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난민 아빠 "이번에는 내 가족 지키고파..."
법정에 선 난민 아빠 "이번에는 내 가족 지키고파..."
  • 최대성 기자
  • 승인 2019.03.14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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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 난민 가족의 삶-③

【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난민 아빠 무나침소가 사랑하는 둘째 제니퍼를 안고 지하철 플랫폼을 걷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난민 아빠 무나침소가 사랑하는 둘째 제니퍼를 안고 지하철 플랫폼을 걷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제주도에 561명의 예멘 난민이 입국한 지난해, 대한민국은 '혐오'로 들끓었습니다. 인도주의적 난민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정치권의 누군가는 어설픈 온정주의라며 의미를 깎아내렸고, 때맞춰 터진 제주 살인사건에 많은 누리꾼들은 난민을 범인으로 몰아갔습니다. 한 난민 활동가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본 것 같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당시, 베이비뉴스는 난민 아동의 인권에 대해 기획 보도를 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 또는 그의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하지 않고 모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할 것'이 명시돼 있지만, 국내 난민 아동들은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할 만큼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었습니다.

이유 없는 난민 혐오와 보장받지 못한 난민 아동의 인권은 결국, 우리가 난민에 대해 잘 몰라서 벌어진 일입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 난민 가족의 삶을 사진으로 소개하려 합니다. 가감 없는 이들의 일상을 통해 난민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길 기대합니다.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재판을 앞둔 무나침소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재판을 앞둔 무나침소가 긴장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간밤에 잘 잤는지 물으니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항상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긴장하는 모습이 낯설다. 이날 오후에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재판을 앞둔 아빠 무나침소의 새로운 모습이다.

아이들 짐을 챙기는 아내 살람. 큰 가방이 금방 차버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 짐을 챙기는 아내 살람. 큰 가방이 금방 차버렸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엄마 살람은 아이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가족이 함께 법원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반나절 외출이지만 기저귀, 물티슈, 간식 등 아이들 물건을 넣다 보니 큰 가방이 금세 차버렸다.

아이들의 외출 준비에 바쁜 살람. 아들이 텔레비전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신발을 신기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의 외출 준비에 바쁜 살람. 아들이 텔레비전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신발을 신기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둘째 제니퍼는 아빠 껌딱지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둘째 제니퍼는 아빠 껌딱지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정신이 팔려있다. 그 틈을 타 엄마가 아들의 신발을 신기고 아빠는 딸아이의 외투를 입혔다. 노련미가 느껴지는 환상의 육아 복식조다. 부부가 합심해 외출 준비를 마쳤지만 남은 시간이 빠듯하다. 서울행정법원까지는 지하철만 1시간 40여 분. 난민 가족의 멀고도 길었던 여정을 함께했다.   

약국에는 아이용 미세먼지 마스크가 없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약국에는 아이용 미세먼지 마스크가 없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뿌옇다. 온 세상이 미세먼지로 갑갑하다. 딸아이를 안고 집을 나온 무나침소가 인상을 찌푸렸다. 특히 아이들에게 치명적이라 일러줬더니 곧장 약국으로 향하는 무나침소. 어쩌다 생기는 아르바이트 수입으론 월세 내기도 버겁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돈이 아깝지 않다. 그러나 그는 결국 마스크를 사지 않았다. 아이용 마스크가 없었기 때문. 무나침소는 성인용 미세먼지 마스크를 내려놓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아빠에게 얌전히 안겨있는 둘째 제니퍼.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빠에게 얌전히 안겨있는 둘째 제니퍼.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며칠 전 감기에 걸린 제니퍼가 콧물 때문에 훌쩍거린다. 약을 먹였지만, 콧물이 멈추지 않는단다. 그래도 아빠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기특한 딸이다. 역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부녀지간에 사랑이 넘친다. 은행 일을 보고 뒤늦게 온 아내 살람이 저쪽에서 손을 흔들었다. 여기서 타야 3호선으로 빨리 갈아탈 수 있단다. 지하철 앱으로 빨리 가는 방법을 미리 찾아봤다는 살람, 남편보다 스마트하다.

환승이 빠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살람. 첫째 제르마야는 지하철 역사가 신기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환승이 빠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살람. 첫째 제르마야는 지하철 역사가 신기하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살람이 자판기에서 아이들이 마실 생수 한 병을 사자 때맞춰 지하철이 도착했다. 비교적 한산한 열차로 들어가자 몇몇 승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등에 '난민'이라 쓰인 이름표를 달진 않았지만, 지난해 쓰나미 같았던 난민혐오를 경험한 터라(이전 두 편의 기사에 달린 댓글로도 계속 경험하고 있다.) 괜스레 마음이 쓰인다. 

지하철에 탑승하는 무나침소 씨 가족.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하철에 탑승하는 무나침소 씨 가족.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만삭의 살람이 임산부 배려석에 먼저 앉았다. 두 아이가 나란히 앉고 아빠가 그 옆에 앉았다. 철커덕거리는 지하철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4살, 2살 아이를 데리고 장시간 지하철을 타는 일은 베테랑 한국인 엄마들에게도 힘든 일이다. 출산이 한 달 여 남은 살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무나침소가 가족 모두를 데리고 법원을 향하는 이유는 뭘까?

