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유치원 가는 날… 이 또한 지나가겠죠?
울며 유치원 가는 날… 이 또한 지나가겠죠?
  • 칼럼니스트 한희숙
  • 승인 2019.03.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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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한 장 육아일기 한 줄] 「엄마의 손뽀뽀」와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

새로운 유치원에 등원한 지 이틀째. 아이는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매일같이 운다. 올해 일곱 살이 된 아이는 3월부터 새로운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일 년이 남은 시점에서 잘 다니던 기관을 퇴소하고 새로운 곳에 보낸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근처로 옮겨 미리 적응해 보자는 이유가 컸는데 지금으로선 엄마 때문에 애먼 아이만 고생 중임을 인정한다. 새 유치원에 다니자는 나의 제안에 아이의 승낙을 받았고, 힘을 얻어 결정을 내린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이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이제 일곱 살인 어린아이가 새 유치원을 다니면서 자신의 일상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했겠는가. 엄마가 반복해서 물으니 얼떨결에 가겠노라 답한 건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아이는 새 유치원이 결정된 뒤 정든 친구들과 헤어질 날을 생각하며 슬퍼했다. 그래서 나는 학교가 싫은 아기 너구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그림책 「엄마의 손뽀뽀」(오드리 펜 글, 루스 하퍼·낸시 리크 그림, 만두 옮김, 스푼북, 2018) 속 엄마처럼 일찌감치 아이를 타일러 왔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울 테지만 곧 학교를 좋아하게 될 거야. 새로운 친구를 만날 거고, 새 장난감도 생길 거야.”

「엄마의 손뽀뽀」 중 한 장면. ⓒ스푼북
「엄마의 손뽀뽀」 중 한 장면. ⓒ스푼북

나는 아이에게 주문을 걸듯 엄마 너구리의 말을 힘주어 읽어줬다. 아이가 유치원에 눈도장을 찍을 수 있게 일부러 찾아가 유치원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게도 했다.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품었다.

하지만 나만 해도 어린 시절 새 학년이 되면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했다. 그랬으면서 어린아이들은 어른보다 쉽게 낯모르는 친구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진다고 믿었다. 안일한 생각이었다.

예상은 빗나갔고 기대도 무너졌다. 아이는 “유치원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며 내 품에 안겨 매일 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친구들이 두 명씩 짝지어 놀고 있어서 오늘도 "같이 놀자"고 말도 못 걸었고, 점심 급식으로는 어른들 먹는 매운 김치가 나왔으며, 교구 중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다고 하소연한다.

아이 마음을 달래보려 애쓰지만 어쩐지 내 말이 궁색하게 느껴진다. 아이 말대로라면 붙임성 없는 우리 아이에게는 힘든 환경이다. 좋은 점도 분명히 있을 텐데 부정적인 기억이 강렬해서 그런지 새 유치원이 좋은 건 하나도 없단다.

그래도 컸다고 선생님 앞에서는 울지도 않고 풀이 죽은 채 아이는 유치원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렇게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울며불며 매달리는 것과는 또 다르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이의 작은 마음속에 체념이 가득 들어찬 게 안쓰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엄마의 손뽀뽀」에서 엄마 너구리는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를 달래며 말한다.

“우리는 때로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단다.”

아이가 성장해 나가면서 체득할 인생의 진리인데 문제는 마음 약한 엄마인 내게 있다. 아이가 참고 견딜 수 있는 어려움일까, 내가 모르는 (더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자꾸만 나쁜 쪽으로 생각을 펼치게 된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울 테지만 곧 학교를 좋아하게 될 거야. 새로운 친구를 만날 거고, 새 장난감도 생길 거야.” 「엄마의 손뽀뽀」 중 한 장면. ⓒ스푼북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울 테지만 곧 학교를 좋아하게 될 거야. 새로운 친구를 만날 거고, 새 장난감도 생길 거야.” 「엄마의 손뽀뽀」 중 한 장면. ⓒ스푼북

우리 아이는 돌쟁이 때부터 어린이집 한 곳을 쭉 다녔다. 그 세월만큼 내가 어린이집에 갖는 신뢰는 두터웠다. 반면 새 유치원은 나도 아직 낯설고 어색하다. 교우 관계며 시설, 급식까지 비교하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많다. 아이와 원을 믿고 합심해서 아이가 적응하도록 도와야 하는데 엄마가 걱정부터 했다.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도 새 유치원 적응이 필요한 것 아닐까.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염혜원 글·그림, 비룡소, 2013)은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이와 엄마의 서로 다른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유치원에 가는 게 신나는 아이와 걱정이 앞서는 엄마’라는 초반부 설정은 우리 집 상황과는 정반대다. 유치원 안 가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를 엄마가 달래는 빤한 문법에서 벗어나 재미있다.

그런데 그림책을 보니 이 엄마, 어쩐지 나와 닮은 데가 있다.

“산아, 유치원에 가서도 잘할 수 있겠니? 아직 산이는 너무 어린데….”

“엄마랑 산이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네. 어린이집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보고 싶어.”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 중)

나는 아이에게 괜찮다고,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은 했지만 떨고 있었다. 아이는 유치원이 떠오르면 마음이 두근두근하다, 말해왔는데 나도 그랬던 것이다. 그림책 속 엄마처럼 아이가 점심밥은 제대로 먹을지, 아이와 잘 맞는 좋은 친구는 있을지, 선생님께서 아이를 잘 살펴주실지 걱정이 가득했다. 엄마의 불안한 마음은 아이에게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법. 그동안 아이에게 새 유치원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준 건 내 탓도 있다.

아직 3월이다. 그럼에도 조바심을 냈던 나에게 남편의 쓴소리는 반갑다. 숫기 없는 아이가 하루 만에 적응할 줄 알았냐며 걱정을 내려놓으라는 말에 나도 냉정을 찾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아이는 어려운 고비를 조금씩 넘는 중이다. 다정했던 친구, 선생님과의 이별은 슬펐지만 견뎌내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같이 놀자, 말을 걸고 있다. 기특하게도 노력하고 있으니 더 이상의 고민은 접고 아이가 힘들어할 때 더 따뜻하게 품어줘야겠다.

내일도 유치원에 가야 해서 마음이 꼬여버렸다는 아이는 잠자리 동화로 「엄마의 손뽀뽀」를 가져온다. 다시금 그림책 속 엄마가 아기 너구리에게 전했던 용기의 메시지를 읽어준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울 테지만 곧 학교를 (아니, 새 유치원을) 좋아하게 될 거야. 새로운 친구를 만날 거고, 새 장난감도 생길 거야.”

오늘은 아이가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아침 늦지 않게 등원하기로 나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통에 달랜다고 입학 후 내리 지각을 했다. 그래봤자 잠깐이겠지만 유치원 놀이터에 풀어줄 생각이다. 아이가 어제 함께 놀았다는 친구가 때맞춰 등원하면 우리 아이도 힘내서 등원하지 않을까. 지금은 아이가 유치원 안 가는 주말만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날이 오겠지.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 하며 신나서 뛰는 날이….

*칼럼니스트 한희숙은 좋은 그림책을 아이가 알아봐 주지 못할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아기엄마이다. 수년간 편집자로 남의 글만 만지다가 운 좋게 자기 글을 쓰게 된 아기엄마이기도 하다. 되짚어 육아일기 쓰기 딱 좋은 나이, 일곱 살 장난꾸러기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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