 부신백질이영양증을 대상으로 로렌조 오일, 메디푸드 등 특수식이 구입비를 지원한다.
특수식이 지원을 원하는 부신백질이영양증, 뮤코다당증 환자는 7월 2일부터 13일까지 한국희귀의약품센터로 신청하면 된다. 접수는 우편을 통해 받고 있으며 접수 후 심의를 거쳐 지원이 결정된다.
하 씨는 “작년부터 메디푸드 구입비 뿐만 아니라 기저귀 구입비, 비급여 의료비 등 다각적인 재단의 도움을 받게 돼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큰 힘 됐다. 다운이 상태가 호전돼 젖병 대신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모습을 보는 날을 꿈꾼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재단 이시형 이사장은 “로렌조오일, 메디푸드와 같은 고가의 비급여 특수식이를 복용해야만 하는 희귀난치성질환자들에게 재단의 지원이 다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치료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한편 생명보험재단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 약 60억 원을 지원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전국 58개 대학병원과 협약해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추진해 지금까지 약 774명에게 약 15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은 2010년부터 186명의 희귀난치성질환자들에게 특수식이 구입비를 지원했으며 올해도 8,000만 원 규모의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