제르마야가 차창 밖 세상 구경에 여념이 없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제르마야가 차창 밖 세상 구경에 여념이 없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나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판사님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가 기자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나에게 가족이 없다면 굳이 난민 인정을 받지 않아도 어떻게든 살 수 있어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멀리 떠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나에게는 아이들과 아내가 있어요. 이번에 꼭 난민 인정을 받아야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어요." 절박한 심정을 털어놓은 무나침소가 아들 제르마야를 따뜻하게 바라봤다.

아빠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제르마야가 아빠를 빤히 바라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빠의 마음을 읽은 것일까? 제르마야가 아빠를 빤히 바라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세상 구경에 신났다. 딸아이 제니퍼는 엄마에게 안겨 어리광을 피우고, 아들 제르마야는 아예 뒤돌아 앉아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시끄러운 열차 소리에 귀를 막았지만, 창밖을 바라보는 제르마야의 눈빛은 호기심에 반짝거렸다.

무나침소는 수시로 아이들 짐가방을 내려놓아야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무나침소는 수시로 아이들 짐가방을 내려놓아야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가방 좀 내려줘요." 한참 동안 잘 놀던 제니퍼가 갑자기 칭얼거렸다. 아이 먹일 분유가 필요한 살람이 남편을 바라보며 선반 위 가방을 가리켰다. 무나침소가 가방을 내려놓기 위해 자리를 뜨자 사정을 모르는 다른 승객이 빈자리에 앉으려 했다. 자리가 있다는 기자의 말에 승객이 멈칫거렸다. 잠시 생각하던 무나침소는 말없이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 후 딸아이를 안고 자리에 앉았다.

자리를 양보한 무나침소.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자리를 양보한 무나침소.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무나침소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젠틀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없는 형편에도 밥은 함께 먹어야 한다며 음식을 대접하려 했다. 어쩌다 아이들이 소란을 피우면 엄하게 꾸짖었다. 길에서건 버스에서건 유난히 한국인과 함께 있을 때 더욱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민혐오 때문이냐고 묻자 그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부터 많은 한국인과 교류하며 친하게 지냈어요." 예전부터 한국을 좋아했었다는 그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한국인들을 대한다고 말했다.

지루함에 지친 제르마야가 옆자리 승객의 허리 쪽을 파고들고 있다. 승객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루함에 지친 제르마야가 옆자리 승객의 허리 쪽을 파고들고 있다. 승객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그러나 아이들에게 아빠의 젠틀함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 40분 정도 지났을 무렵부터 제르마야의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옆자리 승객에게 기대는가 싶더니 허리 쪽으로 파고들었다. 아빠가 황급히 끌어당겨도 소용이 없다. 떼쓰는 4살을 무슨 수로 당할까? 난감한 상황이다. 그때였다. "괜찮아요. 애들이 다 그렇지 뭐." 아주머니가 당황하는 무나침소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그제야 무나침소도 마음을 놓는다.

지하철 나들이에 신난 제니퍼. 아이들의 귀여운 외모에 많은 승객들이 관심을 보였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하철 나들이에 신난 제니퍼. 아이들의 귀여운 외모에 많은 승객들이 관심을 보였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의 귀여운 외모는 지하철 승객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특히, 승객이 많았던 3호선에서 아이들의 존재가 빛을 발했다. 승객들은 귀여운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자마자 눈을 맞추려고 애썼다. 덕분에 여러 승객이 아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무나침소는 그때마다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딸아이를 안고 자리에 앉은 무나침소가 힘들었는지 눈을 감았다. 전날 잠을 설친 데다가 지하철에서 아이들을 돌보느라 지친 때문일 터. 그런 무나침소의 손이 무척 거칠게 보였다. 굵은 손가락 마디마디, 힘들게 새겨진 인생이다.

아이를 안고 지쳐 잠이든 무나침소.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를 안고 지쳐 잠이든 무나침소.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드디어 양재역에 도착했다. 재판까지는 30여 분 남은 상황. 개찰구를 빠져나온 무나침소의 발걸음이 바빠진다. 법원이 있는 9번 출구까지는 제법 걸어야 한다. 만삭의 아내는 자꾸 걸음이 뒤처졌다. 설상가상 엄마와 함께 걷던 제르마야가 역사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배가 고파서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아들의 고집을 잘 아는 살람이 주저 없이 가방을 열고 분유를 만들었다. 제르마야는 우유병을 받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고파 주저앉은 아들에게 급히 분유를 타주는 살람.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배고파 주저앉은 아들에게 급히 분유를 타주는 살람.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우여곡절 끝에 무나침소 가족이 법원에 도착했다. 집에서부터 거의 두시간 가량 걸린 셈이다. 부부는 지쳐 보였다. 특히, 무나침소는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가 잠든 딸아이를 살피던 중 법원 관계자가 이름을 불렀다. "우첸두 도나투스 무나침소 씨 들어오세요." 마음의 준비가 덜 됐던 것인지 그는 크게 당황하며 돌아섰다. 엉겁결에 법정으로 들어서던 그가 고개를 돌려 아내와 아이들을 바라봤다. "무나침소 씨 지금 들어가시면 돼요." 법원 관계자의 거듭된 재촉에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남겨둔 채 혼자 법정에 들어갔다.

서울행정법원에 도착한 무나침소.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행정법원에 도착한 무나침소.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법정 원고석에 앉은 무나침소는 매우 위축돼 보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말했지만, 법정의 엄중한 분위기가 그의 목소리를 삼켜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무나침소의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재판. 판사가 몇 가지 사실관계를 물었고, 무나침소는 통역사가 재차 물어볼 정도로 힘들게 답변을 이어갔다. 사실 그는 이번 재판을 위해 나이지리아에서의 활동을 증명하는 비아프라 국기와 모자, 그리고 티셔츠를 챙겨오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러나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모자를 벗어야 했고, 아내와 아이들은 얼떨결에 법정 바깥에 남겨졌다. 모든 게 어그러진 최악의 상황이다. 판사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는지 물었다. 잠시 숨을 고른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는 두 아이와 임신한 아내가 있습니다. 제 가족을 돌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도와주세요."

비아프라 국기를 들고 집을 나서는 무나침소. 비아프라는 1967년 나이지리아 남동부의 동부주가 분리독립을 선언함에 따라 국가로 수립됐다. 당시 석유자원에 얽힌 이해관계로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주변 열강들의 개입속에 내전이 계속되다 1970년 소멸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비아프라 분리독립단체(Indigenous People of Biafra)가 활동하고 있는데, 무나침소는 법정에서 지난 2008년 이 단체에서 주최한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비아프라 국기를 들고 집을 나서는 무나침소. 비아프라는 1967년 나이지리아 남동부의 동부주가 분리독립을 선언함에 따라 국가로 수립됐다. 당시 석유자원에 얽힌 이해관계로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주변 열강들의 개입속에 내전이 계속되다 1970년 소멸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비아프라 분리독립단체(Indigenous People of Biafra)가 활동하고 있는데, 무나침소는 법정에서 지난 2008년 이 단체에서 주최한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약 10가지 질문과 답변이 오간 끝에 재판이 끝났다. 소요 시간은 20여 분. 선고기일을 듣고 법정을 나온 그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많은 것을 준비했지만, 잘 해내지 못했다. 그래도 마지막에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내는 두 아이와 커다란 짐가방을 혼자 들 수 없어서 따라 들어갈 수 없었단다. 도와주지 않고 혼자 들어간 남편에게 화가 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더 화가 난 이유는 시간이었다. "어떻게 재판이 이렇게 빨리 끝날 수 있어요? 재판받을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준비한 내용을 말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잖아요. 이해할 수 없어요." 부부가 낙담하고 있는 사이 한 법원 관계자가 "제가 여기서 4년을 근무했는데,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딱 두 명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기자는 차마 무나침소에게 이 말을 전하지 못했다.

딸아이를 안고 집을 향하던 무나침소가 지하철 계단에 앉아 뛰노는 아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딸아이를 안고 집을 향하던 무나침소가 지하철 계단에 앉아 뛰노는 아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딸아이를 안은 무나침소의 뒷모습이 유난히 쓸쓸하다. 그는 "아내는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요. 내가 법정에서 너무 당황했던 것 같아요"라며 고개를 떨궜다. 지하철역 벤치에 앉은 가족. 집으로 가는 열차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사이 잠에서 깬 딸아이가 방긋방긋 웃는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무나침소의 얼굴이 처음으로 슬퍼 보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 역사에서 무나침소가 어리광부리는 딸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 역사에서 무나침소가 어리광부리는 딸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그가 법정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 떠올랐다. 난민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나이지리아에서의 정치적, 종교적 활동을 증명하는 게 우선이었을 텐데, 마지막 순간에도 '가족'을 외친 이유가 궁금했다.

무나침소 가족에게 이날은 너무나 길고 힘든 하루였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무나침소 가족에게 이날은 너무나 길고 힘든 하루였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가족은 내 몸속에 흐르고 있는 피, 생명을 유지하는 숨과 같아요. 내 아버지처럼 나도 아이들을 잘 보살펴서 가족을 유지할 책임이 있어요. 사실, 나는 나이지리아에서 이미 한차례 가족을 잃었어요. 신학 공부를 위해 한국에 간 사이, 내가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보코하람(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이 내 아내와 아이를 죽였어요. 지금도 나에겐 너무 힘든 기억이에요. 시간이 많이 흘러 한국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렸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많아요. 내가 난민 신청자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미래를 말해줄 수 없어요. 만약 내가 먼저 죽거나 병들면 더는 아이들을 보살필 수도 없어요. 그래서 난민 인정을 받아야 해요. 이번에는 내 가족을 꼭 지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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